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즐기다 *..역........사..*



전한 선제 때 소광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소광은 태자를 가리키는 태부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태자를 가르친 지 5년, 태자의 나이가 열둘이 되자 논어와 효경에 통달했습니다. 소광은 명예롭게 은퇴하고자 마음 먹었습니다.

황제에게 은퇴를 애걸한 결과 황제도 결국 승락하고 황금 20근을 선사했습니다. 황태자도 스승의 은퇴를 축하하며 황금 50근을 선물했습니다.

소광은 집으로 돌아온 뒤 날마다 잔치를 열고 친구들을 불러 즐겁게 놀았습니다. 잔치 비용은 조정에서 하사한 황금으로 충당했습니다. 이렇게 연일 잔치로 황금을 탕진하니 자손들은 이러다 알거지가 되는 거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소광과 친한 노인에게 자손들을 위해서 황금이 남았을 때 전답을 사주면 어떻겠느냐고 넌지시 일러달라 부탁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소광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내게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전답과 집이 있으니 자손들이 그것을 밑천으로 열심히 일하면 충분히 먹고살 수 있네. 내 황금을 주면 그걸 믿고 게을러지기밖에 더하겠나. 어진 사람에게 재물이 많으면 정신력이 손상되고, 어리석은 사람에게 재물이 많으면 허물이 늘어날 뿐이네. 더구나 부유함이란 사람들의 원망을 불러들이지 않나. 나는 자손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으니 허물을 더 키워 남의 원망을 듣게 하고 싶지 않네."

소광의 결정적인 한마디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내가 쓰는 황금은 폐하께서 여생을 즐기라고 은혜를 베풀어주신 것이네. 그래서 고향에 돌아와 친구와 친척들을 불러 재물을 즐겁게 누리며 여생을 마치고자 할 뿐이네. 이것이 옳지 않은가?"

이렇게 소광은 죽을 때까지 즐겁게 살았답니다. 이야말로 "에버 애프터"의 전형이 아니겠습니까?


덧글

  • 원더바 2012/07/10 01:15 #

    태자의 배포가 더 큰게 재밌군요. 자식을 가르쳐준데에 대한 보답과 감사의 마음보다 많은걸 가르쳐준 스승에 대한 마음이 더 각별했던걸까요 ㅎㅎ
  • 초록불 2012/07/10 10:03 #

    아직 미성년이라 돈 쓸 데가 마땅치 않아서 그런... (퍽!)
  • 역사관심 2012/07/10 01:36 #

    옳습니다~. 바로 이게 '돈벌어 무덤가져가냐' + '자식안망치기'의 전형이군요.
    저렇게 살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 초록불 2012/07/10 10:03 #

    저 시대를 생각하면 더욱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雲手 2012/07/10 01:47 #

    소광이라..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만 정말 마음에 드는군요.
  • 초록불 2012/07/10 10:03 #

    현대에도 이렇게 사는 분들이 흔치는 않을 겁니다.
  • Niveus 2012/07/10 08:28 #

    이게 정상인데 어째 이런 사례는 모범사례로 나올정도로 드물다는게(;;;)
  • 초록불 2012/07/10 10:04 #

    정상이 평균과는 다르더라고요...^^
  • 지크프리드 2012/07/10 08:39 #

    오... 정말 이런 삶이야말로 멋진 삶이라고 할수밖에.(은영전의 정치는 잘했고 인생은 즐겼지만 막장은 아니었던 리하르트 1세에 이어 또 본받을 분이..)
  • 초록불 2012/07/10 10:04 #

    늙으막에 친구와 재산과 건강이 있으면 가장 행복한 거라고 하지요...
  • 빼뽀네 2012/07/10 09:34 #

    소광의 결정적인 한마디가 참으로 멋집니다. ^^
  • 초록불 2012/07/10 10:04 #

    ^^
  • 욜랴 2012/07/10 09:58 #

    훌륭한 분이네요.. 요새 부모님들이 좀 배워야합니다.
  • 초록불 2012/07/10 10:05 #

    쉽지 않죠...^^
  • bergi10 2012/07/10 11:39 #

    부럽네요 노년을 부유하게 살다니요
    더군다나, 자식들을 대하는 태도도 저러니... 근데 자식들은 잘 됐나요?
  • 초록불 2012/07/10 21:56 #

    무명소졸로 남은 탓인지 더 이상의 기록은 없습니다...^^
  • sharkman 2012/07/10 12:43 #

    암살시도 하지 않은 걸 보면 자식들도 크게 잘못 지은 농사는 아니군요.
  • 초록불 2012/07/10 21:56 #

    암살...
  • 천하귀남 2012/07/10 13:15 #

    Happy End군요.
    헌데 우리나라 상속세 내역보니 황금 80근에 그거 적용하면 다쓰고 죽자고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
  • 초록불 2012/07/10 21:57 #

    상속세라는게 후덜덜한가 보군요.
  • 死海文書 2012/07/10 15:57 #

    우와아....
  • 초록불 2012/07/10 21:58 #

    와우!
  • 셔먼 2012/07/10 17:16 #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자식에게 막대한 재산을 물려줘봤자 남는 것은 파산뿐이죠.
  • 초록불 2012/07/10 21:58 #

    아니, 뭐 잘 불릴 능력만 있다면야...
  • 하르페 2012/07/10 21:17 #

    근 - 600g

    600 * 70 = 42000g

    금시세 1g - 58,295.40원

    58,295.40 * 42000 = 2,448,406,800원.

    즐기면서 24억원을 아낌없이 쓴다라 정말 부럽군요.
  • 초록불 2012/07/10 21:58 #

    오오, 과연 엄청나군요.
  • 천하귀남 2012/07/10 22:19 #

    저정도면 상속세가 2~30%던가 할겁니다. 수백억대면 약간공제하고 50%떼가더군요.
  • 솔롱고스 2012/08/02 22:51 #

    진실로 곧은 길은 굽어 보인다. 이 격언을 떠올리게 하는 일화입니다.
    소광이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짓을 했는지에 어이없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소광이 내비친 참된 뜻에 이 분이 <현인>이다며 눈을 다시 뜨면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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