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속임수 그리고 사기극 [과학 이야기] *..문........화..*



과학 이야기 - 10점
대릴 커닝엄 지음, 권예리 옮김.해설/이숲


만화책입니다. 저자가 과학자는 아닙니다. 첫 편에 실린 "전기충격요법"에 대한 이야기는 그냥 과학 상식 같은 기분이어서 그저 그런 과학 교양만화 같았습니다만, 이후부터 나오는 것은 사이비 과학에 대한 통렬한 지적들이었습니다.

두번째 편인 "동종요법"에 대한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네이처 지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실리다니요!?

뒤이어 네이처 지는 이 괴론을 검증했다고 나옵니다.

"위원들은 벵베니스트의 실험 결과에 신뢰성이 전혀 없음을 확인했다." (위 책, 27쪽)

하지만 벵베니스트는 승복하지 않았고 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그는 심지어 이 "기억"을 디지털화 해서 이메일로 전송하고 그것을 다시 물에 집어넣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중대한 질병을 동종요법으로 치료하겠다고 했다가 목숨을 잃은 사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남편은 과학자(박사 학위)였다는 사실!!!


그런데 그 다음 편 역시 충격적...

"웨이크필드 사건의 진실"이라는 이 편에서 다루는 것은 백신을 맞으면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한 것입니다.

영국의 앤드류 웨이크필드는 1998년 의학학술지 '란셋'에 논문을 실었습니다. 자폐증 어린이 1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자폐증은 홍역, 유행선 이하선염, 풍진 예방접종 백신 MMR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백신제조회사에 소송을 준비하는 변호사의 의뢰로 흠을 잡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고 MMR과는 다른 단일 백신인 홍역 백신을 만들어서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밝혀져 논문이 취소되었지만 웨이크필드는 자신의 견해를 철회하지 않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지지세력을 형성했다는 것.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이 영향력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이비 주장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올 수 있는 것에 대해 저자는 언론의 무책임한 자세도 비판합니다.

"방송은 어떤 주장이 얼마나 지엽적이고 비과학적인지 상관하지 않고 논쟁의 양쪽에 동등한 기회를"(위 책, 164쪽) 주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과정에서 증거와 가정, 사실과 의견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검증되지 않은 소수 의견과 주장이 검증된 과학적 사실과 똑같이 취급되었다. 백신 반대 운동가, 동종요법 신봉자, 기후 변화 부정자에게도 권위가 부여되었다. (중략) 중립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언론매체는 과학적 논쟁을 심하게 왜곡했다. 그 결과, 일반 대중은 단지 과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양자 토론은 정치문제 해결에는 효과적인 수단일지 몰라도 과학적으로 사실을 밝히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 책, 165~166쪽)

이 부분은 유사역사학 논쟁에서도 늘 느끼는 부분입니다. 양자 토론은 이런 문제의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언론은 중립 코스프레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잘못된 편견을 가지게 만들기 쉽다는 점도...

읽기 쉬운 책이므로 사이비 과학에 빠져들 듯한 사람들에게 권하면 크게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미 빠진 사람은 백약이 무효인 경우가...)

덧글

  • ChristopherK 2013/10/26 13:20 #

    이 과학밸리에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긴 한데..
  • 초록불 2013/10/26 14:48 #

    이미 추천을 해도 소용 없을 것 같으신 모양이죠?
  • ChristopherK 2013/10/26 14:49 #

    차단먹어서 말이죠(.)
  • 2013/10/26 13:5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0/26 14:4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Scarlett 2013/10/26 15:16 #

    정말 좋은 책이네요. 안타까운건 정작 저런 책이나 지적이 필요한 사람들은 들을 생각이 없다는게 문제....(....)
  • 초록불 2013/10/26 20:08 #

    그래도 할 말은 해야죠...^^
  • Bluegazer 2013/10/26 16:01 #

    누구 말마따나 x와 카레를 똑같이 저녁메뉴 후보로 놓고 고민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맛이 있건없건 최소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져와야 안 되겠습니까.
  • 漁夫 2013/10/26 17:00 #

    '먹을 수 있는지' 일반인들은 (그리고 전공 분야 아닌 과학자들도) 제대로 판단하기 거의 불가능한 게 요즘의 과학이라서요.
  • 초록불 2013/10/26 20:09 #

    사기꾼은 어느 분야에건 있는 법이죠.
  • 브옷다 2013/10/26 17:37 #

    예방주사가 자폐증을 일으킨단 얘기가 여기서 나온거로군요. 가끔 네이버 같은 블로그 덧글 같은 데서 보여요. 주로 애기엄마들인 거 같던데...
  • 초록불 2013/10/26 20:09 #

    저도 이 책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 Charlie 2013/10/26 17:50 #

    웨이크필드는 전통적인 테크트리인 '나는 기존 의학계의 희생자/순교자' 코스프레를 하며 왕처럼 살고 있죠.... 아.... 진짜 귀신들은 뭐하나요...
  • 초록불 2013/10/26 20:09 #

    여기에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들도 넘어가 있다는 걸 보니 참 입맛이 씁니다.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13/10/26 19:52 #

