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형벌 *..역........사..*



형벌이라고 하면 '오형'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오형五刑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형벌인데, 고대와 조선 시대의 오형은 서로 다릅니다. 이 때문에 좀 혼동이 오기도 하지요. 서경書經에 나오는 오형은,

(1) 묵형墨刑 : 몸에 문신을 새기는 것으로 죄목을 얼굴에 새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의형劓刑 : '의'자의 한자를 보면 코 비鼻자에 칼 도刀자를 합해 놓은 것입니다. '코벨 의'자랍니다. 말 그대로 코를 베는 형.
(3) 비형剕刑 : 발 뒤꿈치를 베어버리는 형입니다.
(4) 궁형宮刑 : 성기를 없애버리는 형입니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이 당한 것으로 유명하죠.
(5) 대벽大辟 : 사형입니다.

이렇게 고대의 오형은 신체절단형들이어서 이것을 육형肉刑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형벌은 명나라의 대명률大明律을 따르기 때문에 이 육형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조선의 오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태형笞刑 : 작은 막대로 볼기를 치는 형벌입니다. 5등급을 10대씩 올라가서 50대가 최고입니다. 길이 3척5촌(105cm)의 막대로 때리는데 남자는 엉덩이를 까고, 여자는 속옷을 입힌 채 때렸습니다. 이 막대는 옹이나 눈을 제거하여 매끈하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런 부분 때문에 의도치 않은 상처를 입히지 않게 하는 배려였죠.
(2) 장형杖刑 : 흔히 말하는 곤장을 쳐라, 라고 하는 것이 이 장형입니다. 60대부터 시작하고 역시 5등급이어서 최대 100대가 됩니다. 장 100대를 맞으면 대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하죠. 막대는 길이는 태형의 것과 같지만 더 두꺼운 놈으로 때립니다. 태형이나 장형에 사용되는 막대는 모두 가시나무[荊木]로 만들게 되어있는데, 정말 그 나무만 썼을지는 모르겠네요. 가시나무는 매우 단단한 나무라 하니 곤장 용으로는 적당했겠습니다.
(3) 도형徒刑 : 노역을 시키는 형벌인데, 단지 노역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장형과 병행해서 처벌이 내려집니다. 1년이 최저단위고 이후 6개월씩 붙어서 최고 3년까지 처벌이 내려지는데 1년에는 장 60대가 붙습니다. 당연히 3년형에는 장100대가 붙는 거죠.
(4) 유형流刑 : 멀리 귀양을 보내는 것으로 3단계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모두 장100대가 붙습니다. 2천리 유배, 2천5백리 유배, 3천리 유배의 순입니다. 사실 조선은 서울을 기점으로 보면 어디로 보내도 3천리를 보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세종대왕 때 대충 이 정도 가면 유형 규정에 맞는 걸로 하자는 '배소상정법配所詳定法'을 만들어 놓습니다.
(5) 사형死刑 : 여기에는 목을 매다는 교형絞刑과 목을 베는 참형斬刑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형벌이 이것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형에도 사약을 내리는 사사賜死와 사지를 찢어죽이는 능지처사凌遲處死가 있었죠.

사형은 추분과 춘분 사이, 그러니까 겨울철에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사형수라 해도 오래 목숨을 부지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요. 그러다가 재수 좋게 대사면이라도 만나면 살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극악무도한 범죄인 십악十惡에는 이런 기회를 주지 않고 즉시 처벌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면도 하면 안 됩니다.

