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실망 - 메리다와 마법의 숲 *..문........화..*



대실망인 관계로 이하 내용은 스포일러 만땅입니다. 꼭 보고 싶으신 분은 이 포스팅 내용은 패스하세요. 정말 아리에티 이후에 이렇게 실망한 애니메이션이 없군요. 그래도 아리에티보다는 좀 낫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잡스에 대한 추모사가 지나가는데, 잡스 사망이 픽사에게서 창의력이라도 앗아갔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군요. 물론 그럴 리야 없겠지만.

그림은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 엘리노어 여왕.

위 캡처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메리다라기 보다는 엘리노어 여왕입니다. 영화를 모두 보고나면 이 영화의 주제는,

- 엄마 말은 진리!
- 엄마 말을 잘 들으면 만사가 해피 엔딩!
- 엄마는 언제나 자식을 위해 희생해!
- 엄마와 싸우면 내가 나쁜 거야!

뭐,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문제는 이게 감동적으로 전달되면 말썽꾸러기 자식과 같이 보면 되겠지만... 70년대 신파 영화보다도 못하니 문제.

한 번 스토리 구조를 살펴볼까요?

왕인 아버지는 딸인 메리다에게 활을 선물하는데, 왕비는 질색을 합니다. 제법 멋지게 활을 쏘는 메리다. 그리고 그 활을 주으러 갔다가 운명의 윌-오-위스프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나타난 악당 회색곰!

여기서 시간을 건너 뜁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제약을 당하는 메리다 공주. 사실 남자 못지 않게 활발하고 용감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작 장면이 있습니다. 뻔한 이야기같지만 이런 시작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활을 줬던 아빠의 모습은 이후 등장하지 않는군요. 왜 첫 씬에 넣어두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아빠는 영화 내내 성장하지 않습니다.

성에 돌아온 메리다는 결혼 명령을 받습니다. 당연히 펄쩍 뛰지만, 사실 왜 그렇게 펄쩍 뛰는지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바라고 있는 어떤 꿈이, 이 결혼으로 무산된다든가 하는 복선이 없어요. 꿈이 없는 세대를 풍자하고 있는 건가요? (농담입니다.)

그리고 궁술로 신랑후보군을 제압. 본인의 무위를 떨치는 것은 좋지만, 이 놀라운 궁술... 이후 전개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단 한 번도! 대체 이런 특기는 왜 만들었나요?

엄마와 결혼 문제로 대판 싸우고 엄마의 태피스트리를 망쳐먹은 뒤에 숲속에서 다시 만난 윌-오-위스프를 따라갔다가 마녀를 만납니다. 마녀에게 엄마를 바꿔달라는 부탁을 하고 파이를 하나 받아오지요. 여기까지도 그저 우연의 연속. 이 마녀는 알고보면 사람을 곰으로 만드는 재주 이외에 뭘 가졌는지 모르겠는데, 왜 그런 짓을 하고 다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야기 전개를 위해 그냥 집어넣은 캐릭터.

그리고 딸 덕분에 곰이 되어버린 엄마. 하지만 여전히 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엄마 파이팅!) 그리고 사람들에게 쫓겨서 숲으로 달아나고, 숲에서 어쩌다보니(엄마가 길을 찾아서) 발견한 마녀의 집. 그리고 마녀의 집에서 아무 시련도 없이 문제 해결의 단서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 사이에 옛 왕국의 전설과 아빠의 발을 먹어버린 곰의 정체를 어쩌다보니 알아내는데 여기에 있는 복선도 엄마가 들려준 옛날이야기와 교훈이라는 게 함정이죠.)

마녀의 집에서 해결책도 대번에 알아내고 성으로 돌아오지요. 유일한 시련은 사람들이 득실대는 홀을 통과하는 것인데, 여기서도 메리다는 본신의 능력이나 노력이 아니라 곰이 된 엄마의 지시를 따라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합니다. (이 설득에 동원되는 것이 엄마가 들려준 옛날이야기와 전설. 듣고 있어봐도 사람들이 왜 설득이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때까지 자기 개성을 등장시켜본 적이 없는 왕자들이 갑자기 주체성을 되찾는 장면은 코메디라고도 할 수 없고...

그러다가 곰을 발견한 사람들의 추격으로 엄마는 숲으로 달아나고 결국 포박당하는 신세. 아빠의 손에 죽으려는 찰나 - 이게 스코틀랜드 이야기야, 그리스 신화야...- 메리다가 간신히 구해내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사이에 난데없이 여길 습격하는 괴물곰!

그리고 메리다가 위기에 처하자 포박을 끊고 괴물곰에게 달려드는 엄마곰! - 똘이장군 만화보는 줄 알았음...

결국 엄마곰은 괴물곰을 무찌르고(그동안 메리다는 구경만...), 마법의 시간이 다 되었는데 사람으로 변하지 않는 엄마곰. 이후 너무나 뻔한 정석대로 메리다가 사과하고 엉엉 울자 사람이 된 엄마.

그래서 해피엔딩.

필연성 없는 악당 캐릭터로는 이야기를 꾸려나갈 수 없다는 산 증거로 남으리!





조조로 봐서 그나마 다행.

이런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통과되어서 애니메이션화 되었는지 알 수가 없음.

