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과 분노 *..만........상..*



1.
함께 말할 만한데도 함께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어버린다.

함께 말할 만한 상대가 아닌데 함께 말하면 말을 잃어버린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을 잃어버리지도 않고, 말을 잃어버리지도 않는다.

- 논어, 위령편.


2.
불필요한 분노를 일으키는 건 좋지 않다. 일상적으로 화를 분출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분노할 필요 없이 침착하게 응대해도 아무 상관없는 일이 많다.

요새 들어 나는 이렇게 사소한 분노가 넘쳐 흐르는 것은 자존감을 채우려하는 욕심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존심을 꺾어야 하는 삶을 산다. 물론 애초에 굽실거릴 필요가 없는 사람도 있기야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이런 이야기에 등장할 필요가 없으니 제쳐두자. 또한 그런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야"라고 쿨하게 넘어가는 사람도 등장할 필요가 없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멘탈이 강하다"라고 말하는 거고.

문제는 남대문에서 뺨 맞고 한강에 화풀이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또한 자신들이 화풀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상대가 잘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정당한 "화"를 발산하는 것으로 여긴다. 자신의 위치를 도덕적으로 우위에 놓아야 화를 내는 것에 대한 정당성이 확보되니까.

하지만 사실상 누가 봐도 과도하게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쉬 알 수 있다. 이렇게 화를 푸는 방법은 다양하다. 네이버 댓글 난에 욕을 하는 걸로 풀 수도 있고, 내 차 앞으로 끼어든 "무례한" 차에 대한 욕설로도, 감히 내 비위를 맞추지 못하는 식솔들에게 폭력으로도. (그런데 요즘은 과도한 야당 비난에 대한 댓글을 보면 국정원이 아직도 댓글 공작을 하고 있나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충족시키려는 "욕심". 나는 이것이 분노 문제를 보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이토록 분노가 많은 것은 그 만큼 자신의 자존감을 지킬 수 없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 정말 우리 사회가 그렇게나 잘못된 것일까? 그래서 우리는 사회를 뜯어고치는 일에 일로매진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데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미안하게도 여기에 적절한 대안이 없다.

정치 지도자가 실천해야 하는 가장 큰 덕목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제시를 하는 것이다. 현재 이런 일을 하는 지도자가 없는 걸로 나는 보고 있다. 안철수에 대한 "과도한" 희망은 그가 이런 방향에 대한 제시를 해줄 것으로 "믿는" 데서 비롯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때 그것이 그에 대한 "실망"으로 표명될지, "분노"로 표명될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의 분노는 자신의 삶을 전체적으로 상승시키는 에너지로 작동해야 하는 힘을 무분별하게 발산함으로써 흩어버리는, 그래서 다시 응집할 수 없는 쓰레기로 쏟아버리는 - 그야말로 엔트로피만 증가시키는 일로 소모되고 있다.

분노가 자신의 삶에 어떤 좋은 점으로 작동할까? 속이 후련해진다? 대개의 분노는 애꿎은 피해자를 낳을 뿐 현상을 개선하는데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개"라는 말을 쓴 것은 정말 분노해야 할 때는 분노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내뱉고 있는 "일상적인" 분노는 그냥 배설일 뿐이다.

배설을 하고 나면 시원하다. 그러니까 시원해지는 효과만은 있는 것이고, 그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한다면, 아이쿠 이거야말로 뭐라 더 말할 것이 없다. 그야말로 먹고 "싸는" 것이면 족하다라고 말하는 것에 뭘 더 어찌 하겠는가? 너 자신을 고양시키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말에 "그딴 거 필요없고 나는 나 좋은대로 살다 갈 꺼다"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낮은 차원의 삶 속에서 자신을 보내는 것은, 결국 때로 하지만 끝내는 찾아오고 마는, 그 조용한 자기 성찰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삶은 왜 이런 것일까, 라는 후회만을 가져다 줄 뿐이다.

거기서 나는 논어의 글 한 편을 다시 읽어 볼 필요를 느낀다.



함께 말할 만한데도 함께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어버린다.

함께 말할 만한 상대가 아닌데 함께 말하면 말을 잃어버린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을 잃어버리지도 않고, 말을 잃어버리지도 않는다.

- 논어, 위령편.




시간은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길이가 변화한다. 충실하고 알차게 보낼 수도, 아무 생각없이 허망하게 보낼 수도 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이야기할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어리석게 살다보면 결국 사람도 잃어버리고 말도 잃어버리게 되는 것.

상대할 만하지 않은 사람은 상대하지 않고, 상대할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불필요한 분노를 줄이는 길이고 불필요한 분노를 줄이는 것은 삶을 알차게 꾸리는 단초가 된다.

"상대"란 무엇인가. 무엇을 상대해야 하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이것을 판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것이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공자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움을 품지 않는다면 군자답지 않겠는가. - 논어 학이편


덧글

  • Blueman 2013/08/18 11:27 #

    요즘 현실이 이 글에 맞는 분위기인것같군요.
    정치에 대한 불쾌한 시선과 뭐든지 좋다고 우기는 사람들..
    그 모습을 대할때 마다 속에서 열불이 나려고 했거든요.
    좋은 글이었습니다.^^
  • 초록불 2013/08/19 09:59 #

    감사합니다.
  • 레니번 2013/08/18 14:05 #

    논어는 읽어도 읽어도 되돌아보면 또 생각해보고 곱씹어볼만한 구절이 많아서 참 좋아요. 며칠 전에 읽었던 구절이 보여서 괜히 반가워서 리플 달아봅니다ㅎㅎ
  • 초록불 2013/08/19 09:59 #

    수천년 전의 지혜라고 생각하면 가끔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입니다...^^
  • 참치샌드위치 2013/08/18 14:21 #

    순간의 시원함을 위한 배설은 허무감만 남기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포함한 주변사람들을 지치게 할 뿐이죠.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초록불 2013/08/19 09:59 #

    고맙습니다.
  • 2013/08/18 23:2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8/19 10:0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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