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 *..게........임..*



나는 타칭 국내 게임시나리오 작가 1호(자칭은 절대 아님)로 어영부영 게임 개발 1세대에 가깝다. MMORPG 개발 PM까지 지냈으니까(성적이 안 좋아서 문제) 게임 업계에 무관한 인물은 아니다. 몇 년전에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심사위원도 했다. 올해부터는 중독성이 가장 훌륭한 게임에 대통령이 상 주는 장관을 보게 되려나? 게임 심사에 중독성을 따지는 항목이 추가될지 궁금하다.

사실 나는 우리집 아이들과 게임을 자주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틈틈이 했다. 이 블로그에도 우리 애들하고 같이 마비노기 던전을 돈 글이 아직 남아있다. 그랬다고 우리 애들이 이상해지지도 않았고 올해 대학에 간 우리 큰 애는 새 게임을 보면 내게 하라고 권하고 공략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우리는 둘 다 확밀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해봐야 늘 "대단합니다"라는 반응이나 불러오지 그 이상이 되는 경우가 없다. 돈벌이에는 별 신경을 안 쓰는 이상한 인간의 기행 정도로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나도 그러고 싶지만 아내(남편)가 펄쩍 뛰어서..." 아이들과 놀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니, 그 전에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매우 희한하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일반적으로 애지중지 키우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아이의 다른 세계에 대해서 별 관심을 가지지 않고 바라보기가 일쑤다. 나는 이런 일이 어쩌면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은 신기하게 보지만 자신도 기억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는 다 아는 것으로 생각하고 덜 신경을 쓰게 되는데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가 중학교 들어갈 때 쯤 되면 대개 부모는 가장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다. 직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해야할 일도 많고 장차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 신경 써야 하는 일도 많다. 아이가 어느 정도 앞가림을 할 줄 아니까(안다고 생각하니까) 더욱 더 신경쓰지 않는다. 이를 통해서 아이는 부모를 돈 내주는 현금인출기 정도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최근의 소설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아버지의 소실이라고 한다. 부모 중에서도 특히 아버지가 가족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심한 것이다.

이런 결과 직장에서 어느 정도 안정이 되는 시기가 되어 가정으로 눈을 돌리면 아이는 이미 자기만의 세계관이 구축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지 않은 시간이 수 년이나 되기 때문에 그 시간을 따라잡을 방법이 없다. 아이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할 줄도 모른다. 더구나 사회에서 냉엄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부모는 아이가 실력을 닦아서 좀 더 편한 길로 들어서야 하는데 시간낭비하고 있는 꼴을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이런 부모의 관점에서 공부에 방해되는 모든 것이 웬수다.

나는 부모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곤 한다. 미래에 행복하게 사는 것과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것 중에서 소중한 것은 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미래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는가? 또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학창 시절을 희생해서 바친 제단을 통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아이들과의 즐거운 추억 하나 남기지 못한 인생은 행복한 것인가? 그 아이들이 심지어 그렇게 해서 대학 진학에 실패한다면 정말 그들에게는 무엇이 남는 것일까?

인생을 좀더 즐겁게 살 방법은 없는 것인가? 행복의 크기는 재산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 또한 원론적인 이야기라 치부받는다. 사람들은 동기나 또래들보다 잘 벌지도 못하는 내 삶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의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미안하게도 나는 매우 행복하게 산다. 학교 다녀온 아이들과 이십년을 같이 산 아내와 수다를 떨면서. (물론 내가 좀 더 잘 벌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서 더 행복할지도 모르지만...)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놓고는 사설이 길었다.

자, 대부분의 대한민국 부모들은 게임이 원수다. 이것이 사실이다. 나도 늘 듣는 이야기다.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원인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건 게임이 가진 중독성 때문인 것이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 것인지는? 그런 게 왜 있겠는가? 밥 해주고 옷 사주고 부족한 거 하나 없이 지원해 주는데, 공부만 잘 하면 혼 낼 일도 없는데 - 따라서 싸울 일도 없고 그러니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는 것이다. 아, 간단해서 좋다.

아니, 한 발 양보해서 스트레스가 좀 있다 치자. 하지만 그 정도 스트레스도 못 이겨내면 대체 이 냉엄한 사회를 어떻게 헤쳐나간단 말인가! 게임으로 도피하지 말고 정면대결해서 이겨 내야 하는 것이다.

