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인물됨 *..문........화..*



왕도의 개 3 - 10점
야스히코 요시카즈 지음/미우(대원씨아이)


『왕도의 개』는 전 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재미있는 시대극화이다. 대학 시절 나는 김옥균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어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조사 중에 내 한계를 느껴 결국 소설화하지는 못했다. 그 무렵 말도 안되는 엉터리 지식을 가지고 김옥균에 대해 쓴 소설이 무슨 상인가를 탄 적이 있다. 기본적인 자료 조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홍종우가 젊은 청년으로 나오는 것에서도 금방 알 수 있다. 그 소설의 지은이는 홍종우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김옥균을 죽인 자객이라고만 알았을 뿐. 그에 반해서 이 만화에서는 김옥균을 죽이기 전에 홍종우가 한복을 입는 장면, 김옥균에게 쏜 세 발의 총성까지 세밀히 구현하고 있다. 여기서 홍종우는 그저 엑스트라로 등장할 뿐인데도... 물론 작가가 할애할 지면은 없었겠지만 이 만화의 지은이도 홍종우가 조선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이라는 사실은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

엉뚱한 이야기로 흘렀다.

이 만화에서 감탄한 부분은 김옥균에 대한 평가도, 전봉준의 등장도, 손문의 활약도 아닌 3권 151쪽에 나오는 카츠 카이슈라는 노정객의 한 마디였다. 옮기자면 이렇다.

"중요한 것은 인물됨이다. 하는 말이나 속한 당파 같은 것들은 상관없지. 암. 주의주장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됨됨이란 바뀌는 법이 없으니 말이올시다."

뭐랄까, 천성은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말과 비슷하달까?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겠다.

나도 그럭저럭 많이 살아오면서 사람에 대해서 느끼는 것이라면 바로 저 말이라 하겠다. 지금 내게 이익을 준다 해도 천성이 비루한 사람과 친하게 되면 결국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런 사람을 본다면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 좋다. 뭔가 어쩔 수 없다면 기브 앤 테이크를 분명히 해두는 것이 낫다.

다행이라면 뭐랄까, 그런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았음이라 할까... 알고보면 나 자신이 사귐이 짧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하지만 됨됨이가 괜찮은 사람이라면 뭔가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해도 적극적으로 사귀어 두는 것이 좋다. 사람은 다른 의견으로부터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사족]
만화는 강추. 이 시대 일본역사에 어두워서 어느 정도 각색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주제의식만으로 충분히 읽어볼만 한 만화다.

뭔가 애매해서 밸리행은 선택하지 않음.

덧글

  • 검은하늘 2012/12/03 23:10 #

    다행이라면 뭐랄까, 그런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았음이라 할까...라는 부분과 지금까지 제가 본 결과로는 좋은 인생이 사셨네요. 부럽습니다.....
  • 초록불 2012/12/05 00:13 #

    검은하늘님은 인생이 창창히 남았으니 아직 부러울 일이 아닙니다...^^
  • 2012/12/03 23:1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2/05 00:1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12/03 23:2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2/05 00:1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셸먼 2012/12/03 23:41 #

    조기완결작을 가필한 것이라 그런지 역시 4권에서는 흐름이 너무 빨라, 앞권만큼의 재미는 없었어요. 그래도 돈 낸 만큼은 하고도 남을 책이었습니다.
  • 초록불 2012/12/05 00:15 #

    저는 이야기 전개가 빠른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더 길어도 괜찮긴 했겠지만...
  • 솔롱고스 2012/12/04 00:03 #

    파랗게 쓰인 문구. 여기에 나타난 정수를 잊지 않습니다. 잊더라도 다시 찾아 계속 기억합니다. 그만큼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이야기) 왕도의 개. 초록불님부터 적극 추천하시니까 반드시 삽니다. 추천이 없더라도 살 이유가 있으니까 살 마음이 있었지만요. 일본인이 살피는 그 시대상은 어떠했을까. <환빠>처럼 얘기가 아예 통하지 않는 <극우 수꼴>이나 간교하기 그지없는 <우익>이 장악된지 오래인 일본에서 이런 공정한 시야로 나타낸 작품에 나온 점에 감탄한다. 이런 인식이 있으니까요. 살까말까 머뭇거리다가 초록불님이 쓰신 이 얘기를 보고 사고싶은 마음을 확실하게 굳힙니다. 살 때가 언제인가. 이를 기약하지 못하지만요.
  • 초록불 2012/12/05 00:15 #

    일본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스펙트럼은 폭이 꽤나 넓다고 생각해요. 배워야 할 점입니다.
  • Fedaykin 2012/12/04 00:13 #

    저런 소설..도 아니고 만화가 나올 수 있다는것 자체가 일본의 문화적 성숙도를 보여주는것 같아서 좀 많이 부러웠습니다.
  • 초록불 2012/12/05 00:16 #

    그렇습니다. 최근에 저는 제 개인 문제기는 하지만 이런 면에서 실패를 경험해서 더 씁쓸한 기분이군요.
  • 아빠늑대 2012/12/04 02:14 #

    하지만 역시 뒤에 저자의 글에서 나온것 처럼... 인기가 별로 없다보니 너무 서둘러 끝낸 감이 없지않습니다
  • 초록불 2012/12/05 00:17 #

    저는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뒷 이야기가 더 있기를 바라시는 건지, 중간 과정이 더 있기를 바라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 가면대공 2012/12/04 11:22 #

    제가 역사소설을 잘 읽지 않으려는 것도... 뭐... 예... 말하기 어렵네요-0-;
  • 초록불 2012/12/05 00:17 #

    역사소설을 여러 편 낸 사람으로서 이런 말씀은... 으윽...
  • 가면대공 2012/12/05 00:47 #

    그래도 초록불님이 잡담으로 얘기해주시는 역사 이야기는 정말 재밌어요. 그것 때문에 여기 링크했을 정도로 재미있어요. ㅎㅅㅎ
  • 초록불 2012/12/05 00:47 #

    감사합니다.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블로그의 목적 중 하나입니다...^^
  • rumic71 2012/12/04 13:52 #

    카쓰 카이슈가 사이고 타카모리에게 에도성문 열어준 뒤로는 어떻게 되었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냥저냥 잘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제자인 료마를 능가하는 실용주의자라.
  • 초록불 2012/12/05 00:18 #

    바로 그런 면이 잘 그려진 것 같습니다.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 셔먼 2012/12/04 21:18 #

    정말 4권으로 끝내기엔 너무 아까운 작품이었습니다.
  • 초록불 2012/12/05 00:18 #

    아무리 일본이라도 이 이상은 무리...였다는 걸까요?
  • 셸먼 2012/12/05 00:27 #

    그러고보니 작가 후기의 절반 가량을 자기 작품을 깐 비평가를 또 까는대 할애하는 패기도 놀라웠죠. 그러니까 이런 만화를 그릴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 초록불 2012/12/05 00:29 #

    원래 작가들은 자뻑기질이 '갑'이어야 될 수 있는 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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