픽사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보면서 반성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덧글

  • 잠본이 2012/10/01 13:29 #

    엄마곰 최강전설 ~메리다는 거들뿐~ 으로 제목 바꿔야겠군요(...)
  • 초록불 2012/10/01 15:12 #

    제목을 뭘로 바꿔도 센스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을 본체...
  • 지브닉 2012/10/01 14:17 #

    진짜재미없었어요 이게과연 픽사애니메이션 맞나 싶을정도
  • 초록불 2012/10/01 15:13 #

    잡스가 픽사에 영감을 주고 있었던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이 되더군요.
  • 셔먼 2012/10/01 14:35 #

    픽사 제작진 소재가 고갈되었나....요즘 왜 이럴까요?
  • 초록불 2012/10/01 15:13 #

    잡스를 부활시켜야... (퍽!)
  • 코론 2012/10/01 14:46 #

    애니밸리에서 어느 분이 진짜 줄기차게 홍보하던데...음...
  • 초록불 2012/10/01 15:13 #

    허걱...
  • 루드라 2012/10/01 15:03 #

    카2보다 더 나쁜가 보네요. -_-
  • 초록불 2012/10/01 15:13 #

    카2는 이미 카에서 망한 걸 봤기 때문에 보지 않았습니다.
  • 크롬지붕 2012/10/01 15:09 #

    다행히 기내영화로 해줘서 봤습니다만 역시 대실망이었습니다. 아마 미국에서 흥행성적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을듯. 그러니 벌써 디비디로 나온 작품이 한국에 이제 걸린것이겠죠. 아마 추석대목 노리고 한번 낚아보려는 심정이었는지도...마비다의 빨간머리 캐릭터는 참 아깝더군요.
  • 초록불 2012/10/01 15:14 #

    추석에 볼 영화가 없어요...ㅠ.ㅠ
  • 2012/10/01 15:22 #

    픽사에서 낸 최악의 작품은 <카> 시리즈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 생각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게 만들더군요. 이거 볼 시간에 토이 스토리 3나 한 번 더 볼 걸 그랬습니다.
    그냥 앞에 나오는 단편 보고 나갔으면 차라리 실망이 덜 했을 것 같습니다.
    아, 메리다 머릿결은 참 아름다웠는데.

    다 보고나서 부모님께 너무 유치했다고 그랬는데, 애니메이션이니까 유치한 건 당연한 게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언제 한 번 <업>이라도 보여드려야지.
  • 초록불 2012/10/01 16:49 #

    토이스토리3을 만든 사람들 어디 갔나요...
  • 기현 2012/10/01 16:19 #

    3D로 볼 예정인데 아무래도 3D 자막을 주장한 그 사람에게 극장비 물어내라 해야 할 거 같군요...
  • 초록불 2012/10/01 16:50 #

    3D를 의식해서 꾸며넣은 장면들이 좀 있습니다. (3D로 보지 않았지만 능히 짐작이 됩니다..)
  • 단팥 2012/10/01 18:54 #

    사촌동생들에게 이끌려 가서 보는 내내 주인공때문에 깊은 빡침을 느꼈다죠 ㅋㅋㅋㅋㅋ 하는것도 없고 책임감도 없고ㅋㅋ엉엉울기만 하고 ㅋㅋㅋㅋㅋㅋ걍 찢어진 담요 꿰맨게 실질적으로 한 일이더군요 ㅎㅎㅎ
  • 초록불 2012/10/02 09:27 #

    정말 담요에서라도 무슨 비밀이 있을까 했지요. 이건 뭐...
  • 솔롱고스 2012/10/01 23:40 #

    글에서 실망하는 기색이 확연합니다. 초록불님이 이렇게까지 악평을 단단히 할 정도다면, 웬지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봐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낱낱이 분석한다. 이 목적이 없다면 말입니다.
  • 초록불 2012/10/02 09:27 #

    픽사에게 이렇게 실망하기도 참...
  • 위장효과 2012/10/02 09:20 #

    애들조차 별로라면서 광해: 왕이 된 남자 보자고 할 정도니 뭐...
  • 초록불 2012/10/02 09:27 #

    광해는 19금 아니던가요? 그나저나 광해도 표절 시비가 붙었더군요.
  • 위장효과 2012/10/02 10:02 #

    아...케빈 클라인, 시고니 위버, 프랭크 란젤라 주연의 영화 "데이브"말씀이신거죠?

    사실 플롯이 비슷하죠. 영화 데이브에서도 대통령이 바람피우기 위해서 대역 찾는데서부터 줄거리가 시작되고 대통령 부부사이 나쁜 거라든가 비서실장-도승지가 딱 비서실장이네 그려^^-이 대역의 퍼핏 마스터가 되는 거에 영부인이 대역의 정체를 알게 되는 장면이라든가 대통령 경호하는 시크릿 서비스 요원이 마지막에 주인공의 시의원 후보 사무실에서도 경호원으로 나타나는 마지막 장면등등...유사한 부분들이 상당합니다.

    그렇긴 한데 이게 다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를 모티브로 한 건데 그렇다고 다 표절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 초록불 2012/10/02 10:19 #

    최종병기 활도 아포칼립토 표절이라고 시끄러웠는데, 플롯의 표절은 표절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풍조가 있어서 그렇긴 합니다만, 뒷맛이 쓴 건 사실이네요.
  • 데니스 2012/10/02 11:15 #

    이영화는 어쩌면 영국식 영어권만을 위한 영화라고도 보여집니다.
    특히나 본영화의 백미는 등장인물들의 스코티식 엔센트 회화들인데 아무래도 영어권이 아니면 이해하기부터 힘들수 있으니. ㅡ,,ㅡ
    더구나 등장하는 어른 캐릭터들의 만담같은 말의 유머가 큰비중인데 이게 번역이나 더빙으로 어려울꺼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긴 지난 7월달 텀방학때 아이들 보여줬는데 나중에 큰곰 나올때 무서워 한거 빼곤 깔깔 거리며 재밋게 보더군요. 역시 이곳서 태어나고 자란 녀석들인지... ㅡ,,ㅡ
  • 초록불 2012/10/02 12:39 #

    그런 개그 코드는 확실히 번역으로는 충족되지 않겠네요. 번역에서 이상하게 느낀 부분들이 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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