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를 이어 재상 되기 *..역........사..*



서신일徐神逸이란 사람이 신라 시대에 살았습니다. 어느날 집으로 등에 화살을 맞은 사슴 하나가 뛰어들어왔는데,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화살을 뽑고 숨겨주었죠. 사냥꾼이 핏자국을 따라왔다가 사슴을 찾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갔다. 그날 밤 서신일의 꿈에 신령이 나타났습니다.

"공이 구해준 사슴은 바로 제 아들입니다. 공의 도움으로 요행히 죽음을 면하였습니다. 향후 공의 자손들은 대대로 재상의 자리에 오를 것입니다."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지요. 서신일에게는 아들이 없었어요!

하지만 예언은 이루어져야 했습니다. (왜?) 그래서 서신일은 여든에 아들을 낳았어요!

아들의 이름은 필弼. 벼슬이 내의령에 이르렀고, 그 아들 희熙(바로 그 유명한 거란과의 담판을 치른 서희!)도 내사령(종1품)에, 그리고 아들 눌訥도 문하시랑이 되어 사슴신의 예언대로 대대로 재상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동물 하나 구해준 덕에 그냥 정승이 될 수 있다면 다소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통해현(지금의 영덕군)에 거북처럼 생긴 괴물이 조수에 밀려들어왔다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붙잡혔습니다.

이리 되어 맛있는 저녁이 되어버릴 뻔했으나, 이곳의 현령 박세통朴世通(이 사람은 안렴사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이 사람들을 말린 뒤에 배 두 척에 동아줄을 묶어서 거북 괴물을 바다 가운데로 끌어가서 놓아주었습니다. (대체 얼마나 큰 놈이었던 걸까요?)

그 날 밤, 박세통의 꿈에 역시 뭔가가 등장했습니다. 백발 노인이 나타난 것이죠.
백발이 있긴 있습니다!


"내 아들이 날씨를 가리지 않고 나가 놀다가 잡힌 바람에 하마터면 솥에 삶아질 뻔 했는데 공 덕택에 살아났으니 그 은덕이 실로 크나큽니다. 공과 공의 손자까지 재상에 오를 것입니다."

거북신선의 이야기대로 박세통과 아들 박홍무朴洪茂는 재상 지위까지 올랐는데, 손자인 박함朴瑊은 상장군(정3품) 벼슬까지 밖에 오르질 못했습니다. 당연히 박함은 열 받았지요.

열 받은 박함은 시를 지었습니다. (으잉?)







거북아, 거북아
잠만 자는 거냐!
삼대 재상 나온다더니
몽땅 뻥이었느냐!



모름지기 이런 협박 아니, 시라면 "구워서 먹으리라燔灼而喫也"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건데, 이렇게 약해서야...

하지만 거북이는 알뜰하게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날 밤 박함의 꿈에 등장했습니다.

"제가 배은망덕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공이 주색에 빠져서 스스로 복을 받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네. 며칠 후에 박함은 상장군에서 한 등급 높은 복야 벼슬에 오를 수 있었답니다.




아무튼 복을 주려고 해도 복을 받을 그릇이 되어야 된다는 것.

그러니까...

복 받을 그릇이 못 된 것 같으면 착한 일 하지 말라는 교훈이... (퍽!)

덧글

  • 잠본이 2012/09/16 19:08 #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됴흔 이야기
  • 네리아리 2012/09/16 19:10 #

    무슨 반전스토리...ㄱ-;;;
  • sonny 2012/09/16 19:13 #

    반전이 스팩터클...;;
  • 사발대사 2012/09/16 19:18 #

    나도 좋은 일 많이 했는데... 왜 내 꿈은 개꿈만....(철푸덕) ㅠ.ㅠ
  • 초록불 2012/09/17 00:14 #

    개 신령이 나타날지도 모릅... (후다닥)
  • dunkbear 2012/09/16 19:33 #

    이거슨 좋은 반전입니다!!!
  • 동사서독 2012/09/16 19:49 #

    신립 장군이었나 여인을 구해줬는데 자기 데리고 살라는 여인의 부탁을 거절했다가 그 여인이 자결을 하고 그 업보로 인해 탄금대에서 죽었다나 뭐라나 하는 얘기도 생각이 나네요.
  • 漁夫 2012/09/16 20:43 #

    ....... 여인을 구해줘도 안 되겠다는 중요한 교훈이 ........
  • 셔먼 2012/09/16 20:03 #

    저는 착한 일 해서는 안 되겠군요(...).
  • 초록불 2012/09/17 00:15 #

    아니, 그러니까 그런 결론이 나오면 안 된다능...
  • 앨런비 2012/09/16 21:20 #

    엄허 우리 조상님 ㄷㄷ
  • 초록불 2012/09/17 00:14 #

    조상님이 레전드...
  • Warfare Archaeology 2012/09/17 18:23 #

    ㅋㅋㅋㅋㅋㅋ
  • 놀자판대장 2012/09/19 11:01 #

    ㅋㅋㅋㅋㅋㅋㅋㅋ
  • Warfare Archaeology 2012/09/17 00:08 #

    반전 스토린데요. ㅎㅎㅎㅎㅎ
  • 초록불 2012/09/17 00:15 #

    反戰 스토리... 어라?
  • 원더바 2012/09/17 00:17 #

    안들어주면 협박까지 하다니 역시 우리 조상님들은 대단합니다(..)
  • 초록불 2012/09/17 00:20 #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는 정신력의 조상님들인지라... (^^)
  • 을파소 2012/09/17 06:33 #

    그러니까 분쟁의 소지가 없게 애초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이 일화에서는 '능력과 인품에 맞게 벼슬을 준다'라는 말이 없었으므르 소송 시 거북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북이도 그걸 알기 때문에 따지니까 상장군이라도 챙겨 줄 걸 겁니다.(응?)
  • 초록불 2012/09/17 19:54 #

    아니, 이런 깨알 같은 태클이...^^
  • 한도사 2012/09/17 10:05 #

    저는 계속 나쁜놈으로 살렵니다. 착한척 해도 잘되지 않을게 뻔하니...
  • 초록불 2012/09/17 19:54 #

    글쎄, 결론이 그 쪽으로 가면 안 된다니까요...^^
  • moduru 2012/09/17 16:39 #

    고려시대는 조선시대보다 재상의 범주가 의외로 넓어서 이게 가능한 것도 있네요.
  • 초록불 2012/09/17 19:55 #

    둘 다 고려시대 일화라서 비교도 되고 좋습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2/09/17 22:57 #

    저는 그런거 필요없으니 로또 대박을!!!...(...)

    PS: 그러저나 저런 상황이 현대에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도심에 사슴같은게 뛰어놀리는 없고.ㄱ-
  • 초록불 2012/09/18 11:10 #

    길냥이를 구합니다~
  • young026 2012/09/20 02:32 #

    서필이 901년생이니 서신일은 '고려시대 사람'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죠.^^;
  • 초록불 2012/09/20 09:55 #

    그, 그렇군요... 후손들이 고려에서 벼슬을 햇다고 서신일이 고려 사람은 아니죠. 수정하겠습니다.
  • 2012/09/20 13:5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9/20 15:1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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