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의 이지메 *..만........상..*



왕따라는 말은 따돌린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걸로 보여서 괴롭힌다는 의미를 전달하기에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여기서는 이지메라는 일본어를 사용해 본다.

최근 보고 있는 책에 이런 말이 나와서 섬찟한 마음으로 읽었다. 이지메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중학생들이 한 말이다.

"남을 괴롭히는 짓이 나쁘다는 건 알지만 가하는 쪽만 나뿐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하는 사람도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한쪽만 나무라는 것은 불공평하다. 그 이유가 선생님에게는 하찮게 보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니 선생님들만의 시선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지메를 당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선생님은 당한 쪽보다는 가한 쪽을 중심으로 화를 낸다. 기분 나쁘다. 그래서 선생님이 싫다. 왜 그랬는지 이유도 모르면서." - 이지메의 구조, 나이토 아사오, 한얼미디어,2013, 29쪽


학교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상에서도 이런 논리가 횡행하고 있다. 이런 짓이 나쁜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원인 제공은 그것들이 한 거니까, 라는 말은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이런 사례도 실려 있다.

중학생 다섯 명이 부랑자들을 습격해서 16명의 사상자(3명 사망)를 낸 사건이 있었고 이에 대해서 인권운동가가 강연을 하며 살인에 대한 질책을 가했을 때 한 여학생이 반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는 것.

"그저 놀이에요"

이런 논리 역시 인터넷 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냥 놀이일 뿐이라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쪽이 이상한 거라고.

그들이 "그저 놀이에요"라고 할 때의 '놀이'는, 그들 '나름의' 기준에서는 중요한 것이며 적어도 당하는 자의 생명보다는 값지다. (중략)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그른' 것은, 집단 구성원이 서로 공명하는 세계에 금이 가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인권이나 휴머니즘을 생리적으로 혐오한다. 그런 것들은 그들 나름의 윤리질서에 비춰봤을 때 정말이지 '그른' 것이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자기들 나름의 '옳고' '그름'을 체득하고 있고 그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낀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사회에서 정한 '올바름'(그들 나름의 윤리질서)에 걸맞지 않은 '그른' 것을 강요하는 어른들에게 진심으로 분노한다. - 위 책, 30쪽

물론 "이지메"라는 현상에는 현실 상 - 인터넷 식으로 말한다면 오프 상의 실제 괴롭힘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지메를 당하는 사람이 괴로워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며 즐거움을 챙길 수 있으니까. 인터넷 상에서는 이 일이 상대방의 반응으로 나타난다. 반응이 격하면 격할수록 이지메의 행위자는 즐거움을 챙길 수 있다. 이지메에서는 이처럼 학대를 즐거워하는 심리가 핵심적인데, 이 점은 인터넷 상에서 일어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실 사회라면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들도 인터넷의 그룹들 사이에서는 쉽게 일어나는 이유도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아래와 같은 글이 이 문제를 설명한다.

삶의 대부분을 보내는 시민사회(평범한 생활 속)에서는 '아무 이유없이 남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일'은 좀처럼 저지를 수 없다. 하지만 중학교라는. '평범한 생활 속(시민사회)'이 아닌 특수한 환경에 놓인 만큼 가능할 때 마음껏 '주먹을 휘두르는' 전능을 느껴보겠다는 이해타산이 청년의 말에서 잘 엿보인다. - 위 책, 136쪽

중학교를 인터넷으로, 주먹을 언어폭력으로 바꾼다면 이 말은 그대로 치환되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이런 행동이 자신에게 손실을 입힌다는 점을 분명히 알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 가해자들은 위험을 느끼면 재빨리 손을 뗀다. 그 민첩함은 피해자 입장에서도 허망할 정도이다. (중략) 번번히 발생하고 있는 심각한 이지메는, 이해득실 조절이 충분히 행해지면 불행한 사태까지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민사회의 논리를 학교에 적용하지 않는 것이 심각한 사건을 빈발시키고 있다. 폭력을 쓰면 경찰을 부르는 것이 당연한 장소라면 '일정한 선을 넘기면 경찰을 부르겠다'는 한마디로 (이해타산의 가치가 변하여) 폭력형 이지메를 확실히 멈출 수 있다. - 위 책, 136~137쪽

문제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지메는 확실히 범법일 경우가 많지만, 인터넷 상에서 이야기되는 것은 그런 위법이 아닐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방법이 인터넷 상에서의 해결책으로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효과가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반면에 인터넷 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냥 "말"일 뿐인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그로 인해서 즐거움을 주는 방법을 차단함으로써 가져가는 이득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최상의 방법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한 줄로 요약한다면 무시하면 된다.





