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 스포일러 포함 *..문........화..*





생일선물로 큰딸이 보여준 영화. 생일은 지났지만 아이맥스 표가 없어서 어제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본 두 사람에게서 감상을 들었는데 이랬다.

작은딸 : 아빠는 우리 두고 어디 가면 안 돼. 흐규흐규...
박언니 : 장르 코드에서 가져온 이야기들을 이리저리 배열해놓은 영화일 뿐...

보고 나니, 두 반응이 다 이해가 된다. 애초에 상반된 견해는 아니다. 하지만 작은딸은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집중했고, 박언니는 영화의 클리셰에 집중했다는 차이가 있다.

물론 두 사람 다 영화의 해석에 대해서는 좀 더 긴 이야기들이 있지만, 스포일러를 우려해서 깊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신파 영화임에는 분명한데, 내 입장에서는 몇 가지 점에서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몰입하기 어려워서 그다지 신파로 여겨지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의문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방해가 된다. 따라서 이 영화가 아주 훌륭한 영화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 그냥 재미있는 영화기는 하지만....

그래서 아래부터는 스포일러...

아, 저 머리 크기 어쩔...


영화에서 첫번째 의문은... 인류가 멸망 지경에 이른 저 디스토피아의 세계에서 자동차는 어떻게 굴러가는가... 하는 점이었다. 특히 숨겨진 나사 본부를 찾아가는 걸 보면 분명 오전 중에 출발해서 해가 진 뒤에 도착하는데, 그럼 열두 시간 이상 굴러갔다는 이야기. 기름을 아까워 하는 장면도 없고 - 옥수수 밭에 불을 지를 때도 휘발유를 뿌린다! - 구하는 장면도 안 나온다. 주유소도 안 보이는데... 그리고 대체 기름을 수송할 수단은 어디에 있는 건가...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두번째 의문은... 통신과 관련이 된다. 늙은 브랜드 박사는 1년에 한 번씩 정보가 온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쿠퍼 일행은 정보를 보내주지 못하는지? 정보가 오다가 언제부터인가 끊겼다는 내용이 있었나?

세번째 의문은... 의문이라기보다는 영화 전체의 구성에 따른 것이다. 쿠퍼가 5차원으로 떨어진 뒤에 그 장소를 만든 것은 누구인가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떡밥은 앞에서 뿌려놓았다. "전지전능하신 그들"은 시간을 그저 우리가 공간을 이용하듯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3차원의 존재인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이 존재는 사실은 영화 전체를 망쳐놓고 있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이다. 이 전지전능한 존재는 중력파를 이용해서 (결과적으로) 나사를 재건하게 하고, 쿠퍼를 이용해서 인류를 구원하게 한다.

그런데 그만한 정도의 존재라면 일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지도 않았을까? 더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은 불가능했단 말인가? 왜?

왜 이 전지전능한 존재들은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만들어야만 했던 것인가...




뭐 아주 쉽게 이야기하자면 웜홀을 토성이 아니라 달 옆에 만들어주면 좋잖아!

그리고 중력방정식도 늙은 브랜든 박사한테 바로 전달하는 거지...-_-;;

이 전지전능한 존재에 대해서 사실은 정보가 아주 부족해서(그것이야말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지만) 그냥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그래 놓으니까 마지막에 "사랑"이니까, 라고 말하는 대목이 그저 닭살이 오르고 말 뿐.

쿠퍼와 젊은 브랜드 박사와의 꽁기꽁기한 관계도 이상한 건 마찬가지. 물론 영화는 그저 영상으로 밀어붙여서 앤 헤서웨이잖아, 예쁘잖아, 남주는 홀애비잖아, 뭐 이렇게 말하고 있을 뿐이지만... 둘이 키스 장면도 하나 없는데 딸래미가 브랜드 만나러 가라는 게 뭔 말이야...-_-;;

갑자기 투덜이 모드가 되었다. 쩝...







