냉정과 열정 사이 *..만........상..*



책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저 책의 제목은 아는데, 저 책을 읽지는 않았다.

각설하고,

나에게는 좀 의외인데, 나는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제법 있다. 냉정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나온다.

냉정하다 : 생각이나 행동이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침착하다.

흠, 좋은 의미군... 그런데도 이런 평가를 받으면 어쩐지 냉혈한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냉혈한 : 인정이 없고 냉혹한 남자

쩝...



나는 내 기준에서는 냉정이 좀 부족하다. 내가 첫 직장을 때려칠 때, 나는 그 사장과 더 이상 같이 일을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직장이 구해진 것도 아니고 뭘 해야할지도 몰랐으며 어딘가에 경력이라고 내세울 수도 없는 - 심지어 퇴직금도 받을 수 없는 11개월 근무였다. (퇴직금의 악몽은 그후에도 계속 되어 다섯 개의 직장 중 퇴직금을 받은 곳은 하나뿐이었다.)

아내에게 그 좋다는 교사 직을 때려치라고 이야기했을 때도, 거의 아내의 수입으로 먹고 사는 처지였으면서도 그냥 앞뒤 계산없이 말했고, 그렇게 하게 했다.

게임 회사를 나올 때, 사장이 내게 물었다. 뭘 할 거냐고. 그냥 글이나 쓰겠다고 말했고, 사장은 낼 모레 마흔인 놈이 할 이야기냐고 혀를 찼다. 하지만 나는 그만 뒀다. 글만 쓰게 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살면서 하나의 원칙만은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적절하게 표현한다면 "견리사의" 정도 될 것 같다. 나는 어떤 일이 내게 이득이 될 거라고 해서 나의 정의를 허물면서 그 일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손해를 보는 일도 그런 이유로 많이 했다. 지금도 그런 일이 있고...

덕분에 가족들에게는 미안할 때가 있다. 더 나은 생활을 제공하지 못한 측면이 분명 있을 것이다. 성질 뻗치는 대로 살지 않았다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아이들에게 떳떳한 삶을 살아왔다고 할 수도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한다.



선배는 내게 나는 너처럼 냉정하지 못해서...라고 말했고,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너의 한계를 잘 알고 그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나는 내가 그런지 잘 모른다. 다만 냉정하다는 저 말뜻을 볼 때, 이건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쉽게 흥분하지 않는 성격이다. 가끔 이 블로그에 오는 이상한 사람들이 내 댓글을 보고 "흥분하지 마시고"라고 빈정거리듯이 말할 때가 있는데, 미안하게도 나는 그냥 담담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그런 일로 흥분하는 것은 내게 불가능하다.

흥분은 잘 하지 않지만... 일단 필이 꽂히면 집요해지는 성격이긴 하다. 사실 나는 내 성격은 냉정이나 이런 것과는 관계 없고, 그냥 집요하다는 말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역사학에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일지 모른다. 그런 집요한 성격 덕분에 20년이나 유사역사학을 "까는" 일을 해온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원한을 기억하느니, 망각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불필요한 신경을 쓰는 것이 내 삶에 무슨 도움이 되랴. 소설의 재료는 될 수 있는데, 재료로서의 가치가 더 큰 감정의 소모를 가져온다면 그건 쓸모없는 것에 불과하다.

가끔 내게 전화를 걸어 엉뚱한 사람의 이름을 대며 그 사람 전화냐고 묻는 노인이 있다. 잊어버릴 때쯤 되면 두세통의 전화를 한다. 아무리 아니라고 이야기해봐야 소용이 없다. 지금까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오늘은 대단히 짜증이 났다. 나는 통신사에 전화를 해서 차단 신청을 했다. 잊어버리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제일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어쩔 수가 없을 때 우리는 냉정해져야 할까, 열정을 지녀야 할까? 열정은 집요함의 다른 이름일까?











덧글

  • 까마귀옹 2012/07/03 23:55 #

    요즘에는 '냉철/냉정함'과 '냉혈함'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그 기준이 개개인의 이득에 달려 있는 것 같기도 하지요. ㅡㅡ;;
  • sharkman 2012/07/04 08:16 #

    그건 아마 초록불님에 대해서 잘 몰라서 하는 소리겠지요.
  • 빼뽀네 2012/07/04 09:34 #

    저는 '차갑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런데 제 성격은 매우 급한 편입니다.
    다른 사람과 말을 할 때 급한 마음에 불쑥 말을 자르고 들어간다던가, 상대방의 이야기가 얼토당토하지 않을 때 굉장히 뭐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차갑다'는 말을 듣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대화 때 주로 듣는 편이지요. 그러다보니 '부드럽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본질적인 성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지요.
    이러니 다른 사람을 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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