인터넷 문제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해당 책은 이지메 문제에 대해서 아주 잘 쓰인 재미있는 책이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이지메의 구조 - 10점
나이토 아사오 지음, 고지연 옮김/한얼미디어


덧글

  • 피그말리온 2013/05/26 17:11 #

    하긴 애초에 옳고 그름 같은 기본적인 가치관에서 어긋나면 아무리 대화를 하고자 해도 통하질 않겠네요...
  • 초록불 2013/05/26 17:13 #

    그 부분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 아인하르트 2013/05/26 17:20 #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지메는 그대로 군대로 치환해도 별로 위화감이 없네요.
    실제로도 군대에서는 가해자, 피해자 모두 영창가는 일이 잦고 말이죠. (그런데 가해자는 부대복귀하면 전과 같이 활보하고 다니고, 피해자는 고문관이라며 따돌림.)
    학교와 군대가 사회로부터 격리된 폐쇄사회에, 법이 사회와 비슷하기는 하나 따로 돌아간다는 점(학교 - 청소년 관련 법규정, 군대 - 군형법) 때문에 그런 것일려나요?

    ... 그나저나 뭐, 인터넷상의 문제에서는 현실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이 아닌 이상 무시하면 된다는데는 동의합니다.
  • 초록불 2013/05/27 10:06 #

    저는 법대로 하자는 쪽에 동의합니다(필요하면 법을 만들면 되겠고...). 군대도 사실 군법이 있어서 학교와는 상황이 다르죠.
  • 지녀 2013/05/26 17:34 #

    사실 인간의 본성이라는 게 저따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저희 가족의 경우에는 모종의 사건 때문에 저희 가게가 속해있는 시장상인회의 몇몇 간부의 획책으로 꽤 오랜시간 괴롭힘을 당했는데, 수준은 초중고등학생과 다를 바가 없더군요.
    우리와 이야기를 하고 지낸다고 시장에서 10여명의 상인을 쫒아내겠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 정도였으니...

    다행히 긴 싸움에서 이겨서 누명을 벗고 장사를 하고 있으니 망정이지... 섬뜻할 때가 있습니다.
  • 초록불 2013/05/27 10:07 #

    고생하셨네요. 그런 일이 사회에서도 많이 일어나죠. 특히 작은 집단에서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 암호 2013/05/31 19:43 #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 2013/05/26 17:4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5/27 10:0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5/26 22:4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5/27 10:0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5/27 20:4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比良坂初音 2013/05/26 23:46 #

    어떤 의미에선 그나마 차라리 학교는 다행이죠-_-;;
    누구나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저새낀 건드리면 미친개가 된다는걸 폭력으로라도
    확실하게 인식시켜주면 가해자들이 손을 떼게 만들 수라도 있습니다만
    성인들의 세계에선 그것도 어려우니까요-_-;;;
  • 아자토스 2013/05/27 00:17 #

    성인이면...
    먼산
  • 比良坂初音 2013/05/27 00:20 #

    아자토스//.....그렇죠... 법에 호소한다해도 제대로 처리가 되느냐는 일단 둘째치더라도
    거기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사실상 아무소용없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_-;;;
    게다가 법으로 이긴다고 쳐도 언제라도 법적 구속력과 강제력을
    동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요리조리 얍삽하게 빠져나가면 그만이니까요-_-;;;;
  • 초록불 2013/05/27 10:09 #

    사실상 그것도 쉽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사회가 개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 Niveus 2013/05/27 00:08 #

    뭐 인터넷상의 사태의 대부분도 고소하겠다 or 고소장을 보내면 태도가 변하는 속도가 무섭더군요.
    자신의 일상에 피해가 온다는걸 깨닫는 순간 변화한다는것을 보면 결국 다 근원은 똑같구나 싶어집니다.
  • 比良坂初音 2013/05/27 00:22 #

    그리고 그걸 악용해서 의도적으로 어그로를 끌은 후에
    합의금 장사를 하는 막장 쓰레기들도 점점 늘고 있지요-_-;;;
  • 초록불 2013/05/27 10:09 #

    그런 경우를 많이 보는데, 저도 한 번 해보면 어떻게 나올까 싶어요. (살짝 비슷한 사례는 본 적이 있긴 한데...)
  • Niveus 2013/05/27 11:17 #

    比良坂初音 // 어그로를 끈다고 해서 트집잡힐만한 대응을 하는 시점에서 이미 진거라 봅니다.

    초록불 // 경험상 보면 100이면 95정도는 순간 오체투지하더군요. 나머지 4명정도는 허세력 충만해서 쇼하다가 판결나면 그때쯤 후회하던지 계속 그러던지 하더군요.
    효과로 치면 이게 가장 효율적인것같습니다. -_-a
  • 객관적진리추구 2013/05/27 15:15 #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듯이
    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 모두에게 문제는 있으나
    하는 사람이 역시나 문제는 크지요
  • 초록불 2013/05/27 15:32 #

    당하는 사람에게서 문제를 찾으면 안 됩니다. 흔히 빠지는 함정인데, 이건 미니스커트를 입었으니 강간 당했지, 라는 말과 같은 거예요.
  • 2013/05/30 00:1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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