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할머니가 나오는 영화가 개봉 중이라는데, 보러 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욕을 굳이 내 돈 내고 들으러 갈 일이야...
어렸을 때 일이다. 집에 놀러온 친구 하나가 불편한 얼굴로 말했다.
"너희 할머니, 왜 자꾸 욕 보라고 해?"
"응?"
우리가 하교 후 집에 들어가면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욕 봤데이. 얼릉 들온나."
친구하고 있다가 엄마 심부름이 있어 같이 간다고 인사하면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 욕 봐라."
학교 다녀오는 일도, 심부름 하는 일도 욕 먹을 일이 아닌데, 자꾸 욕 보라고 하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던 거다. 수고했다, 또는 고생했다는 말을 욕 본다로 표현하는 경상도 사투리를 몰라서 생긴 일.
그때까지 나는 한 번도 그 "욕"을 그 "욕"으로 인식해본 적이 없었는데, 친구의 말에 두 "욕"이 합쳐지면서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쏭달쏭해 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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