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蟲齒에 대한 오래된 이야기 *..잡........학..*



충치라는 말에 벌레 충蟲자가 들어있는 점을 생각해 보신 적이 있는지요. 어떤 벌레가 이를 갉아먹어서 아프다는 관념이 고대인들에게 있었던 거지요.

얼마나 오래 되었느냐 하면... 수메르 인들도 이런 생각을 했다는 데서 능히 짐작할 수 있겠죠?

신이 하늘을 만드시고 나서,
하늘은 대지를 만들고,
대지는 강을 만들었으며,
강은 개천을 만들고,
개천은 도랑을 만들었으며,
도랑은 벌레를 만들었느니라.

그러나 벌레는 먹을 것이 없었으니,
벌레는 정의의 신에게 나아가,
울고 또 울었더니라.
또 지혜의 신 에아 앞에 나아가,
하염없이 눈물을 뿌렸더니라.

"무엇으로 먹을 것을 주시려는지요?"
"무엇으로 먹을 것을 주시려는지요?"
벌레는 외쳤더니라.

"잘 익은 무화과를 주마."
"게다가 살구도 주마."
정의의 신은 말했느니라.

"잘 익은 무화과가 뭣이랍니까?"
"살구 따위가 무슨 소용이럽니까?"
벌레는 울고 말았느니라.

"저를 도랑에서 끌어내
사람들의 이 사이에 놓아,
사람의 턱에 앉히시면,
이에 흐르는 피를 마시며,
턱부리에 앉아 음식을 먹으렵니다."

"알았느니라!"
정의의 신이 말하였나니,
"네 소망대로 하여라.
사람들의 이 사이에 자리를 깔고,
사람들의 턱 속에 눕도록 하라.
하나, 이제부터 영원토록
에아의 강한 손이 너를 짓이길 것이라!"

(중략) 이가 아플 때엔, 아픔이 가라앉도록 약을 먹고 이 이야기를 세 번만 암송해 보라. 그러면 아픔은 씻은 듯이 나을 것이다. - 테오도르 H. 가스터,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대원사, 1990, 97~98쪽


위 이야기에 나오는 "에아"는 지혜의 신으로 의술도 관장합니다. 이것은 지혜의 신인 아폴론이 의술의 신이기도 한 것과 동일한 것이겠지요.

이런 이야기로부터 인류의 오래된 관념의 동질성을 발견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메르의 이런 이야기가 충치라는 한자와 연관되니까 수메르는 한민족과 동일한 민족이었다고 주장하게 되면 정신나간 이야기가 된다는 점도 사족으로 달아놓습니다...^^


덧글

  • 까마귀옹 2014/01/09 00:35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가 아파서 쩔쩔매는 꼴(?)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 만약 과거에 효과적인 치과 치료 기술이나 하다 못해 치아에 효과있는 진통제라도 개발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 분은 의술의 신으로 대접받았겠지요.

    요즘엔 치료 기술이 좋아진 대신, 돈 때문에 마음이 아파요~ ㅜㅜ;; 치과에는 자주 다니시는 걸 초록불님에게 권장합니다. 진짜 치과는 자주 갈 수록 돈 아끼는 것이더군요. 저도 오늘 어금니가 심상치 않아서 치과에 갔더니만, '조금만 더 썩었다면 신경치료 깜'이란 말을 듣고 시껍했습니다
  • 초록불 2014/01/09 11:19 #

    전 이미 제 이가 거의 없어서...^^

    보철한 지 오래 되어 다 문제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어차피 가면 임플란트 외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끝까지 버티는 중입니다.
  • Blueman 2014/01/09 00:48 #

    이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이래저래 치아는 소중한거지요.
  • 초록불 2014/01/09 11:19 #

    오복의 하나라는 주장도 있을 정도니까요.
  • 炎帝 2014/01/09 01:13 #

    그 벌레를 죽이려고 독한 약(황산을 썼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을 이 구멍난 곳에 넣었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충치가 나은게 아니라 신경이 작살나서 고통조차 못느끼게 된 것 뿐인데 당시엔 그거밖엔 방법이 없었다네요.
  • 초록불 2014/01/09 11:20 #

    독한 약을 쓰는 건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동의보감에 보면 꿀에 잰 환약을 넣으라는 처방이 있어서 시껍합니다. 아예 당분을 퍼부어서 악화를 더 진행시켜서 신경을 죽이는 전략인지, 원...
  • 漁夫 2014/01/09 11:00 #

    잘 보았습니다. 그넘의 치통.......

    근데 이게 턱뼈까지 퍼질 정도면 OxzTL
  • 초록불 2014/01/09 11:20 #

    턱에 자리를 잡는다는 걸 예사로 읽었는데, 말씀대로 그런 의미면... (으악!!!)
  • 키르난 2014/01/09 11:54 #

    언젠가 신경치료를 받으러 간 적이 있었는데... 정말로 이에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죽을 것 같이 아프더군요.ㅠ_ㅠ 이게 턱까지 번진다면... 으으으으윽;;; 아프지도 않은 이가 흠칫거립니다.
  • 초록불 2014/01/09 12:53 #

    치과에 가기 싫어하는 건 바로 이런 경험이 뇌리에 각인되기 때문이라는군요. 충치 치료하는 기구의 윙 돌아가는 소리만 들어도 머리털이 쭈볏거리잖아요...^^
  • highseek 2014/01/14 16:00 #

    의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충치를 근본적인 의미에서 '치료'하는건 불가능하죠..
    그저 썩은 걸 갈아내고 대체 재료로 때울 뿐..

    저희 회사 건물 엘리베이터에는 금니와 은니가 생니로 바뀌는 은혜의 기적을 체험하시라는 포스터가 붙어있긴 합니다만..(...) (지하1층이 교회임)
  • 초록불 2014/01/14 16:06 #

    예수님도 못했을 기적이 행해지는 곳이군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