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송논쟁 프롤로그 *..역........사..*



유교가 국교로 되면서 "예"의 문제는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죽게 마련인데, 죽으면 얼마나 상복을 입어야 하느냐가 문제가 될 줄이야.

이순신을 배척한 걸로 유명한 윤두수가 남긴 <오음잡설>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명종 22년(1567)의 일입니다.

인종의 비 - 인성왕후가 명종 때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죽을 것 같았는지(실제로는 선조 때 사망) 명종은 승정원에 명해서 복제服制를 알아오라고 합니다. 인성왕후는 왕대비이면서 동시에 명종의 형수가 되지요.

조선 유학의 대들보인 퇴계 이황이 이때 서울에 있었으니, 당연히 이리로 자문이 갔습니다. 퇴계는 간단하게 답해 줍니다.

"형수와 시숙 사이에는 상복을 입지 않는 법이오."

누가 감히 퇴계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겠습니까? 찜찜한 기분이 없진 않아도 다들 그런갑다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원접사의 종사관이 되어 의주로 명나라 사신을 맞이하러 갔다가 돌아온 고봉 기대승이 이 이야기를 알았습니다.

기대승이 일침을 놓았습니다.

"인종仁宗께서는 한 나라에 군림하셨으므로 지금 상감께서 자연 왕위를 계승하는 복이 있는데, 어찌하여 형수의 예를 인용할 수 있겠소?"

선대왕의 경우를 어떻게 형수-시숙 관계로 놓을 수 있느냐는 이야기였습니다. 자, 이제 공은 퇴계에게 넘어왔습니다. 기대승의 말을 전해 들은 퇴계는 그 말을 되짚어 본 끝에...




"기대승의 말이 옳다. 내가 잘못 대답했으니 죄인을 면할 수 없겠구나."

라고 쿨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그리하여 상복을 입는 것은 결정이 되었는데, 선조 10년(1577)에 인성왕후가 승하하자 기년복이냐, 3년복이냐를 놓고 시끌시끌해집니다. 결론만 보자면 3년복을 입는 것으로 결정되었는데, 이때 큰 소란이 없었던 것은 이때 이황이 정리를 해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윤두수의 이야기죠. 윤두수는 이황의 제자기도 하니까 이황의 공을 내세울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보면 스승이 잘못한 것을 기록해 놓은 것이기도 하니까 신뢰가 가는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이때만 해도 이렇게 이견이 있어도 별 문제 없이 마무리 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후대의 예송논쟁은 왕권의 정통성 문제가 걸려서 더 시끄러워진 측면도 있긴 하지만...


덧글

  • 무명병사 2014/03/28 17:49 #

    예의 하나 놓고 째째하게 군 교조주의의 경쟁이거나, 그걸 구실로 삼아서 상대 당파를 밀어내려는 주도권 경쟁이거나. 아니면 둘 다겠지만요, 우울합니다.
    차라리 "탕수육엔 소스를 부어먹는 게 맛있냐 찍어먹는 게 맛있냐"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죠.
  • 네리아리 2014/03/28 18:11 #

    어허! 탕수육은 소스를 찍어 먹어야 하오!!!! 엣헴엣헴!!!! (맞는다)
  • 베로 2014/03/28 18:31 #

    예법에 탕수육은 부어 먹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어찌 가당치 않게 찍어 먹으려 하는 것입니까!
  • Masan_Gull 2014/03/28 18:27 #

    단순히 예를 놓고 벌어진것은 아니라 들었습니다맏...

    그나저나 전통대로 탕수육은 부어먹어야죠. 찍어먹다니, 교부들의 전통을 무시하시는 말씀ㅇㅇㄹ!
  • 무명병사 2014/03/28 18:33 #

    아, 전 찍먹파입니다. 소스도 간장도 모두 허용범위. (...)
  • Cene 2014/03/28 19:02 #

    사문난적이다!
  • 초록불 2014/03/28 20:16 #

    탕수육은 담가 먹어야... (먼산)
  • 위장효과 2014/03/28 21:44 #

    탕수육 고기 따로 먹고 소스는 밥에 비벼먹어야 제맛...(퍽!)
  • 원더바 2014/03/28 22:00 #

    한국기술자격검정원 중식조리사자격증 실기시험에는 탕수육을 부어먹으라고 되어있습니다(후다닥)
  • 야스페르츠 2014/03/29 00:59 #

    탕수육의 원조인 천조의 꿔바로우는 소스에 버무려 나오는 것이외다. 대명률을 따라야 하는 것이오!!
  • 유독성푸딩 2014/03/29 12:02 #

    처음부터 같이 볶아 먹어야합니다!!!
  • Masan_Gull 2014/03/28 18:27 #

    오오 기대하겠습미다. 복합적인 측면의 이야기를 모두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부담감 2트럭)
  • 초록불 2014/03/28 20:18 #

    헉...

    사실 이 글은 후속편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냥 제목일 뿐...

