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과 유림 *..역........사..*



유림이 민족대표에 없는 이유가...

3.1운동은 상놈들이 계획한 거라 고고하신 양반님들이 참예치 아니하였노라, 라고 하면서 유림을 까는 글들을 종종 보는데...-_-;;

대체 뭘 보고 이런 소리를 하는 건지 궁금, 궁금.


천도교 측에서 3.1운동 기획의 중추였던 권동진.

3월 1일 잡혀가서 본적, 주소, 출생지, 신분, 직업, 성명, 연령 질문을 받는다.

답변 - 양반.

기독교 장로계파를 대표한 길선주도 양반. 그 외에 기독교계에서 양반이라 답한 이는 양전백이 있다.

천도교계에서 양반이라 답변한 사람은 권동진 이외에 나인협, 박준승, 이종일, 이종훈의 네 명.

나머지 사람들은 상민이라고 답하거나 신분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33인 중 스스로를 양반 신분이라 말한 이가 일곱 명이 있는 것이다. 약 1/4...

유림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심산 김창숙의 자서전에 이렇게 나온다.

기미년 2월 벽서장 성태영이 서울서 보낸 편지를 받았는데 사연은 이러했다.

"광무황제의 인산을 삼월 초이틀에 거행하는데 그때 국내 인사들이 모종의 일을 일으키려 한다. 기운이 이미 성숙했으니 자네도 바로 상경하여 혹시 시기를 놓치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나는 마침 친환(부모의 병환)이 계셔서 떠나지 못하다가 그믐께서야 서울로 올라가니 벽서장이 나를 보고 말하였다.

"자네 왜 이제 오는가. 3월 1일에 조선 독립선언서를 발표할 참인데 자네는 서명할 기회를 벌써 놓쳤으니 안타깝네."



심산이 유림이 참여치 못하게 된 것을 한탄하고 통곡하자 유림 해사 김정호가 김창숙에게 이 치욕을 씻을 길을 도모하자고 말하였다. 그말에 심산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서울에 모인 유교인이 거의 수십만 명이다. 자네와 내가 함께 이들을 단결하도록 공작할 수 없을까? 참으로 단결만 한다면 유교의 부진함을 걱정할 것이 전혀 없다. 지금 손병희 등이 선언문을 발표해 국민을 고취시켰는데 국제적인 운동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손병희 등과 서로 호응해서 파리 평화회의에 대표를 파견하여 열국 대표들에게 호소해서 국제 여론을 확대시켜 우리의 독립을 인정받도록 한다면 우리 유림도 광복운동의 선구가 됨에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사실 이것은 3.1운동의 입안자들이 다 염두에 둔 것이었으나 비밀이 잘 지켜진 탓에 심산이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미 상해와 일본으로 문건들이 넘어간 뒤였으니...

심산은 즉시 유림의 거물들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거절한 사람도 있었지만 팔도에 각각 파견할 인사들을 선발하고 15일에 다시 서울에서 만나기로 한다. 이 일을 수행하다가 해사 김정호는 노상 강도를 만나 살해되기도 했다. 이때 유림에서 심산과는 별개로 역시 파리 평화회의에 보낼 문서를 만든 이들이 있었다.

의병장 출신 지산 김복한이 주도자였는데, 심산과 만나 서로 명단을 합치기로 한다. 심산은 면우 곽종석의 글을 받았고, 이에 양측 명단을 합치니 총 137명의 명단이 만들어졌다. 심산은 우여곡절 끝에 상해에 도착하는데, 그곳에서 신채호 등을 만나니, 이미 김규식을 대표로 해서 파리에 파견하였다는 말을 듣고 파리 행은 단념하고 우편으로 문건을 보내게 된다. 이것을 파리장서巴里長書라고 부른다. 면우 곽종석은 이 일로 체포되어 2년형을 선고 받았는데, 옥중에서 겪은 노고로 병보석으로 나오게 되었으나 곧 사망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때 간재 전우의 딴지가 있었다. 이것이 결국은 위에 나온 이상한 말의 단초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간재 전우는 나라가 망하자 정통 유학을 보존하여 나라를 되찾겠다고 말하고 섬에 들어가 나오지 않은 유학자다. 그는 심산이 벌이는 일에 대해 듣고 집요하게 반대를 표명했다. 그 이유는 이러했다.