십악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반謀反 : 십악 중에서도 최상으로 반역죄를 가리킵니다.
모대역謀大逆 : 대역무도한 놈...이라는 말에 나오죠. 종묘, 산릉, 궁궐 따위를 범하는 죄를 가리킵니다.
모반謀叛 : 첫번째 나온 모반과는 한자가 다릅니다. 다른 나라와 몰래 통하여 반역을 도모한 것을 가리킵니다.
악역惡逆 : 부모나 친족에 대한 살해 또는 구타 죄입니다.
부도不道 : 죽여야 할 죄가 없는 한 집안의 사람 셋을 살해하거나, 타인의 사지를 찢거나, 산 사람의 귀·코·창자 등을 베어 내거나, 독충의 독기나 독액 등으로 남을 해치러 들거나, 남을 저주하는 죄를 가리킵니다.
대불경大不敬 : 종묘・능의 제사에 쓰는 물건 또는 임금의 수레·옷 등을 훔치거나 어인御印을 훔치고 위조하는 죄, 임금에게 올리는 약을 잘못 조제하는 일, 임금이 타는 배를 튼튼하게 만들지 않은 죄, 임금에게 공손하지 않은 것 등등을 가리킵니다.
불효不孝 : 이건 설명할 필요가 없겠네요. 효도하지 않는 거죠.
불목不睦 : 친척 사이에 화목하지 않은 죄입니다.
불의不義 : 관내 백성이 소속 관장官長을 살해한 행위, 군사가 소속 장관將官을 살해한 행위, 인리人吏·군졸軍卒이 소속 5품 이상을 살해한 행위, 남편의 죽음을 숨기고 발상發喪하지 않은 행위, 초상 기간 중 상복을 함부로 다루거나 벗어버린 행위, 초상 기간 중에 개가한 행위 등을 가리킵니다.
내란內亂 : 내란이면 반역 행위 아닌가, 하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서 내란은 근친상간을 가리킵니다.


덧글

  • Allenait 2013/02/21 23:19 #

    저런 묵형, 의형 등은 그렇다 쳐도 궁형은 여자에게는 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다른 걸로 대치했나요?
  • 초록불 2013/02/21 23:23 #

    여자는 질을 폐쇄했다고 합니다. 남자는 거세, 여자는 유폐...라고 불렀다죠. 표현을 바꿔놓았습니다.
  • Allenait 2013/02/21 23:26 #

    ...폐쇄..(...) 왠지 섬뜩하네요
  • 놀자판대장 2013/02/22 01:47 #

    폐쇄... 어우;;;;;;;;
  • 위장효과 2013/02/22 07:16 #

    그 폐쇄를 어떤 식으로 했을런지 그게 제일 궁금합니다.

    톨스토이의 부활인가? 에 보면 카츄샤의 감방동기중 한 여자는 같이 사는 남자가 친구들하고 같이 그녀의 외음부에 산을 바르고 그녀가 괴로워하는 보면서 좋아했더라...는 경험담을 털어놓지요. 그런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더라는...

    (부활 완역본 읽을 때 처음 충격 먹은 부분...)
  • 셔먼 2013/02/21 23:34 #

    여성에게 궁형을 실시하면 그 후 생리할 때 아주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겠네요.;
  • 초록불 2013/02/21 23:52 #

    유폐의 방법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마도 생리를 하지 않게 되었을 겁니다.
  • 토나이투 2013/02/22 01:20 #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허리를 배는 요참이나 세간에(?) 널리알려진 팽형도 알고싶네요...얼마나 했으려나 이거...
    묵형의 경우는 영조대에 금지한것으로 알고있는데 가물가물하네요
  • 초록불 2013/02/22 08:19 #

    조선시대에는 요참형은 실시되지 않은 걸로 압니다. (찾아 본 건 아니고...) 팽형은 조선 시대에는 명예형으로 처해졌다고 하더군요. 실제 삶는 건 아니지만 팽형에 처해지면 죽은 사람 취급을 했다고...
  • 토나이투 2013/02/22 09:49 #

    그러고보니 불효를 저지른 사람의 집은 고을에서 그 집을 철거후에 그자리에 연못을 만들었다는 내용을 본적이있습니다
    맹꽁이 서당 작가분 책으로 기억합니다
  • 홍차도둑 2013/02/23 03:29 #

    삶는것은 아니고 호패를 솥에 넣고 불을 때우고 “삶았음”이 팽형입니다. 호패가 타버렸으니 죽은 사람 취급을 하는...요즘으로 하면 주민등록 말소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거였답니다
  • 놀자판대장 2013/02/22 01:54 #

