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만........상..*



원래 쓰려던 글은 아닌데, 다른 건으로 글을 쓸까 하다가 호칭 문제에서 걸렸다.

나보다 20년은 아래인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나이 차는 그렇게 나게 되면 한국에서는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친다.

구미 쪽 영화를 보면 흔히 나오는 것이 서로 통성명을 한 뒤에 조금 친해지면 그냥 이름(혹은 애칭)을 부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존대말을 치워버리는 셈인데. 

한국에는 그런 게 없다. 있다면 형-아우 관계에서 좀 편하게 말하는 것 정도? 하지만 형-아우가 되는 순간 서열이 확립되는 것이라 대등한 관계라는 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슬슬 나이를 먹다보니, 이제는 나이가 어려도 나보다 아는 것도 많고, 인품도 좋은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런데 오직 내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로 그 사람들과 대등한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는 것은 뭐랄까, 불공평하게 느껴진다. 그들에게 형 혹은 선배, 어쩌다가는 선생님 대접을 받는 것은 그들에게뿐만 아니라 내게도 부당하기 때문이다. 

마땅히 부를만한 호칭이 애매하니 만나는 것을 꺼려하게 되는 면도 좀 있다. 나는 섣불리 호형호제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마음을 터놓고 사귀고 싶은 사람에게 연령이라는 벽이 있는 것도 영 좋지 않다.

그럼 나이 먹은 네가 그냥 말 까고 지내자고 하면 되지, 같은 폭력적인 해결책은 사용 불가능이다. 이 장벽은 나 혼자 돌파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나는 한 학년을 늦게 대학에 들어갔는데, 윗 학번 중에 고등학교 동기가 있었다. 동기니까 당연히 반말로 말을 걸었다가 다른 선배한테 욕 먹고 맞을 뻔한 적이 있다. 그와 나의 관계는 사적인 것이니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것이고 그로 인해 불편함이 발생했던 것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과 동등한 관계에 놓였을 때, 여전히 수직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을 안겨주게 되고, 그것은 다시 수평 관계를 만든 사람들에게 불편함으로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이 문제는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없어지면 좋은 문제일 것 같지만, 구미 사회처럼 될 날이 올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덧글

  • 2014/09/28 21:2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9/28 22:5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아인하르트 2014/09/28 21:49 #

    둘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어 저녀석 후배주제에 선배한테 반말까네?"하면서 뭐라고 하는 인간은 좀 그렇죠. (남에게 쓸데없이 간섭많다고 하는 걸 뭐라고 하더라... -ㅅ-)
  • 초록불 2014/09/28 22:53 #

    그렇긴 한데, 그게 매우 일반적이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드물더라고요.
  • 아빠늑대 2014/09/29 01:46 #

    전 이해합니다, 실제로 상황을 알아도 그런 경우는 왕왕 존재했죠. 소위 <대학은 나이가 아니라 학번이다> 라고 말입니다. 이 경우는 <나이가 아니라 군번이다> 라거나 <나이가 아니라 기수다> 등등으로 응용됩니다. 서열을 확립하는게 수컷의 본능이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가 가지는 것은 상당히 견고하죠. 일단 이게 확립되면 의외로 편한것도 사실입니다.
  • 2014/09/28 22:0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9/28 22: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9/28 23:0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9/29 21:1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Niveus 2014/09/29 00:06 #

    어찌보면 이것도 일제시대의 잔재가 아닌가 싶어지는데 아니 조선말까지 이게 올라가려나요 -_-;;;
  • 초록불 2014/09/29 21:15 #

    그렇진 않을 것 같습니다. 유교 문화의 흔적일 수는 있어도...
  • 이런십장생 2014/09/29 10:03 #

    기존의 방식을 타파하자니 기존의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이 불편함이 다시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준다는 것인데... 확실히 쉽게 해결될 문제 같진 않군요.
  • 초록불 2014/09/29 21:16 #

    살아생전에는 못 볼 일일 것 같습니다. 그냥 좀 더 나이와 권위가 분리되기를 바라는 게 현실적이겠죠.
  • ogion 2014/09/29 12:49 #

    나이가 많은 사람이 취업이 힘든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고용하는 입장에서 자신보다 나이많은 사람에게 어떻게 일을 시켜야 할지 막막해서 기피하는 경우도 있겠죠.
  • 초록불 2014/09/29 21:16 #

    확실히 그런 점이 있습니다.
  • 2014/09/29 13:1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월하독작 2014/09/29 13:59 #

    경상도 구미 이야기인줄 알았네요 ^^
  • 초록불 2014/09/29 21:17 #

    구미...-_-
  • rumic71 2014/09/29 14:50 #

    * 동양권에서는 일반적인 상태이니까요. 한국이 개중에서도 좀 많이 엄격하긴 하지만
    * 그런데 쉽게 말 트고 그러는 것도 사실 양키들이나 그러지, 유럽은 또 나라마다 다른 듯 하더군요.
  • 초록불 2014/09/29 21:17 #

    그런가요. 아무래도 영미권으로 더 많이 보긴 하죠.
  • 푸른바위 2014/09/29 18:46 #

    대학을 3년 늦게 입학한 저는...(먼산)
  • 초록불 2014/09/29 21:17 #

    힘내세요.
  • 사발대사 2014/10/06 21:23 #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과거 복거일선생이 주장했다가 평생 먹은 욕보다 더 욕먹었다고 하는 "영어상용화" 밖에는 없어보입니다. -_-

    좀 더 "환타스틱"한 방법으로는 대마법사(?!)가 강림하시어 한국말에서 존대말을 없애버리는...(...)

    저도 금방 반말하고 친해지는 사람들 보면 "어떻게 저렇게 한단 말인가?"하고 감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섣불리 호형호제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저도 여기에 많이 공감합니다. 형이니 동생이니 하는 건 사실 부모가 같거나 최소한 부나 모를 공유할 때 혹은 친척지간에 쓰는 말이었는데 말입니다.

    세상에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하거나 한 건 드물다는 제 지론(?!)으로 보면 존대말도 분명 좋은 점이 있더군요. 존대말은 그 자체로 그 어떤 장벽이 되어 과도한 인간관계를 막아주어 사기꾼(...)방지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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