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아마도 스포 철철) *..문........화..*




저 헬멧을 보면서 대체 카메라는 어디에 있기에 한 번도 보이지 않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밤 12시 30분에 아이맥스로 보았는데, 그 시간에 영화관이 꽉 차 있네요. 대박.

영화를 보고 나서 감상은 둘로 나뉘어졌습니다. 큰애는 재미있다고 목소리가 격앙되었고 아내와 둘째는 "재난 영화잖아!"라고 비명을 지르는 수준. "숨을 못 쉬었다고!"라고 말하는데 그만큼 무서웠다는 이야기는 이 영화가 얼마나 현실적인 힘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잘 설명합니다.

스토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러시아의 실수로 파괴된 위성 잔해물들이 지구 궤도 위를 달리면서 각종 위성들을 박살냅니다. 이 와중에 미국의 우주탐사선 부서지고, 이때부터 살아남기 위한 필사의 탈출이 시작됩니다.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는 산소 부족 - 화재 - 연료 부족 - 침몰의 재난에 연속으로 노출되고 그 와중에 동료도 잃게 되죠.

때로 어떤 작품은 제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데, 이번 영화가 그렇습니다. "중력"이라는 제목은 사실 이 영화의 전개 과정과는 무관하게 보일 정도의 뜬금없는 제목입니다. 중력이 등장하는 것은 맨 마지막 씬으로, 스톤 박사가 물에서 나와 일어서려고 하는 장면에서죠.

영화를 보면서 연상되는 다른 영화가 두 편 있었습니다. 하나는 뜬금없이 들릴 수도 있지만 영화 보기 전에 재개봉 예고편도 나왔던 "터미네이터"입니다.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나는 터미네이터와 죽을 듯 죽을 듯 생존을 이어가는 라이언 스톤 박사의 이미지가 겹쳤던 것이죠. 의미는 정반대입니다. 이젠 죽었겠지, 하는데 살아나는 터미네이터. 이젠 살았겠지, 하는데 또 다른 죽음의 아가리에 들어가 있는 스톤 박사.

다른 영화는 "미션 투 마스"입니다. "그래비티"와 거의 동일한 장면이 있습니다. 화성 탐사 사령관 우디 블레이크(팀 로빈슨)는 우주 공간에 떨어지고 역시 우주 공간에 떨어진 아내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합니다. 사실 이쪽 대목이 더 비장하죠. 궁금하신 분은 이 영화를 안 본 분이니 한 번 보심도 좋을 듯...

이 영화의 메시지는 매트의 재등장 부분에 있다고 생각해요. 스톤 박사가 꿈도 희망도 없다고 생각하고 삶을 포기한 시점 - 산소가 희박해지면서 일어나는 무의식의 영역에 등장한 매트. 그것은 살아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이죠. 방법을 생각해내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쏘-쿨 하게 "당신은 살아야지" 하면서 목숨을 버린 매트를 다시 등장시킴으로써 스톤 박사의 삶은 다른 사람의 삶에서 이어진 것이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키고 마지막까지 노력을 해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상기시켜 줍니다.

다른 삶에서 이어진다는 것은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하게 보이는데, 스톤 박사가 살아남는 과정 자체가 러시아와 중국의 우주선들을 이용하여 이루어지고 있죠. 우주 공간에서는 인류가 협력해야 한다는 점 역시 이 과정에서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언어도 통하지 않는 지상에 발 붙이고 있는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까지도요.

물속에서 빠져나오는 스톤 박사가 의미하는 바는 제목과 더불어 분명합니다. 부활이죠. 죽음 - 인생에서 딸의 죽음과 우주 공간에서의 동료의 죽음을 딛고 중력이 있는 세계로의 귀환입니다.





[망상]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우주 파편이니까 이걸 붙잡으면 몇십 분 안에 중국 우주정거장에 도달이 가능! 스톤 박사가 구조되어 배에 오르자 침상에 누워있던 매트가 "아, 돌아왔어?"라고 인사를... (퍽!)

덧글

  • DSmk2 2013/10/27 10:56 #

    미션투마스 안봤는데 개 뜬금없이 스포당하는 이 기분...
  • 초록불 2013/10/27 11:17 #

    아이쿠, 그런데 제가 말한 대목은 초반부라서 이 영화 줄거리 소개에도 나올 정도입니다...^^;;

    거기다가 결정적 장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했으니 한 번 보세요...^^
  • 아이지스 2013/10/27 11:37 #

    미션 투 마스 덕분에 어렸을 때는 우주에서 헬멧을 벗으면 바로 죽는 줄 알았습니다
  • 초록불 2013/10/27 11:57 #

    헉... 스포다~ 스포~

    윗 분이 이 댓글은 안 보시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런데 우주에서 헬멧을 벗으면 바로 죽지 않나요?아무튼 숨을 못 쉬니 금방 죽을 건데 말이죠. 이 부분에는 상당히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었던 걸로 압니다만... (뻥 터진다는 이야기도 나왔었죠.)
  • sharkman 2013/10/27 13:32 #

    우주인 빅스의 모험에 보면 '뚱뚱이표'를 만들어서 죽이는 우주해적 이야기도 나오고 또 진공에 노출되면 순식간에 체액이 끓어올라서 죽게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쉽게 죽지는않나 봅니다.
  • 리언바크 2013/10/27 13:34 #

    진공상태와 지구대기는 겨우 1기압 차이밖에 나지 않고,
    사람의 몸에 공기가 들락날락할 수 있는 구멍이 있기 때문에
    몸의 구멍을 모두 막지 않는 한은 뻥 터져 죽을 일은 없다고 합니다.
    (사람 몸의 구멍을 모두 막는 게 더 엽기적이겠당)

    우주복 없이 우주 공간에 노출이 되었을 때 사람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기압보다는
    호흡곤란, 급격한 기온차, 우주방사능 정도라고 볼 수 있겠네요.
    사람의 체온이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어서 우주 공간에서 체액이 끓을 가능성도
    희박하다고는 합니다.
  • 아이지스 2013/10/27 14:13 #

    나중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고 난 다음에서야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초록불 2013/10/27 14:18 #

    아이지스님 /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저도 봤는데 그런 쪽 기억은 없네요. (뭘 본 거냐!)