"선비가 도를 위해 죽는 의리는 실로 머리 깎은 자들이 벌이는 복국운동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파리장서는 이적을 물리치기 위해 이적을 불러들이는 것으로 이는 척화를 하기 위해 또 다른 외세의 간섭을 자초하는 일이니 열강의 세력을 빌려 이들에게 호소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

그러니까 사실은 양반이 아니어서, 라는 이유는 아니고, 유교만 정통으로 보는 근본주의자가 하는 말인 셈이다. 그러니까 이런 딴지가 있었다는 것이 유림 전체를 싸잡아서 욕 먹이게 하는 일로 발전한 것 같다.

3.1운동의 여파로 등장한 파리장서 사건. 여기에 참여한 유림도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들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문건을 작성한 유림 대표 면우 곽종석은 병석에 있는 몸이었지만 몸을 사리지 않았고, 그 결과 목숨을 잃었다.

면우 곽종석은 김창숙이 찾아왔을 때 이렇게 말했다 한다.

"이 늙은이는 망국대부로서 늘 죽을 자리를 못 얻어 한하였는데 방금 전국 유림을 이끌고 천하 만국에 대의를 소리치게 되니 나도 죽을 자리를 얻게 되었다."

없는 일로 선조들 욕보이는 짓은 좀 안 했으면 좋겠다.

핑백

  • 초록불의 잡학다식 : 지옥으로 들어간 사람들 2013-03-01 14:44:34 #

    ... 서는 이런 포스팅들을 했었습니다. 민족대표 48인... [클릭] 이제 나는 죽었다 [클릭] 민족대표 33인 [클릭] 3.1 운동 민족대표 가입과 기타 등등 [클릭] 3.1 운동과 유림 [클릭] 이완용의 3.1 운동 경고문 [클릭] 일제의 심문을 받던 중 33인 중 1인인 이갑성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감옥에서 짐승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감옥 ... more

덧글

  • Allenait 2012/07/24 00:02 #

    ..이제는 별걸 갖고 다 까는군요
  • 초록불 2012/07/24 10:05 #

    그냥 조선이 싫다. 조선의 지배층이 싫다. 권력자는 권력을 놔도 싫다... 뭐 이런 이야기 같습니다.
  • 아자토스 2012/07/24 00:14 #

    분노의 세대
  • 초록불 2012/07/24 10:05 #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아자토스 2012/07/24 12:49 #

    Allenait 님의 말씀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지금 세대가 모두 분노하고 있다'라는 의미로 적었지만, 너무 짧아 내용 전달이 안됐네요.
  • 잠꾸러기 2012/07/24 00:26 #

    파리장서 사건은 학교 국사시간에 가르치지 않나요??
    교과서에서 본 기억이....

    별걸 가지고 다 까는군요.
  • 초록불 2012/07/24 10:05 #

    국사 과목을 들은 지 하도 오래 되서...-_-
  • 검은하늘 2012/07/28 01:12 #

    파리장서 사건이 뭔가요? 5년 전에 졸업할 때, 역사를 좋아해서 윤리, 국사, 한국근현대사, 세계사를 할 때 파리장서는 본 기억이 없는데요....(지금은 이과로 옮겨서 재수 중입니다만... -_-;;)
  • 잠꾸러기 2012/07/28 01:57 #

    이 포스팅 내용 그대로이며
    국내 독립운동가들이 파리에 독립청원서를 보내려고 시도했을때 유림도 따로 조직을 꾸려 청원서를 보내려 한 사건입니다.
    최근 근현대사 교과서들이 굉장히 두꺼워져서 귀퉁이에 사료처럼 있을텐데요??
    수능 문풀모의고사에도 출제된바 있는것으로 알고있고 한국사능력시험이나 각종 고시 등에는 단골 출제 메뉴입니다.

