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개인적 차원의 잔치이건 자선적 차원의 잔치이건 스스로를 잔치를 베푸는 잔칫집 주인이 아니라 돈만 내면 모든 사람들을 환대해주는 대중여관 주인으로 생각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잔치를 베푸는 주인은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경우 음식이 입맛에 안 맞고 거슬린다 해도 손님들은 어떤 흠도 잡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예의상 앞에 차려진 음식이 그저 맛있다고 공공연하게 칭찬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중 여관 주인의 경우에는 이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제가 먹는 음식 값을 지불하는 손님들은 제 입맛이 아무리 까다롭고 변덕스럽더라도 그 입맛이 충족되기를 고집한다. 따라서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손님의 당연한 권리로서 제멋대로 음식 맛을 비난하고 욕하고 저주를 퍼부어댄다. - 헨리 필딩, "톰 존스" 1권, 류경희 역, 삼우반, 2007, 29쪽
위에 인용한 소설 "톰 존스"는 1749년에 쓰인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영조 25년으로 사도세자가 섭정을 시작한 해죠. 아마득합니다.
필딩은 괴물과 싸워 공주를 구출하는 류의 로맨스소설에서 리얼리즘이 있는 로맨스소설을 개척한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위에 언급한 "톰 존스"라는 소설은 매 챕터의 1장에서 소설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창작론을 써놓은 것이죠. 꽤 재미있고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유용한 지침들이 들어있습니다.
"톰 존스"는 오늘날의 로맨스소설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출생의 비밀, 연인과의 피치못할 이별과 근친상간 떡밥, 그리고 모든 오해를 이겨내고 신분 회복과 사랑하는 연인과 맺어지는 해피엔딩이라는 전체적인 구조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소설이죠.
덧글
"아, 돈 내는 손님 님하들이 이쪽 나와바리의 '갑'이었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