    리언바크님 /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 소혼 2013/10/27 14:35 #

    첨언하자면 사람의 체온이 높은 편이 아니긴 하나, 영화 도입부의 자막에도 있듯이 우주는 기온이 영하100도까지 내려가는 곳이기에 기압차와 끓는 점이 내려가서 내부에서 끓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점에 대해선 조금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실 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주워들은 지식이라 자세히 설명할 자신은 없군요; 다만 검색해보시면 관련자료는 찾으실 수 있으실 거에요.

    그리고 공기가 나간다.에 대해선 말씀처럼 터지진 않습니다만 몸안의 이산화탄소가 입, 코, 귀에서 빠져나가고 그리고 방귀(...)가 나올 수 있다고 하는 군요.(이 무슨...;;)
  • 소혼 2013/10/27 12:11 #

    이 댓글도 스포인데요;
    실제로 진공에 가까운 상태에서 인간이 생존한 기록도 있어서 맷이 들어올 때처럼 우주공간에 노출되도 바로 죽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SF중에서 아서와 포드가 29초동안 생존한 은하수를 여행하는..히치하이커에도 있고 훈련된 사람이라면 1분정도 버틸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몸이 터진다..는 건 미션 투 마스와 토탈리콜 때문에 생긴 착각 비슷한 것이라 실제로는 몸에서 공기가 빠져나가고 기압때문에 체액이 끓는다...고 합니다,
  • 초록불 2013/10/27 14:18 #

    위에 리언바크님 답글도 참조해 주세요.
  • sharkman 2013/10/27 13:33 #

    그래서인지 일본에서 개봉할 때는 제목이 '제로 그래비티'로 바뀌어서 개봉된다고 하네요.
  • 초록불 2013/10/27 14:18 #

    제목이 그렇게 바뀌면 우주공간에서의 의미를 더 크게 보겠다는 게 될 수도 있겠는데요.
  • 리언바크 2013/10/27 13:38 #

    사실 반짝반짝한 유리가 있거나 배우가 고광택 헬멧을 쓰는 등의 장면이 있는 영화에서는
    촬영장비가 비치는 NG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헬멧이나 비치는 물건은 없이 촬영 후에
    CG로 합성을 하거나, 촬영 후에 헬멧 등에 비치는 반대편의 모습을 CG로 합성한다고 하더군요.

    그래비티, 예산이 얼마나 든 영화인지는 모르겠는데 굉장히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끝난 후에 감동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몸이 일으켜지질 않더라고요.
    (무중력 체험 때문이지 결코 내 체중이 무거워서가 아니라능! >ㅁ<)
  • 초록불 2013/10/27 14:20 #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서사 구조가 단순한 편이어서 - 말하자면 단편소설 같은 거라고 할까요 - 좀 아쉬웠습니다.
  • 2013/10/27 15:2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0/27 15:3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10/27 15: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0/27 15:3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명리(名利) 2013/10/27 15:31 #

    어제 그래비티 재밌게 보고 블로그글도 재밌게 잘 잘봤습니다.
    저도 망상 부분처럼 90분(9분 아니고 90분^^) 후에 맷이 다시 나타날 줄 알았습니다. ^^;
  • 초록불 2013/10/27 15:35 #

    바로 잡았습니다... ㅠ.ㅠ
  • 이타카노 2013/10/27 15:55 #

    개인적으로는 중력으로 시작해서 중력으로 끝나는 영화였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무중력속의 분투기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인공위성의 파편이 지구주위를 도는 것도 중력에 의한 원심력때문이어서 중력때문에 죽을 뻔하고 대기권으로 내려갈땐 중력에 의지하고 내려 와서는 중력덕분에 삶을 느껴야 했던 그런 영화였던거 같습니다 (...)

    그러고보니..뜬금없지만 대기권 진입시에는 건담이 생각나더군요 (...;) 항상 우주에서 지구로 뭔가를 떨어트리거나 떨어지는 작품이다보니..
  • 초록불 2013/10/27 17:20 #

    중력 덕분에 삶을 느껴야 했다는 부분 완전 동감입니다.
  • Peuple 2013/10/27 21:21 #

    중력에 '의한' 원심력이라고 하는 건 틀립니다.(작중의 공간에서는 중력과 원심력의 합력이 0에 가깝게 되어 이른바 무중력 상태인 거니까요) 정 쓰자면 중력과 원심력 때문이라는 게 맞겠네요.
  • Leia-Heron 2013/10/27 19:59 #

    중간에 왜 코왈스키가 죽어야 했는가를 빼면(ㅠㅠ) 거의 만족할만하죠 ㅇㅅㅇ
  • 초록불 2013/10/27 20:02 #

    아내는 특히 그 대목에서 불만을...
  • Scott 2013/10/29 03:19 #

    요즘 뜨거운 감자인 그래비티를 왕십리 아이맥스 3D로 감상을 했습니다만...개인적으로 내용적으로나 시각적으로 흥미롭게 본 영화이긴 했으나 별로 경이롭다거나 그런 정도까진 아니었습니다. 제가 보러가자고 해서 끌고가다시피 해서 같이 감상한 사람은 많이 실망한 눈치여서 개인적으로 미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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