아무튼 이런 문제가 있긴 하지만, 아이맥스로 본 영화는 압도적인 영상미와 더불어 여러가지 볼만한 장면들을 보여준다. 로봇도 재미있었다. 피규어 보면 사고 싶을 듯.

재미있는 영화였고, 우리 사회에서 열광하는 것도 또 아주 재미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이유는 대충 알만하지만...

덧글

  • 자늑 2014/11/28 12:25 #

    밀러 행성에 착륙했다가 다시 인듀어런스로 돌아갔을때 로밀리가 통신이 고장났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받을 수는 있는데 보낼 수는 없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 초록불 2014/11/28 13:28 #

    그렇다면 얼음 행성에 갔을 때는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수리를 위한 노력도 보이지 않아서...
  • 정호찬 2014/11/28 13:32 #

    자동차는 옥수수 기름으로 굴리지 않을까요(친환경!) 맥주도 옥수수 맥주일라나(아니 그건 버본 아닌가)
  • 초록불 2014/11/28 16:00 #

    내연 기관이 그렇게 변했으면 효율면에서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 스카이호크 2014/11/28 16:58 #

    먹을 수 있는 작물이 점점 줄어가는 마당에 그런 사치를 부리진 못했을 겁니다.
  • Heron 2014/11/28 13:41 #

    건질만한건 블랙홀 CG와 로봇 정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쭉 몰입해서 보다가 밀러 행성에서 시간 날리고 난 뒤에 에드먼즈 행성으로 가자고 징징거리면서 사랑타령할 때 확 깨더군요 ㅡㅡ;
    게다가 애초에 스페이스 콜로니 세울 정도면 지구에서 바이오스피어 짓고 버티는게...
  • 초록불 2014/11/28 16:01 #

    지구 환경이 차라리 낫긴 하죠.
  • 이런십장생 2014/11/28 17:49 #

    건질거 하나 더 있었습니다.

    "르네즈미가 이쁘게 잘컷어요."
  • daswahres 2014/11/28 14:22 #

    일단 초록불님의 질문에 제 부족한 지식으로 답변해보자면
    1. 식량자원만 부족하지 다른 자원은 풍족하니 그렇게 쓰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3. 작중 나온 공간(?)을 연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미래의 인류라고 알고 있습니다. 즉 지구에서 탈출에 성공한 인류가 결국에는 과학력이 발달해서 5차원까지 간섭을 하게 되는 놀라운 기술 발전력을 일구어 냈다고 하네요.
    굳이 딸 내미에게 전해주는 그런 복잡성은 사실 그게 제일 효과적이지 않았을까요? 딸내미는 어떻게해서든 플랜 A를 성공시키고 싶어하며, 그런 간절함이 결국에는 플랜 A의 성공을 이루어 냈는데 애초에 브랜든 박사는 플랜 A, B 둘 다 생각해서.. 성공하려면 한 우물만 파라는 조상님들의 교훈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중요한 장면(쿨럭-_-;;)
  • daswahres 2014/11/28 14:26 #

    4. 굳이 토성에다가 웜홀을 깐 이유는 거기까지 인간 항해를 시키는게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를 성공시키기 위한 최저 조건이라고 봐요.
    5. 저는 앤 해서웨이와 쿠퍼의 연애가 그다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요.ㅎㅎ 둘은 많은 미션을 함께 수행해왔으며, 서로의 고독을 채워주는 존재이기도 하니.. 그게 연애감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다고 봐서요.
  • 초록불 2014/11/28 16:02 #

    3. 그런 문제라고 보기가... 그냥 중력방정식을 브랜드 박사에게 전달하면 인류를 실은 우주선이 발진하고... 그걸로 끝이죠.

