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 *..자........서..*



생각해보면 나는 아마도 남의 눈치를 덜 보고 사는 재주가 조금 있는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면 남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참 많다. 아, 그런데 여기서 확실히 해 둘 것이 있다.

남의 눈치를 안 본다는 것과 예의와 염치를 모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

즉, 남에게 피해(이것도 정확히 정의를 할 필요가 있다)를 끼치는 행동이 아니라면 남의 눈치까지 살필 필요는 없다는 것.

벌써 20년 전이 되겠는데, 경주에 출장을 다니면서 나는 기차에서 아이큐 점프를 한 권씩 사들고가 읽었는데, 어느날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기차에서 만화책 보고 있으면 안 쪽팔리냐?"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아무튼 그 시절에는 정장을 입은 남자가 만화책을 보면서 킥킥거리는 게 이상하게 보였을 수도 있긴 했다는 점 인정한다. 하지만 그게 뭐?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설령 사람들이 "저건 뭔 또라이람?"이라고 생각했다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사람들은 때로 자신의 기준에서 타인의 행동을 재단하고 심지어 불쾌히 여기기도 하며, 자신이 불쾌해한 원인을 그 타인에게 책임지우려 하기도 한다. 이것 역시 타인의 시선을 내면의 기준으로 잡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내 감정을 불편하게 만들었으니 그 원인 제공자인 당신은 내게 피해를 준 것이오라는 뜬금없는 공격이 가해지는데,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런 공격을 긍정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는 점이다.

왜 그렇게 타인의 삶에 관심이 많은가? 왜 그렇게 타인의 행동이 자신의 행동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 내면에는 자신의 행동 역시 (자신이 생각하는) 타인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이 숨어 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선뜻 하지 못하고 남의 눈치를 생각하며 인생을 보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는 그렇게 살아온 것을 후회하게 된다. 좀 더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데, 왜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을까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진정한 내면 -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 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뻑 하면 나오는 뻘소리 중 하나가, 우리나라는 남에게 너무 관심을 많이 가져요라는 것인데, 남들이 당신에게 너무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남의 시선에 너무 쫄고 있는 것 뿐이다. 아니, 물론 오지랖 넓은 사람들도 많기야 하겠지, 외국에서 안 살아봐서 난 모른다. 하지만 그런 오지랖에 일일이 반응하지 말라는 거다.

다른 사람들이 날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죠?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닌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대체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뭐가 문제일까? 특히 여기서 "남"이라는 것은 내 친구도 아니고, 내 가족도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해를 해서 관계가 끊어질 정도라면 친구가 아닌 것이고, 가족이라면 물론 오해를 풀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불특정다수라면(또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이라면) 그냥 무시하면 된다.

모든 사람(혹은 대부분의 사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온갖 스트레스를 감내하며 살아봐야 남는 건 더 큰 스트레스뿐이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의 가치 기준을 다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인정받게 되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살면 되니까, 남에게 스트레스 팍팍 주는 악성댓글(당연히 법적으로 걸리지 않을만큼만 빈정대는)이나 올리면서 내 스트레스 풀면 되겠지. 그게 어떤 실질적인 피해를 낳지만 않으면 되잖아라고 이 글을 읽는다면 참으로 불행한 사람이다. 내가 이런 글을 써서 남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 역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행동일 뿐이다.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일일 수가 없다.

내 안에 행복을 쌓고, 내 가족과 내 친구와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것. 이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이다.

덧글

  • 역사관심 2014/08/10 00:39 #

    건강한 개인주의가 어서 정착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더 기다려야겠지만.
  • 2014/08/09 10:1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이런십장생 2014/08/09 12:59 #

    타인이 나를 평가하는 것에 대해 너무 신경을 쓴다고 할까요. 내가 어떻게 남에게 평가될까하며 지나치게 신경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터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말이죠.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 욜랴 2014/08/09 14:53 #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더불어 타인에 대한 괜한 관심이 너무 많지요. 괜한 관심과 그것에 대한 주제넘고 당치도 않는 평가..
    만화책 같은 체면 문제는 신경쓰면서 공공장소 매너는 내 자유라며 신경쓰지 않는 이기적인 사람이 많은거같아요.
  • 염땅크 2014/08/09 22:41 #

    오죽하면 남들 비위 다 맞춰주겠다고 뻘짓하느라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른다는 세태를 풍자하는 단어인 '클론민국'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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