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필사를 해본 적이 없다. 글을 배우는 사람들에게도 권해본 적이 없다.
필사는 평생 딱 한 번 해봤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김소월 시집을 통째로 베껴본 적이 있다.
순전히 돈이 없는데, 시가 너무 좋아서 책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했던 짓이었다.
나는 필사할 시간에 책을 더 읽으라고 말한다. 문학 공부를 하는 친구들에겐, 좋은 글을 만나면 소리 내어 읽어보라고 한다. 자기가 쓴 문장이 미심쩍을 때도 소리내어 읽어보면 좋은 문장인지, 나쁜 문장인지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해준다.
내가 해보지 않았으니 필사가 정말 문장력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건방진 일일지 모른다. 다만 필사를 해버릇해서 저도 모르게 표절할 가능성이 생긴다라고 말한다면...
필사라는 걸 하는 이유가 나중에 표절 시비 걸리면 도망칠 생각에서 하는 것이란 말이냐?
그렇다면 더더욱이나 필사 같은 걸 할 이유가 없겠다. 셰익스피어를 필사한다고 셰익스피어가 되지도 않을 것이고, 에코를 필사한다고 에코가 되겠느냐? 조세희를 필사하고, 박경리를 필사한다고 <난쏘공>을 쓰고, <토지>를 쓰겠느냐.
그 아까운 시간에 영혼에 불을 밝혀줄 책을 한 권 더 읽어라.
덧글
http://blog.naver.com/nyscan/220396827860
아무래도 한국을 끌어간 지도층 인사중에는
이런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거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시간이 많이 남아 돌았는데 할 짓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이외수씨의 작품들이 와닿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게 잘 이해가 안되는군요.
제가 나이를 먹어서 감수성이 없어진 것인지, 어렸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모사가 그림을 배우는데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맡 이게 지나치면 모사한 작가의 그림체뿐 아니라 작가특유의 연출력 마져 닮아져 비난받기 싶상이거든요. 그림자체를 배끼는 표절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림체가 같으면 소위 파쿠리가 되고말죠.(기타 연출특징끼지 같다면 더더욱. 최근 김대일작가의 공포만화가 이토준지 그림체 표절 논란이 있었죠. 오마쥬라고 하는데.. 그림체까지 따라한걸 오마주라고 하는 건 좀.. )
근데 신작가의 경우엔 파쿠리소리보다 표절로 논란이 일어난거 보면 필사를 하면서 특정 문장들을 어느순간 자기것으로 착각한게 아닌가 싶더군요.
그런데 신경숙의 이번 건은 중간중간에 눙치고 들어가려고 섞어놓은 게 너무 분명하게 보이거든요. 이런 경우는 의식적인 표절일 가능성이 아주아주 높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