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정한다 [스포일러] *..문........화..*





미국 역사학자 데보라 립스타드(대개 역사책에는 립스태드로 번역되었으나 영화에서 립스타드로 나옴)와 영국의 역사 작가 데이빗 어빙 사이의 재판을 다룬 영화다.

재판의 내용은 홀로코스트 부정론에 대한 것. 데이빗 어빙은 홀로코스트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영화는 립스타드가 교단에서 홀로코스트 부정론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립스타드가 그 내용을 모아서 책을 내고 출간기념회를 하는데 그 자리에 어빙이 나타나 난동을 핀다.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빙은 몇 년 후에 영국에서 립스타드를 명예훼손으로 재판을 건다. 영국에서 재판을 건 이유가 재미있다.

미국이라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명예를 훼손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 책임을 지지만, 영국은 고발을 당한 쪽이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다고 증명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립스타드가 홀로코스트 부정론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담을 피하는 방법은 합의를 통해서 재판에 가지 않는 것이지만 립스타드는 나치 부흥집회에서 연설하는 어빙의 모습을 보면서 재판에 응하기로 한다.

변호사들은 필승의 전략을 짜기 시작하고 어빙은 재판을 통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어빙을 띄워줘서는 안 된다는 점에 립스타드와 변호사는 합의를 하게 되고 사방의 비난 속에서 립스타드는 자기 갈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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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불과 수십 년 전의, 그리고 생존자들조차 남아있는 명백한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을 상대로 피를 말리는 재판이 진행된다는 것! (이러니 수천 년 전의 일을 가지고 싸워야 하는 나는...)

어빙이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싸움이라고 말하면서 득의양양하는 모습은 스스로를 '재야'라 부르며 '강단'과 싸운다고 의기양양해하는 저~쪽 집단을 자연히 연상하게 한다.

가스실 지붕에 구멍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어빙에게 일격을 당한 립스타드와 변호사는 그 다음에 그가 할 말도 뻔히 안다. 그때 변호사가 말한다. 설명하기 어려운 사소한 것들을 가지고 명백한 모든 것을 뒤집어 엎는 것이 어떻게 정당할 수 있느냐고. 환단고기 신봉자들이 늘 하는 짓이다. 한두 가지 사소한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러니까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사소한 것을 일일이 설명하면 길어서 못 읽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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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상적인 장면은 아우슈비츠 생존자를 법정에 부르지 않겠다는 변호사의 자세였다. 립스타드 뿐만 아니라 생존자들도 반발한다. 그러나 변호사는 어빙이 생존자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준다. 조롱과 멸시. 사소한 기억의 착오를 물고 늘어져서 생존자를 거짓말쟁이, 아우슈비츠를 팔아먹는 감성팔이로 만들어버린다. 그런 일을 겪게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감동, 감동)

마이클 셔머는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에서 바로 이와 같은 경우를 이야기한다. 유대인이 비누가 되어버렸다는 생존자의 증언을 부정론자가 물고 늘어지면서 벌어진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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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을 가지고 토론할 수 있다. 하지만 거짓말을 늘어놓은 상대와 토론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 이야기를 하나의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두에게 공정한 척 하면 안 된다. 영화의 말미에 립스타드가 하는 이야기는 정말 중요하다. 표현의 자유를 막으려 하는 자는 거짓을 주장하는 자들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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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 진 어빙의 정신 승리가 나온다.

국회공청회에서 역사학자들에게 진 유사역사가들의 정신 승리와 동일하다. 너무나 서글픈 일은 유럽의 역사학계는 수많은 학자들이 이에 대해 증언하고 그 결과가 받아들여지는데, 우리나라는 역사학계 전체를 식민사학이라 매도하기 때문에 그와 같이 일이 진행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명백한 결과가 바로 이덕일이 김현구 교수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같은 일이다. 앞길이 깜깜한 형국이다.

덧글

  • 잉붕어 2017/05/05 15:52 #

    저도 이거 보면서 그쪽들이 생각나더군요. 하는 짓이 비슷해서 말이지요.
  • 초록불 2017/05/05 16:45 #

    저는 감동의 눈물을...
  • JOSH 2017/05/06 05:25 #

    이런 영화였군요.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정보 감사~~
  • 초록불 2017/05/06 21:36 #

    꼭 보시길...^^
  • 칭챙총중화메이슨클랜 2017/05/08 19:36 #

    너무나 서글픈 일은 유럽의 역사학계는 수많은 학자들이 이에 대해 증언하고 그 결과가 받아들여지는데, 우리나라는 역사학계 전체를 식민사학이라 매도하기 때문에 그와 같이 일이 진행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ㄴ 신라발해 이후 시대에 대해서도
    알고보면 객관적이고 옳은 주장인데 불구하고 '식민사학'이라고 매도당하는 그런 주장의 예들이 어떤것들이 있나요?
  • 게으른 바다표범 2017/05/14 04:29 #

    김현구 교수가 주장한 임나일본부설이 주류 역사학계의 정설인가요 ?
    임나일본부설을 부인하는 이덕일의 주장은 유사역사학으로 분류됩니까 ?
  • gaea 2017/05/14 08:11 #

    김현구 교수가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했다는건 이덕일이 주장한거고, 실제로는 김현구 교수는 임나일본부설을 깨기 위해 평생을 바쳐 온 학자 입니다. 거꾸로 이덕일은 본인이 임나일본부를 부인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덕일의 학설 대부분은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일본 학자들의 학설을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namu.wiki/w/%EA%B9%80%ED%98%84%EA%B5%AC%20%EC%9E%84%EB%82%98%EC%9D%BC%EB%B3%B8%EB%B6%80%ED%95%99%EC%9E%90%EC%84%A4
  • 초록불 2017/05/14 23:47 #

    위 댓글의 링크에도 나오겠지만, 이덕일은 호남 지방이 일본인들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는 환단고기를 적극 옹호하고 있죠. 이런 환단고기 옹호 주장이 유사역사학으로 분류됩니다.
  • 게으른 바다표범 2017/05/15 06:24 #

    답글 잘 보았습니다.
    관련 언론 기사를 보니 오해를 유도하는 내용이 제법 보입니다.
    결론 - 김현구 교수는 임나일본부설을 비판한 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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