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쟁이의 최후 *..역........사..*



원간섭기 고려의 간신 중에 오잠吳潛이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가희들을 뽑아 『쌍화점』 노래를 가르쳐 부르게 하기도 하고 충렬왕에게 아부를 떨면서 아들인 충선왕과의 사이를 이간질하는데 천부적 재능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워낙 행패가 대단했지만 그만큼 권력도 대단해서 국내에서는 처치곤란. 결국 원나라 사신에게 제발 잡아가달라고 부탁하는 일까지 생겼으나, 손 놓고 당할 오잠이 아니어서 일찌감치 뇌물을 뿌려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체포해서 원나라에 압송되기도 하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살아나서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갔습니다. 이 작자가 한 짓 중 가장 황당한 일은 고려를 원나라의 한 성省으로 만들어달라는 상소였지요.

이 사람의 아들은 오선吳僐이라 하는데 역시 고위직을 지냈습니다. 이성계가 처음 개성에 왔을 때,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친하게 지냈습니다. 역시 권력을 보는 눈 하나는 탁월한 집안이라 할까요.

그러면서 아들을 이성계에게 부탁했습니다.

"나는 늙어서 멀지 않아 죽게 되었으니 뒷날 내 자식을 잘 보호해 주시오."

이성계는 약속을 지켜 오선의 아들 오중화吳仲華를 후하게 대접했습니다. 거짓말도 격세유전이 되는 건지, 오중화는 소문난 거짓말쟁이였습니다.

창왕 때(1389)에 오중화는 관청의 말을 헐값에 56필이나 사들이는 일을 저지른 것이 탄로나 관직에서 쫓겨났습니다. 거기다가 다른 동료들 비방도 심심찮게 한 모양입니다.

다음 해에 김종연金宗衍이라는 장군이 이성계 암살 음모를 꾸몄다가 체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일에 연루된 사람들을 심문하는데 오중화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오중화가 제게 김종연이 순군에서 탈옥한 후 지용기의 집에서 네댓새, 정희계의 집에서 대엿새, 박가흥의 집에서 십여 일을 숨어 지낸 후 도성에서 나갔다고 일러줍디다."

오중화를 잡아와서 대질심문해보니 말짱 거짓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거짓말쟁이로 유명한지라 그냥 훈방 처리해 버립니다. 그 놈이 하는 말이 늘 그렇지, 뭐라는 수준이었던 거죠.

조선이 건국한 뒤에 태조 이성계는 오중화를 정2품 벼슬인 삼사좌복야로 삼아주기도 했으나 그 말은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는 수준이었던 모양입니다.

늘그막에 오중화는 새 집을 짓고 벽을 바르기도 전에 소 한마리를 기둥에 묶어두었다가 소가 놀라서 날뛰는 통에 집이 무너져 깔려죽고 말았습니다.

나라를 팔아먹으려 한 할애비는 천수를 누렸는데, 그저 거짓말이나 하고 산 손자는 비명횡사를 했군요. 사람의 운명이란 과연 알 수 없는 일인 모양입니다. 만우절이라 거짓말 이야기 하나 해보았습니다.


[사족]
오중화의 아들 오승吳陞은 집안 사람들과 달리 말수가 적고 진중한 사람이었습니다. 세종 때 중신으로 활약하고 81세라는 장수를 누린 끝에 시호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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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파랑나리 2013/04/01 11:30 #

    1. 가증스러운 간신이 천수를 누리고 살아서 분통이 터지고
    2. 원 간섭기와 몽골의 지금 처지를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립니다.
  • 초록불 2013/04/01 15:37 #

    울 것까지야 있겠나요.
  • 파랑나리 2013/04/01 16:10 #

    그럼 역시 지금 몽골의 처지를 보고 통쾌해하는 게 옳겠지요.
  • 2013/04/01 11:2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4/01 15:3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sharkman 2013/04/01 12:49 #

    격세유전이란 말이 실감나는군요.
  • 초록불 2013/04/01 15:36 #

    그러니까 다시 유전이 발휘되는 그 손자는 아버지의 첩과 놀아나는 일을... (먼산)
  • 회색인간 2013/04/01 14:40 #

    마지막 손자에서 그나마 희망을 본걸까요
  • 초록불 2013/04/01 15:36 #

    그런데 그 아들은 다시 자기 부친의 첩과 놀아나는 패륜을 저질러서...
  • 회색인간 2013/04/01 17:52 #

    안돼 꿈도 희망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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