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말 출판사 사태 *..문........화..*



기획회의 327호는 나라말 출판사 사태의 전말을 다루고 있다.

기획회의는 지난 호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를 비판하는 글을 실어서 매우 신선하게 읽었는데, 이번에도 모두들 쉬쉬거리기만 하는 문제를 콕 찝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한다.

나라말 출판사는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만든 출판사다. 한때 승승장구하며 잘 나갔는데, 갑자기 매각한다는 말이 돌더니 폐업을 해버렸다...고 알고 있었다. 아직 정확하게는 폐업이 되지 않은 상태인가보다.

나도 나라말 출판사와 약간 관련이 있다. 나라말 출판사에 깊이 관여한 두 분이 글틴의 기획위원이어서 자주 뵈었던 사이고(요새도 가끔 뵙는다), <청소년문학>에 내 글도 여러번 실렸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내놓은 책 중 하나에 깊이 관여한 적도 있다.

그래서 풍문으로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두 분이 모두 이번 호에 글을 실었다. 그리고 기획회의 편집부에서 쓴 '나라말 노사분규의 전말과 현황'을 읽어보면 이것 참, 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기획회의>는 나라말 노조와 전국국어교사모임 집행부, 제3자적 입장에 선 교사 등에게 원고 청탁을 했다. 하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전국모 집행부 측에서는 기획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제3자적 입장에 선 교사도 난감함을 표시했다. 노조 측으로부터도 거절을 당했다. "노조의 입장을 담은 글이 발표되면 작년말 언론노조의 중재로 회사 측과 체결한 합의를 위반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퇴직위로금으로 받은 5개월치 임금 반환소송에 시달리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 위 책, 35쪽

참, 서글픈 이야기다. 역시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나라말 사태는 2010년 10월 전국모가 당시 부대표를 새 대표로 내정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 36쪽

나라말의 대표는 회사 경영에 비판적인 노조원을 징계했고, 언론노조 산하 출판사 분회에서는 이에 연대성명을 내며 비판에 나섰다고 한다.

이 사태의 전말은 김주환 선생님이 쓴 '국어교육을 위한 출판사, 나라말의 영광과 좌절'을 같이 읽어야 이해가 될 것 같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한 데에는 석연치 않은 모임 내부의 인맥관계가 작용했다. 노사 갈등이 심화되던 시기의 출판사 대표는 모임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던 우리말교육연구소 김수업 소장의 딸이었고, 모임의 이사장은 김수업 소장의 제자였다. 모임과 출판사가 한 개인의 인맥으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 22쪽

그러면 노조 갈등의 이유는 뭐였을까?

나라말 출판사는 전문 경영인이 들어오면서 승승장구했으나 출판사 대표의 권한과 입지가 커지자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견제가 시작되었고, 대표를 쫓아낸 뒤에 새로운 대표가 선임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새 대표부의 부대표가 대표가 될 때 노조가 반대를 했다. 반대의 이유는...

1. 1억 원짜리 홈페이지 개편 사업과 전산 프로그램 구입 과정에 대표 내정자의 친구가 관련되어 있는 문제
2. 출판실무에 대한 비전문성
3. 독단적 출판사 운영
4. 노동자에 대한 해고 위협 등이었다. (위 책, 36쪽)

그 뒤 전국모는 사옥을 매각하고, 희망퇴직을 받기로 하고, 출판사 매각을 결정했다. 이 일들이 2개월 사이에 후다닥 진행되었던 것.

인수 출판사는 휴머니스트였다. 휴머니스트는 노조 때문에 인수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38쪽)

이상한 일은 계속 됐다. 인수 철회를 선언한 휴머니스트가 폐업하기로 한 나라말 출판사의 저자들과 출판계약을 맺기 시작하더니 대부분의 판권을 확보한 것이다. 출판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노조 정리가 고용승계의 전제조건이라며 인수를 거부한 회사가 전국모 집행부의 지원을 받아 판권을 확보한 것은 고용을 승계하지 않으려는 양측의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 39쪽

그 뒤 노조원들은 나라말 출판사를 새로 등록해서 운영하겠다고 양해를 구했고, 전국모 출판위원장은 알아서 하라고 했으나 막상 등록하자 저작권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를 했다고 한다. (40쪽) 이 소송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분회(준)의 강변구 씨가 쓴 글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있다.

나라말은 2009년 20억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17쪽) 왜 매각을 결정했는지는 아무도 이유를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나라말 경영진은 나라말 매각이 결렬된 것은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는데, 그 무리한 요구가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매각이 결렬되면서 거액의 매각 대금을 날려먹었다고 말하면서, 자기 출판사 저자들의 책을 그 출판사로 넘긴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 역시 그 내막은 알 수 없다는 것.

이 사태의 한 갈래에는 교사가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은 공무원 겸업 금지에 위배된다는 국회에서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한다. 강변구 씨의 글에는 이렇게 나온다.

그 즈음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꺼냈다. 결국 노조에게 있어 괴멸적 '오비이락'이 된 셈으로, 그때부터 많은 국어교사들은 노동조합이 싸움의 금도를 깼다는 악소문을 믿게 되었다. - 17쪽

그런데 위의 글은 2009년 이야기에서 바로 국정감사로 건너뛰고 있다. 실제 조전혁 의원이 문제 제기를 한 것은 2011년 11월 23일이다.

[경향신문] ‘전교조 저격수’ 조전혁, 국어교사모임 수사 의뢰 [클릭]

그리고 나라말 출판사의 협상 결렬과 폐업 결정은 이보다 앞선 10월 8일에 있었다.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분회 준비위원회] 나라말 이사회, 나라말 폐업결정 [클릭]

강변구 씨의 글은 짧게 쓰다 보니 약간 오해의 여지가 있게 작성된 것 같다. 위의 글을 보면 고용승계를 전제로 한 매각은 8월 27일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국정감사는 이런 문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나 역시 나라말 출판사 문제가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왜 이렇게 파국을 맞이했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내가 들렀을 때, 그토록 열정적으로 일하고, 좋은 책을 내기 위해 애쓰던 사람들이 기억날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행복한 결말을 맞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이 일에 결코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고 말씀하는 박상률 선생님의 글이 가슴에 남는다.


덧글

  • 2012/09/04 18:1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9/04 20:0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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