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지 않아도 그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역........사..*



한나라 무제 때 곽해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협객으로 의협심을 발휘해서 다른 사람을 구해도 자기 공을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젊은이들은 그의 의협심을 사모하여 곽해의 원수들을 처치하고도 곽해에게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로 그의 명성은 드높았습니다.

한무제는 자신의 능이 될 무릉을 만들면서 그곳을 신도시로 개척했습니다. (바로 정신 나간 아해들이 서안 피라미드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그 능입니다요.) 그리고 그곳에 부자들을 이주하게 했지요.

곽해는 부자가 아니었지만 협객으로 이름이 높아 이주자 명단에서 빠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한무제 때 유명한 장군인 위청이 곽해를 이주 대상에서 빼달라고 청했습니다. 한무제는 위청의 청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일개 평민을 위해 장군이 부탁할 정도라면 그 집안은 결코 가난하다 할 수 없다."

결국 곽해는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곽해를 이주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에 대한 원한이 사무쳐서 곽해의 조카는 그 사람의 목을 베어버렸습니다. 이 일로 곽해는 체포될 판이었는데 달아나버렸고 곽해를 숨겨준 사람은 관원의 추적을 끊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렸습니다. 이에 곽해는 무사히 달아날 수 있었습니다. 자살한 사람은 그 전에 곽해를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인데도 곽해의 의협심에 감복해서 스스로 목숨을 버렸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한참 후에 결국 곽해가 체포되었지만 그때는 대사면령이 내린 뒤라 조정은 곽해를 풀어주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당연히 강호에서도 곽해의 죄에 대해서 논란이 분분했을 것입니다. 그 와중에 곽해가 죄 있음을 주장하던 선비가 곽해의 식객에 의해 살해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식객은 감히 곽해의 죄를 논했다 하여 선비의 혀까지 잘라버렸습니다.

조정에서는 곽해를 닥달했지만 곽해로서도 누가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직접 저지른 일도 아니고, 사주한 일도 아니니 관원은 결국 곽해에게 죄가 없다고 보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때 어사대부 공손홍은 이렇게 말합니다.

"곽해는 평민임에도 협객을 자처하여 권세를 휘두르고 사소한 원한으로 사람을 죽였습니다. 선비가 살해된 일을 곽해가 모른다고 할지라도 이는 곽해가 직접 죽인 것보다도 죄가 더 큽니다. 이는 대역무도죄에 해당합니다."

그리하여 곽해의 일가는 모두 사형에 처해지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무협소설이라면 여기서 살아남은 한 명의 후손이 무제에게 복수를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겠지만... 현실에는 그런 것 없습니다.)

법치가 성립된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곽해의 죄는 물론 사사로이 무력을 행하여 사람을 죽였으니 의당 있는 것이라 하겠지만, 그가 시키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책임을 묻게 된 것은 너무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애초에 자신을 위해서 사사로운 복수가 행해지고 있을 때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했어야 합니다.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은 탓에 결국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까지 모두 죽음을 당하게 되고 만 것이죠.

권력이 강대해지면 시키지 않은 일도 해가며 권력에 종속되려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협객의 세계라 해도 다를 것이 없다는 이야기죠.

덧글

  • 눈물의여뫙 2013/11/19 22:37 #

    이 이글루스에서도 저 이야기 속 그대로 펼쳐지던 암흑기가 있었죠. 안타까운 시대였습니다.
  • 초록불 2013/11/19 22:49 #

    무슨 말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 사는 세상에는 늘 있는 일 중 하나긴 하죠.
  • 위장효과 2013/11/19 22:45 #

    사마천은 정작 유협의 존재,특히나 곽해에 대해서 꽤나 긍정적으로 서술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태사공 반골 기질 튀어 나온다~~~~-

  • 초록불 2013/11/19 22:52 #

    본문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곽해가 사주한 일도 아닌데 그걸 빌미 삼아 처형까지 간 것은 물론 절대권력하에서 가능했던 일이라, 곽해 자신에게는 매우 억울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곽해는 공명정대하고 겸손하게 일처리를 해온 터라 협객의 입장에서 보면 대협의 풍모를 지닌 인물이라 할 수 있죠. 사마천이 주목한 부분은 그 부분이었을 것이고 - 또한 자신의 중요부분을 잘라간 무제가 행한 일에 별로 점수를 주고 싶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나, 흔히 무협소설에도 나오는 일로, "누가 감히 내 원수에게 손을 대는가"라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면 더욱 놀라운 협객의 정신을 보여주었을 것인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깝네요.
  • Mr 스노우 2013/11/19 23:56 #

