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빌리기도 어려워 *..역........사..*



보통 송시열 때문에 가려져 있는 사람으로 송준길이라는 양반이 있습니다. 송시열과 동문수학했고 당대의 명성을 같이 누린 사람이죠.

대학자니만큼 당연히 책도 많이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이 시절에는 책이 좀 귀한 편이었죠. 따라서 어느 집에 책이 있다고 하면 염치불구하고 빌려가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대학자의 서재는 도서관도 겸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송준길은 책을 빌려갔다가 되돌아오면 그 책을 꼼꼼히 살펴보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책이 어디 망가졌는지 보는 것이 아니라, 덜 망가진 것을 보았습니다.

책을 빌려간 사람이 그 책을 열심히 읽었다면 책에 보풀이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옛날 책들은 한지로 만든 것이니까요. 송준길은 책에 보풀이 일어났는지 살펴보고, 보풀이 일지 않았다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고 야단치고 다시 가져가게 했습니다. 제대로 읽고 다시 오라는 거죠.

자, 이제 송준길에게 책을 빌리면 무조건 열심히 읽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어디 이런가요.

씨가 안 먹힌다면 날조뿐이죠...^^;;

책을 빌려다가 안 읽고 허송세월하던 친구는, 결국 반납하러 가기 전에 책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발로 밟고, 깔고 눕고 등등을 한 끝에 헌책을 만들어서 마치 잘 읽은 척 반납했었답니다.






사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3주간 허송세월하다가 반납한 게 찔려서 쓰는 포스팅이랄까요... (먼산)


덧글

  • 怪人 2012/12/03 23:35 #

    그러고보니 권중달 교수님의 자치통감을 빌려다놓고 기말기간이라 핑계대면서 먼지만 묵혔네요 -_-)
    만화책은 잘 읽고있는데...부끄러워라.
  • 검은하늘 2012/12/03 23:35 #

    !!! 대단하신 분이군요. 그 친구도 좀 웃깁니다만...

    근데 당시에 책이란 게 내용도 한정되어 있지 않았나요? 책이 그렇게 많았나(?!)
  • 2012/12/03 23:3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을파소 2012/12/03 23:45 #

    현대에 수학의 정석 옆면의 앞부분 몇 밀리만 까만 것을 보고 "아, 이 놈은 집합만 공부하였구나."라고 걸 아는 거와 비슷한 가 보군요.
  • 검은하늘 2012/12/04 00:04 #

    어떤 참고서든지 앞부분만 너덜너덜.... 뒷쪽은 완전 새거..
  • 부여 2012/12/04 00:55 #

    책은 3년 묵혀야 제맛 아닙니까.
    저도 요즘 게을러졌는지, 책을 빌려놓고 안 보게 되어서...
  • 초록불 2012/12/05 00:19 #

    헐헐... 제 방에는 10년 넘게 묵고 있는 책도 많다는... (퍽!)
  • 아빠늑대 2012/12/04 02:13 #

    그래도 요즘 책은 그러지 말기를...
    책방도 아니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그것도 소설이나 가십 서적도 아닌 책에 코딱지나 핏물은 너무 하잖아요~
  • 초록불 2012/12/05 00:19 #

    크헉...
  • 천하귀남 2012/12/04 08:00 #

    지역도서관의 전체적으로 골고루 밑줄쳐진걸 보면 이렇게 꼼꼼히 보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질 지경입니다. ^^;
  • 초록불 2012/12/05 00:19 #

    도서관 책은 자기 책이 아닌데 왜 그런 간단한 이치도 모르는 걸까요...
  • 零丁洋 2012/12/04 11:34 #

    공자의 위편삼절이 생각나는 군요.^^
  • 초록불 2012/12/05 00:19 #

    뭔가 맥이 닿기도 하고...
  • 액시움 2012/12/04 12:35 #

    조선 지식인의 독서 노트란 책에서도 봤는데 역시 예나 지금이나 후달리면 야바위 치기는 한민족, 아니 인류의 전통...(...)
  • 초록불 2012/12/05 00:20 #

    인간이란 속성이죠...^^
  • sharkman 2012/12/04 22:34 #

    제가 아는 사람들은 책을 읽기위해서 장갑을 끼고 책을 30도 이상 펼치지 않고 비닐 커버를 씌우고 그리고 같은 책을 3권 사서 하나는 소장용 하나는 전시용 하나는 실용으로 쓰는 인간들.
  • 초록불 2012/12/05 00:20 #

    오오, 작가 입장에서 매우 바람직한 분들입니다.
  • 셔먼 2012/12/04 23:08 #

    저는 여름방학 때 한 달 가까이 책을 반납하지 않아서 개학 후에도 3일동안 대출을 못했죠.;
  • 초록불 2012/12/05 00:20 #

    그런 일이 종종 있죠.
  • 死海文書 2012/12/05 13:17 #

    그래도 쌓아두면 언젠가는 읽게 되더라고요. 그 기간이 최소 3시간에서 연 단위까지 벌어져서 문제지...
  • 초록불 2012/12/05 13:42 #

    후후... 십년 단위인 이 몸으로서는... (먼산)
  • 死海文書 2012/12/05 13:43 #

    10년 만에 읽는 책도 그 맛이 각별할 거 같네요. 어쩐지 추억의 음식을 다 커서 사먹는 상상이 떠오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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