    아버지를 살해해서 자기 자신은 물론이요 같은 고을에 같이 살던 사람들에게까지 민폐를 끼칠 뻔한 사람이 아버지가 밥상에서 잔소리를 했다는 게 밝혀지자 목숨은 건졌다는 썰도 보았는데... 이런 형벌 관련 글은 언제 봐도 흥미롭습니다.
  • 초록불 2013/02/22 08:19 #

    아니, 그런 이유로 목숨을 건졌다니...
  • 놀자판대장 2013/02/22 09:05 #

    한 시간을 뒤진 끝에 간신히 찾았습니다.

    http://mirror.enha.kr/wiki/%EC%8B%9D%EC%82%AC%EC%98%88%EC%A0%88

    특히 부자간에 겸상은 금기에 가까워서 중종 때 이동이라는 자가 아비를 때려죽인 일이 있었는데 당사자는 부대시참, 가족은 관노, 동네는 격하되고, 집은 파서 연못이 될 대역죄였는데 살해 이유가 아비가 겸상하며 밥상머리에서 잔소리한 것으로 밝혀지자 감형하여 유배형으로 그친 일이 있었다고 한다.
  • 초록불 2013/02/22 19:52 #

    어허, 그런 일이...
  • 티거 2013/02/22 02:09 #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2)

    장형. 즉 곤장으로 때리는건 그럴싸하게 죽지 않을 형벌이지만 많이 죽었다고 하네요.

    곤장을 맞은 후 터진 상처부위의 2차 감염으로 사망한 경우가 많아서.... (한자로는 장독 - 杖毒)

    가장 가까운 인물로는 전봉준의 아버지를 들 수 있겠죠. 전봉준의 아버지도 고부 관아 조병갑의 장형을 받고 2차 감염으로 사망했으니....

    ps. 역사밸리 인기글에 와서 한번 글 남기고 갑니다. 그리고 링크도 걸어갈께요!

    잘 부탁드립니다!
  • 초록불 2013/02/22 08:19 #

    고맙습니다. 종종 놀러오세요.
  • Ladcin 2013/02/22 08:24 #

    한마디로 "오륜을 어기면 얄짤없어!" 군요
  • 초록불 2013/02/22 19:52 #

    유교신성국가 조선!
  • 가면대공 2013/02/22 11:16 #

    잘 보고 있다가 댓글 보고 움찔 했습니다....-_-;
  • 초록불 2013/02/22 19:52 #

    딱히 움찔한 댓글이... (먼산)
  • 소하 2013/02/22 13:05 #

    육형론(육형부활혼) 문제로 머리를 앓던 시기가 생각납니다.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분야였었는데 말입니다.
  • 초록불 2013/02/22 19:53 #

    언제 한 번 정리해주시죠...^^
  • 2013/02/22 13:5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2/22 19:5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maniacs 2013/02/23 02:11 #

    좋은 글 잘봤습니다. 등골이 오싹.--
  • 초록불 2013/02/23 09:25 #

    감사합니다.
  • 無碍子 2013/02/23 12:14 #

    荊은 가시나무라는 훈도 있습니다만 광대싸리라는 훈도 있습니다.

    혹시 荊木은 광대싸리나무로 만든 게 아닐까요?

    가시가 있는 나무로는 찔레같은 넝쿨, 아카시 같은 외래종을 제외하고는 시무나무가 유일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무나무는 刺楡 혹은 廬蕪木이니 荊木은 아닌 것으로 봅니다.

    荊木을 검색하다보니 楚木도 같이 쓰였다고 합니다. 楚木을 박달나무로 본다면 荊木은 광대싸리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 초록불 2013/02/23 12:31 #

    나무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싸리나무는 가늘어서 곤장대를 만들 수 없는 게 아닐까 싶네요.
  • 無碍子 2013/02/24 20:37 #

    싸리나무로 만든 기둥이라는 전설을 가진 사찰이 많은데 대부분 광대싸리라고 합니다.
    광대싸리는 이름만 싸리나무이지 싸리나무와는 다른 나무입니다.
  • 초록불 2013/02/24 20:38 #

    가시나무는 남해안 일대에 자생하는 나무라고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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