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아는지는 쓰지 않는다.
그는 독립운동을 한 가문의 후손이었다. 나는 그가 자신의 조상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할 줄 알았다. 그의 집안은 양반 집안이었던 모양이고, 일제강점기에도 제법 살았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면서 가산을 탕진했고, 그 후에 그 집안은 다시는 그런 영화를 누리지 못했다. 나와 만났던 때도 그의 집안은 그저 그런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밥을 굶을 정도로 가난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코 넉넉하지도 않은 그런 상태였다.
그에게, 그리고 그의 집안으로 돌아온 것은 무엇일까? 친척들의 은근한 비웃음. 집안의 부를 말아먹은 "비현실적인" 조상에 대한 철없음을 한심하게 여기는 풍조가 있었다. 어디 세상에 내놓기만 하면 오오, 하고 감탄할 엄청난 공적을 쌓은 것도 아니다. 돈이 있었다면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는 그런 많은 것들을 그는 포기해야 했다. 돈이 있었다고 상상하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기회조차 박탈당했다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자신의 조상을 원망했다. 그의 집안에 들어오는 보훈금이나 혜택은 그의 집안이 가졌던 부를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불과했다.
독립운동을 해서 무엇을 얻었는가? 잃은 것은 하나하나 헤아릴 수 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우리 집안의 땅이었단다. 이런 이야기는 위안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 땅은 어떻게 잃어버린 건가요? 할아버지가 독립운동 자금을 만들기 위해 팔아버렸단다. 아이쿠, 아까워라... 왜 그랬을까. 왜 그랬던 것일까? 그는 젊었고, 생각은 더욱 어렸다. 그래서 그는 그런 부질없는 일에 재산을 말아먹은 할아버지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는 그 미움을 표현할 수 없음을 더 미워했다. 훌륭한 일을 한 조상이니 자랑스럽게 여겨야만 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을 위선으로 가득 차게 했고, 자신을 위선자로 만드는 할아버지가 더더욱 미웠다.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뻔하디 뻔한 것이었다. 그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나도 알아요.
지금도 그 말이 잊히지 않는다.
그래요. 나도 알아요.
덧글
먹먹하군요.
다만 우리 모두 좀 더 독립운동을 위해 애쓰신 분들을 기억하는데 힘을 쓰면 좋겠습니다.
차리리 모르면 나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