    읽기에 따라선 어느 출판사 교과서 몇페이지인지 언급하라는 뜻으로 비칩니다만...
  • 해색주 2012/07/24 00:28 #

    제가 졸업한 학교가 성균관대였고 실질적인 정신적 지주를 심산 김창숙 선생님이라서, 이런 이야기에는 정말 발끈하네요. 문제는 제가 개인적으로 유교+군사적인 한국의 문화를 별로 안좋아한다는 것. 정말 그냥 싫다고 까지만 않았으면 하네요, 그리고 항상 검색을 하는 습관을 가졌으면.
  • 초록불 2012/07/24 10:06 #

    저도 유교문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공자는 좋아하는 편이지만...

    심산 선생은 사표가 될만한 인물이죠. 일전에 포스팅했을 때도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놀랐습니다.
  • 토나이투 2012/07/24 00:28 #

    을사늑약당시 국권을 빼앗긴 억울함에 자결했던 정부 고관들까지 빅엿을 먹이는 전방위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있습니다

  • 초록불 2012/07/24 10:07 #

    이쯤 되면 까는 쪽도 종교적 신념에 의한 것처럼 보입니다.
  • 게드 2012/07/24 00:37 #

    독립운동에 나서서, 처벌받은 꽤 많은 사람들이 양반이라는 사실을 교육해야하는데말이죠..
  • 초록불 2012/07/24 10:08 #

    대한제국 시절 의병운동의 주축은 양반층이었죠.
  • 셔먼 2012/07/24 00:40 #

    어떻게든 시체팔이를 하려고 별 수작은 다 부리는군요. ㄱ=
  • 초록불 2012/07/24 10:08 #

    있는 사실만 가지고 까면 되는데 말이죠.
  • 아빠늑대 2012/07/24 01:35 #

    아응~ 이런 이야기 나올때 마다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김창숙 또한 친척 관계라...
  • 초록불 2012/07/24 10:08 #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 잠본이 2012/07/24 02:01 #

    역시 뭘 까기 전에 잘 알아보고 해야...
  • 초록불 2012/07/24 10:08 #

    그렇죠.
  • 듀란달 2012/07/24 09:16 #

    이 글을 읽으니 몸은 바짝 말랐되 눈빛만은 번갯불처럼 형형한 조선의 선비가 절로 떠오르는군요.
  • 초록불 2012/07/24 10:10 #

    간재 전우도 그런 옹고집 선비라고 볼 수는 있지. 구시대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사람이긴 해도 그 나름대로는결코 타협하지 않는 삶을 산 격이라... 나는 바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 루드라 2012/07/24 16:02 #

    까고 싶으면 뇌내망상만으로 까지말고 최소한 그 사람들이 뭘 어떻게 했는지 공부는 하고 까라고 말하고 싶군요.
  • 초록불 2012/07/25 23:57 #

    사실을 들어서 까려고 하면 깔 건 무진무궁하죠. 저런 짓 하지 않아도...
  • 진성당거사 2012/07/25 00:08 #

    알고도 모르는 척이 아니라면 이건 다 태클거는 작자들이 공부가 부족한 탓입니다.
  • 초록불 2012/07/25 23:58 #

    공부할 생각은 없고, 그냥 주워들은 이야기를 가지고 박박 우기기나 할 뿐이죠.
  • 파랑나리 2012/07/26 14:11 #

    조선까가 그냥 광신도에 불과한 걸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광신도가 남북에 널려 있다는 것입니다.
  • 초록불 2012/07/28 09:51 #

    씁쓸합니다.
  • 지크프리드 2012/07/27 18:09 #

    역시 무턱대고 까면 안된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는군요.
  • 초록불 2012/07/28 09:50 #

    어제 나온 뉴스도 아니고, 사실 관계가 다 있는 역사적 사건을 가지고 짐작으로 때리니 참...
  • 누군가의친구 2012/07/28 05:20 #

    김창숙의 경우 임시정부 수립에도 힘썼고 말입니다. 또한 이시기에 이승만 성토문을 방표하기도 합니다.(대략 이승만이 윌슨에게 위임통치를 청원한 것으로 인해.ㄱ-)
  • 초록불 2012/07/28 09:49 #

    대단한 분이죠.
  • 2012/07/28 08:3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7/28 09:5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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