    칼세이건도 사이비과학에 대해서 이야기 한적이 있죠.^^

    유명한 사이비 타파 단체인 제임스 랜디 재단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자주 보다 보면

    사이비에 대응하는 방법을 잘 알수 있습니다.
  • 초록불 2013/10/26 20:09 #

    저 책에도 랜디가 한 번 등장합니다...^^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13/10/26 20:12 #

    오~ ^^
  • 진성당거사 2013/10/27 18:43 #

    랜디 옹이 벵베니스트의 네이처 논문 검증 당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 초록불 2013/10/27 19:52 #

    맞습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3/10/27 23:49 #

    허현회같은 자가 참...ㄱ-

    베스트셀러로도 모자라 언론에도 출연하고 언론은 비판도 못하고 말입니다.

    한겨레에서 광고국에 직원으로 근무했다는 경력으로 기자라고 속이질 않나, 논문에는 한글자도 언급 안된 카레라는 단어가 있었다고 하질 않나, 그리고 트위터 계정폭파하고는 카페와 블로그를 통해 사기질하고 있죠.

    가장 악질적인 사기요?

    고혈압 환자가 의햑 문의한거에 답변으로 고혈압 약을 당장 끊으라고 답변한거요.ㄱ-

    문제는 이런 자들을 처발할 법적 방법이 전무하고 관련 협회들은 대응질 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 초록불 2013/10/28 10:53 #

    언론이 제 몫을 못 하는 거죠.
  • abydos 2013/10/28 15:14 #

    카레사건은 허모씨가 진짜 정말 care 를 카레라고 읽었다는 것이 팩트라는 것이 공감을 얻고 있더군요.
  • 배길수 2013/10/27 23:55 #

    원래 물은 기억한다 류의 소설이 십 수년 전에 서점가에 깔린 이래 그 뒤부턴 제목만 봐도 코웃음쳐 왔지만 상상보다 골때리네요. [오로지 물만 남을 때까지 희석했다]는 대목에 이르니 작가의 실수인지 오역인지 제가 바보라서 이해를 못하는건지 싶을 정도입니다. 증류수에 똥물 튀면 걍 똥물 튄 증류수인 거고 순수한 증류수면 순수한 증류수지, '똥물이 안 남을때까지 희석한 증류수'라는 식으로 말하는 말장난은 대체 뭐져 ㄷㄷㄷ

    그러고보니 뭐기시 특효 액체비료 만들 때 앞으로 죽어라 젓고 뒤로 죽어라 젓되 오도방정 떨지 말고 딱 한번씩 하라는 어느 양인의 주장이 혹시 저런 논문에서 영감을 얻은 건가 싶네요. ㄷㄷ

    *좀 말씨가 너무 고약하구나 싶어서 단어 몇 개 고쳤습니다...-_-;;
  • 배길수 2013/10/28 05:29 #

    추신: 근성의 대가 김화백도 병원가면 (죽은 사람이랑 힘줄 잘린 거 빼고) 낫는다고 하는데...

    한편 그러고보니 생각 나는 게, 다큐프라임 [내 아이의 전쟁 알레르기] 아토피 편에서 저도 스테로이드 연고에 대해 다소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물론 병원 처방 없이 아무데나 남용하는 걸 걱정하는 것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품이란 걸 알았죠. 저도 그거 안 봤으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덮어놓고 "뭐 그렇게 많이 발라!!!" 하고 기겁을 했을 겁니다-_-;
  • 초록불 2013/10/28 10:54 #

    오역도 아니고 배길수 님이 바보인 것도 아닙니다...^^
  • 치오네 2013/10/28 04:41 #

    아이 엄마들 중에 백신 안 맞히는 엄마들이 좀 있더라고요. 자기 아이가 병에 안 걸리면 그 엄마들이 쓰는 유기농 제품들 때문이 아니라 그 아이랑 접촉하는 다른 아이들이 백신 주사를 맞았기 때문인건데... -_-;
  • 초록불 2013/10/28 10:55 #

    헐헐...
  • 푸른별구름 2013/10/28 13:38 #

    뵝베니스트의 실험 결과는 "해당 실험을 통해 수행하였던 희석법으로는 걸러낼 수 없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있다"로 해석하는 것이 합당하겠죠. 이메일 전송이라니. 컴퓨터가 웃을 지경입니다.

    ...사실 많은 동종요법 지지자들이 그런 식입니다. "사실"을 포착하고 의문을 가지긴 합니다만 그에 대해 괴상망측한 해석을 내놓는 바람에 비웃음거리로 전락하지요;
  • 초록불 2013/10/28 13:48 #

    저런 말을 믿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니 참 놀랍습니다.
  • 토마토맛토익 2013/10/30 21:06 #

    물이 답을 알고있다는 주장도 그렇고 혈액형으로 성격을 알 수있다는 주장도 그렇고 잘 모르는 사람은 현혹될수도 있다는게 문제인것 깉습니다
  • 초록불 2013/10/30 22:02 #

    유사역사학도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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