    요즘 원고 작업 때문에 영양가 있는 이야기를 쓸 시간이...ㅠ.ㅠ

    대신 최근에 재미있는 글을 하나 발견했는데, 조만간 올려보겠습니다.
  • 실루엔 2014/03/28 19:24 #

    수험용으로 배우다보니 현종때만 알고 있었는데 그 이전에도 심심찮게 있었나보군요~! 아무튼 고기는 이리저리 요리해도 고기이지만 탕수육이 탕수육인 이유는 튀김옷과 소스에 있다 할것이니 육통탕수국이라 당연히 부어서 내어와야 정상이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 초록불 2014/03/28 20:19 #

    이런 게 논쟁이 된다는 것 자체가 생소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중국에서도 수천 년간 발전해오다보니 앞뒤가 안 맞는 일도 있었던 것 같고요.
  • 위장효과 2014/03/28 21:43 #

    생각해보면 하성군이나 능양군이나 둘 다 정통성면에서는 문제가 있었으니 나름대로 원칙좀 지키면서 후계자를 세우는데 뻘짓 안했어야 했는데 정작 둘이서 사단이란 사단은 다 내놨으니 밑의 신하들이 "이때다!!!"하면서 난리를 칠 수 밖에요.

  • 초록불 2014/03/29 11:04 #

    안습이죠
  • DeathKira 2014/03/28 22:12 #

    당대의 거유인 이황이 저렇게 쉽게 잘못을 인정하는 걸 보니 역시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생각되네요.
    현종대 예송은 아무래도 붕당 대립이 격화된 것과 효종의 정통성과 왕권-신권 논쟁 등등이 복합적으로 섞여서 전대의 예송에 비해 격화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저 일화랑 비교해보면, 이황급으로 인정받는 거유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 루드라 2014/03/29 04:50 #

    이황과 기대승의 논쟁이 깔끔하게 끝난 건 이황이 당파에 소속되지 않아서 순수하게 유교 윤리에만 맞춰서 발언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황이 쿨한 사람인 건 맞다고 봅니다. ^^;

    그리고 현종 때의 예송론은 예송이 이미 당파의 무기화가 된 시점이라 정치 논리에 따라 싸움이 전개되었기 때문에 이황 같은 사람이 당대에 있었다고 해도 그렇게 쿨하게 자기가 실수했다고 발언하지는 못할 겁니다.
  • 루드라 2014/03/29 04:55 #

    그리고 통칭 조선 유학의 태두라고 불리는 사람은 이황, 이이, 기대승, 조식 정도인데 모두 사림이 정치적 주도권을 장악하기 시작한 시점의 인물들이란 특징이 있죠. 또한 분당 이전의 인물들이고요. 그래도 각 당파의 조사격 인물들이기 때문에 거유로 유명한 거지 이후의 인물들 가운데 학문적으로 저 분들보다 뒤떨어진 사람들만 있었던 건 절대 아닙니다.

    솔직히 송시열 같은 사람은 저분들 보다 어떤 측면으로 봐도 전혀 뒤떨어지는 인물이 아니죠.
  • 알렉세이 2014/03/29 00:03 #

    쿨하게 인정하는게 참 대단합니다. 저기서 인정 못하면 이제 장기간의 논쟁이...
  • 초록불 2014/03/29 11:05 #

    그렇죠. 조선은 새로운 당쟁의 시대로...
  • 야스페르츠 2014/03/29 01:00 #

    저런 것을 쿨하게 인정하다니.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 초록불 2014/03/29 11:06 #

    대단합니다.
  • 킹오파 2014/03/29 01:24 #

    탕수육은 찍어먹는게 제맛... 부어 먹으면 바삭함이 없어지지요.
    그건 그렇고 예송 논쟁은 저렇게 조용히 끝났어야지.
    왜 그 사단이 났었는지...
  • 초록불 2014/03/29 11:09 #

    예송 논쟁은 사실 참 기괴한 이데올로기와 권력의 결합에 의한... 아흐...
  • 유독성푸딩 2014/03/29 12:01 #

    퇴계가 괜히 위인이 아니였다는걸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예송논쟁 이어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히죽)
  • 초록불 2014/03/29 21:19 #

    후후... 뭐, 언젠가는... (먼산)
  • 회색인간 2014/03/29 18:23 #

    예송논쟁으로 개판 만든 건 송가가 정말 나빠요
  • 초록불 2014/03/29 21:20 #

    저도 아무래도 그쪽으로 생각이...
  • moduru 2014/03/31 11:45 #

    왕가의 대통을 이었으면,
    선왕의 위패에 황고(皇考) 라고 칭하고, 당연히 부자지간의 예로 되는데,
    기년복 논쟁이 나오다는 거 자체가 좀...

    물론, 당연히 그것만 본거는 아니지만...
  • 초록불 2014/03/31 11:47 #

    그런 걸 복잡하게 따진다는 것 자체가 사실 좀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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