    비록 사적 권력이라고는 해도 권력에 대한 과잉충성의 동서고금을 통해 변하지 않는 예로군요..
  • 초록불 2013/11/20 00:05 #

    결국 이런 과잉충성은 충성을 받는 대상자에게도 해가 되고 만다는 것도 동일하죠.
  • 대공 2013/11/20 01:45 #

    이건 뭐 벌하기도 그렇고...놔두기엔 너무하고...
  • 초록불 2013/11/20 13:44 #

    전제국가에서 사적 권력을 놓아둘 수는 없었겠죠. 다만 처벌이 너무 과한 건 사실...
  • 파파라치 2013/11/20 03:30 #

    전제군주 국가에서 일개인이 저런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황제의 입장에서는 위험스런 일이죠. 지나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에서 필연적으로 제거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협객들의 행동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이상하지만 그 당시로는 내부 규범에 충실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한나라 때만 해도 전국시대 기풍이 남아 있어서 저런 협객틱한 행동들이 인구에 회자되던 시대였죠. 비교적 멀지 않은 과거에 일어난 일이지만, 현대인의 감각으로 주신구라 사건같은 극단적인 행동들을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 초록불 2013/11/20 13:45 #

    맞습니다. 사건 자체는 현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현대의 법 관념을 들이댈 수도 없는 것이죠. 다만 인간의 속성을 들여다보는데는 참고할만 합니다.
  • 풍신 2013/11/21 03:24 #

    솔직히 사주를 하지 않은 것이니 곽해에겐 죄가 없다고 보지만...(과잉 충성은 하지 말란다고 안 하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지인도 아닌 불특정 다수의 인간들이라면...)

    일단 발단인 조카만 벌주면 될 것을 곽해까지 끌어들여서, 줄줄 줄줄 죽어갔다는 것이군요.
  • 초록불 2013/11/20 13:45 #

    처벌이 과한 것은 분명합니다. 일벌백계의 시범 케이스로 두들겨 맞은 것 같습니다.
  • 零丁洋 2013/11/20 11:56 #

    좀 억울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지금 현실에서도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일도 자신에 의해 파생된 경우 법적으로 무죄라 해도 도의적으로 책임져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 초록불 2013/11/20 13:45 #

    인구에 회자되는 것을 피할 방법은 없지요.
  • 2013/11/20 12:2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1/20 13:4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유독성푸딩 2013/11/20 14:36 #

    히익...소름 돋네요...
    생각해보니 삼국지10에서 명성치가 1000이면 재야여도 금방 1만 사병 정도는 모았으니...위험하긴하네요-_-
  • 초록불 2013/11/20 16:42 #

    사실 중앙집권이 무너질 때나 위험한 건데, 이런 식의 대응은 자신들의 권력을 즐기는 격이기도 하죠. 아무튼 알아서 조심해야...
  • sharkman 2013/11/20 15:11 #

    세상의 모든 나쁜 일은 '비서'가 혼자 알아서 한 일이죠.
  • 초록불 2013/11/20 16:42 #

    그렇습니다...^^
  • 이타카노 2013/11/21 17:15 #

    인터넷에서도 당사자는 조용한데 그 당사자를 따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멋대로 나서서
    그 당사자까지 밉게 만드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분명 당사자에겐 억울할 수 있지만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적절하게 대처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위에 비서 이야기 들으니 죽음공책(...) 만화가 생각나네요.

    지시외의 행동을 하지만 유능한 비서라서 어느정도 눈감아 줬더니 차후에 윗사람이 하지 말라는 지시를 어기고 멋대로 움직여서 결국 죽음을 맞이했던 윗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여하간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 관리가 제대로 안되면 목숨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점은 똑같군요.
  • 초록불 2013/11/21 17:34 #

    아, 그런 경우들이 있지요. 그러고보니 제 블로그에 와서 제게 난장 피우는 사람이 있을 때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한테는 대응하지 말라고 말씀드린 일도 몇 번 있었던 게 생각납니다.
  • 자그니 2013/11/22 12:53 #

    팬클럽이 안티를 만드는 역사가 생각보다 오래되었군요...(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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