    5. 연애가 그렇게 쉬우면 세상에 싱글족이 넘쳐나지 않을 겁니다...^^
  • Bellona 2014/11/28 15:24 #

    프로야구도 아직 있는데, 휘발유도 돈주고 못구할 정도는 아닌것 같아요... ^^
  • 초록불 2014/11/28 16:03 #

    휘발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유전에서 가공에서 운송까지...
    이해하려고 하면 이해 못 할 것도 없지만...
  • 더카니지 2014/11/28 16:42 #

    태양전지로 10년간 비행가능한 무인기가 나온걸 보면 기술력 발달로 내연기관을 안쓰거나 연료효율이 놀라울정도로 좋아졌을듯해요.
    앞서 분말대로 식량자원만 부족할뿐 다른 자원은 넉넉해보이기도 했고요.
  • 초록불 2014/11/28 16:59 #

    문제는 그 비행기를 제어하는 센터는 이미 멸망...

    그래서 통제없이 날아다니고 있는 거죠. 이 말은 최고조에 달했던 문명이 몰락하고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도 극소수(주인공 같은) 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자원이 넉넉하다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없죠.
  • 더카니지 2014/11/28 16:48 #

    통신문제는 정황상 일부러 송신 불가로 했을 가능성이 높네요. 브랜든 박사는 플랜A를 포기하고-실패- 플랜B에만 주력했으니 쌍방향 통신이 가능하면 큰일이죠.
  • 초록불 2014/11/28 17:00 #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부분을 감상자들이 일일이 상정해 줘야 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 니킬 2014/11/28 17:12 #

    딸이 마지막에 아버지를 보내는걸 보니, 황당한 기분에 자식이 먼저 가는걸 보여드릴 수 없다고 하던 부분의 감동까지 식더군요. 그 별에 브랜드 박사 혼자만 살아있는 모습이 나와서 망정이지(?), 다 살아있었다면 기껏 도착한 아버지의 입장이 어떻게 됐을지.... 아무리 사랑이 굉장하다고 해도 딸하고 브랜드 박사 사이에 그 정도 관계는 없을텐데 말이지요.;;;
  • 초록불 2014/11/30 13:10 #

    대체 그 딸이 브랜드 박사와 아버지 사이에 어떤 썸씽이 오갔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지...
  • 2014/11/28 20:4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1/30 13:1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Heron 2014/11/28 21:46 #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미래 인류가 저렇게 어렵게 옛(그러니까 현재) 인류를 구원해준 이유는 쉽게쉽게 구해줬으면 인류는 새로운 행성을 아끼지 않았을거라는 우려 때문에...(?)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602921&no=52&weekday=thu
  • 초록불 2014/11/30 13:14 #

    간절함...이라고 둘러대지만 관음보살도 알고 있다시피...

    그건 다 그렇게 해야 스토리가 나오기 때문이죠.
  • 못되먹은 바다표범 2014/12/10 00:41 #

    사실 인터스텔라는 북미나 유럽 흥행은 실패했다고 하죠. 아마 가족간의 유대감과 자기도 알지 못하게 흐른 세월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우리나라 정서에 맞았던게 아닐지 싶네요.
    앤 해서웨이랑 쿠퍼를 밀어준다는 느낌은 전 받지 못했네요. 마지막 장면은 서로간의 연애감이라기 보다는 인류의 미래를 찾는 임무를 완수하러간다는 느낌이 강했거든요(그나저나 작품 속에서도 둘의 나이차이가 꽤 날텐데…실제로 브랜드의 사랑은 다른 이에게 향해 있었구요). 5차원의 존재들이 굳이 쿠퍼와 딸을 이용해 한답을 전해준것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의지를 전달해줄수있는 초월적인 매개체가 인간의 간절한 감정, 즉 '사랑'이 될 수 있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세지가 아니었을런지…실제로 브랜드가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에서 그런 뉘앙스가 풍겼고 말이죠.
  • 초록불 2014/12/10 10:13 #

    뭐랄까요. 여전히 그렇고 그런게 그토록 간절히 만나고 싶어한 것으로 "강요하는" 딸을 만나서 그 임종도 지키지 않고 휙 떠나는 것에 대한 이해 불가능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그 이유가 딸의 광대무변한 이해 - 아빠가 떠날 때는 없었던 - 에 있다는 것은 참...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유사역사아웃

2017 대표이글루_history

구글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