학업으로 모든 것을 이겨낸다는 것에는 원론적인 불가능이 존재한다. 모든 아이들이 1등을 할 수는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1등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한다해도 누군가는 꼴등을 하는 것이 우리가 있는 이 사회의 현실이다. 이게 해결이 되는가? 재화는 한정되어 있고 원하는 사람들은 많은 것이다. "꽃들에게 희망을"이 생각나지 않는가? 모두 위로 올라가야만 하는 세상.

자, 그리고 이제 여기에 게임은 4대 중독이니 뭐니 하는 굴레가 만들어졌다. 그럼 이제 무슨 일이 생길까?

과장해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걸 통해서 모든 미디어에 굴레가 씌어진다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냥 현상은 이거다. 게임은 술이나 마약처럼 아니, 그보다는 도박과 같은 중독성이 있는 "오락"이라는 평가가 생기는 것이다. 이건 단지 게임에 중독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그럼 지금 고등학생인 당신의 아이가 게임을 한참 하고 있다고 해서 알콜중독자처럼 시설에 보내겠는가? 이런 학부모가 과연 있을까? 아니, 있을 수야 있을 것이다. 과연 얼마나? 한글자라도 더 들여다 보아야 하는 그 바쁜 시간에 게임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 병원에 보내겠는가? 물론 이것 역시 그런 경우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얼마나?

정부의 논리를 보면 인터넷 중독자가 224만명(2011년) 이 중 게임을 즐기는 층은 40%. 거의 90만 명이 중독자인 셈이다. 올해 수능 수험생보다도 많다. 그럼 이들이 모두 치료를 받을 것인가?

그냥 학부모들에게 좋은 핑계거리를 던져주고 있을 뿐이다. 우리 아이가 나빠진 것은 친구 때문이라는 말처럼, 우리 아이가 부모와 대화도 하지 않고 불통하게 된 건 오로지 저 게임 때문이라는 핑계. 그 게임이 없었으면 집안이 하하호호 즐거웠을 것 같은지?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았던 내 학창 시절에도 부모와 대화를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대체 이 시절에는 왜 그랬겠는가?

결론적으로 남는 거라곤 실제 개선되는 것은 하나도 없이 게임에다가 이건 나쁜 거라는 굴레 하나 던지는 것으로 이 모든 소란은 종료될 것이다. 바뀌는 것도 없고 바뀔 것도 없이. 이제 게임을 하는 아이한테 할 수 있는 "권위 있는 잔소리"가 하나 늘었다. "넌 게임중독이야! 병원에 가야 해!"라는.

개에게 먹을 것을 통제해서 주다보면 개는 먹을 것만 보면 흡입을 해버리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늘 사료를 쌓아두고 마음대로 먹게 하면 알아서 조절하는 능력이 길러진다고 한다. (우리집은 후자로 키워서 전자가 맞는 말인지 확신은 없다. 그렇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게임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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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무호무하게 호무호무하는 중 : 왜 게임에 대해 규제를 하려고 할까 2013-11-09 21:36:18 #

    ... 빠지셨다고 생각하며 그 점에만 집착하신다면 절대로 게임에 대해 해결할 수 없겠죠.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점을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됩니다. 근본적인 해결은 초록불님의 글처럼 부모가 자식에 대해 자식에 대해 인격체로 존중하고 게임이 무엇인지 왜 좋아하는지 그것이 다른 것을 포기해야할 정도로 소중한지 이야기 하는게 최선이 ... more

덧글

  • LVP 2013/11/09 14:48 #

    (현재 그다지 잘하는 건지 아닌지는 비록 저 스스로도 판단을 하기 굉장히 어렵다마는), 본인은 영어로 된 게임하면서 영어를 찔끔씩 배운 게, 자산이 되고 있는데, 저런 식의 논리대로라면 게임중독은 공부에 큰 도움이 됩니다ㅇㅇ

    ..........나이만 먹은 것들이 그저 돈맛+완장맛은 알아서...(!!!!)
  • 초록불 2013/11/09 15:32 #

    우리 어릴 때는 영어공부는 플레이보이 보면서 하는 게 최고라고 말하곤 했죠.
  • 대공 2013/11/09 15:57 #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에로게를.....그런 눈으로 보지마!!!!!
  • Allenait 2013/11/09 16:01 #

    그러고 보니 저도 게임으로 영어를 배웠었죠
  • 2013/11/09 15:1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1/09 15:3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Allenait 2013/11/09 16:01 #

    사실 저도 어느 정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게임에 저런 딱지 붙이는 건 아주 편리한 방법이죠. 진짜 문제는 따로 있는데.



    언제나 그랬듯이 마녀 딱지 수요는 넘쳐나는것 같습니다. 공급은 만들면 되니.
  • 을파소 2013/11/09 16:10 #

    아이건강국민연대란 단체 대표는 현재 미국회사에서 만든 게임이 수많은 중독자 폐인을 만들어 국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데, 중독성에 의존하는 게임은 더 중독적인 게임에 잠식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독법을 통해 이런 게임은 막고, (국내)업계에서도 건전하고 재미있는 다양하고 창조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다각적 전략이 필요하다”라네요. 법으로 미국 게임은 막아야 한다면 거의 WTO나 ISD 제소해달라는 거군요.

    문제의 단체는 셧다운제도 아이 수면권 외치며 찬성하지만, 정작 야자나 0교시에 대해서는 아무 활동을 한 흔적이 없더군요.
  • 루드라 2013/11/09 16:48 #

    게임 중독과 인터넷 중독이라는 거 실체가 없는 얘기라고 몇 번이나 말해봐도 돌아오는 건 공허한 메아리 뿐이네요. -_-
  • 네비아찌 2013/11/09 17:14 #

    인터넷 과몰입은 실체가 있다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 초록불 2013/11/09 19:26 #

    중독과 과몰입은 다르잖아요.
  • 네비아찌 2013/11/09 17:13 #

    글쎄요. 지금도 소아청소년 정신과에 게임 과몰입 때문에 입원하는 청소년들이 상당히 있어요. 그친구들은 정말 게임에 하루 24시간을 다 쏟아부어서, 수능이 문제가 아니라 출석일수 미달로 학교에서 짤릴 지경이어서 입원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요.
  • 하얀용WhtDrgon 2013/11/09 18:06 #

    '게임 과몰입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중독물질로 분류'해버리는 법이 치료에 방해되는겁니다. 게임 뿐 아니라 신용카드,골프,축구,야구,낚시, 드라마. 뭐든 사회문제가 되면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그 대책이 그 산업 전체를 중독물질로 규제해버리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진단이고, 정확한 진단에 필요한 것이 연구입니다.

    그 글에서 문제는 '게임'이 아니라 '하루 24시간을 다 쏟아부어서' 부분입니다. 게임이 아니라 영화나 만화, 무협지. 심지어는 공부라고 해도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환자 수 봐가면서 아! 환자가 늘었다. 원인을 규제하자! 라는 것은 치료가 아니라고 봅니다.

    신용불량자가 500만명이 됐을 때도 신용카드는 소비중독유발제도이며 신용불량자는 정신과 의사가 치료하게 하자라는 법은 안만들어졌습니다.
  • 초록불 2013/11/09 19:32 #

    저도 그런 사례가 없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미를 느끼는 일에는 이런 일이 다 생길 수 있지요. 그러나 그 숫자가 법안을 만들 정도가 되는지는 저로서는 잘 모르겠고 설득력 있는 수치가 제시된 것도 못 보았습니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그저 스트레스를 게임을 통해서 풀고 있는 아이들과 그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 부모뿐이거든요.

    정신적 문제는 정신과에서 치료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런 일로 정신과를 가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사회적 편견이 빨리 시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을(보험의 불이익 건이라든가) 제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네비아찌님도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가지고 산업 전체를 매도하는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은 부모들에게 문제의 본질을 피하고 핑계를 만들어주는 일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듀란달 2013/11/09 19:25 #

    학부모들에게 도망칠 구석을 만들어주고 대신 지지를 얻겠다는 얄팍한 수법이죠.

    그 와중에 진짜 문제는 계속 쌓여갈 거고요.

    한숨만 나옵니다.
  • 초록불 2013/11/11 09:40 #

    과장법의 횡행이라고나 할까...
  • 누군가의친구 2013/11/11 02:03 #

    아마 저런 법안을 만드는 마인드로는 SKY 입학방해 금지법을 만들고 싶은걸지도 모르죠.ㄲ
  • 초록불 2013/11/11 09:41 #

    헐헐...
  • Scarlett 2013/11/11 12:27 #

    깊이 공감합니다....다들 손쉽게 탓할 수 있는 뭔가를 찾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왜 스마트폰 중독은 사회악에 포함 안 시키는건지 모르겠어요. 게임보단 그쪽이 수도 훨씬 많을것 같은데 말이죠.
  • 초록불 2013/11/11 13:04 #

    저희 외할머니는 어머니가 "책 중독"이어서 방에 전구를 빼버리기도 하셨다지요. 이런 중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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