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잔혹사 *..만........상..*



이사를 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서재의 대빵인 에어컨이 비장하게 말했다.

"나는 이 집과 운명을 같이 하겠다. 선장은 배와 함께 가라앉는 법이고, 나는 이 집에서 가장 오래된 가전이니까."

그러자 레이저 프린터가 감동과 비분에 외쳤다.

"대장님! 저도 대장님 뒤를 따르겠습니다."
"안 된다! 이제 여름이 끝났지만 주인님이 아직 너를 쓸 일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충성을 다하도록!"
"그럼 마지막 프린트를 마치고 대장님 뒤를 따르겠습니다."

이렇게 에어컨과 프린터가 숨을 거둔 뒤, 부엌의 터줏대감인 전기밥솥이 비장하게 말했다.

"주택이 가전을 기른 지 19년. 주택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는 가전이 하나 없다면 어찌 가전의 이름을 내세울 수 있으리오. 서재에서 둘이나 '순가'하였는데 1층은 이 집의 대부분인데 어찌 아무도 집과 운명을 같이 하지 아니리오."

전기밥솥은 비장하게 말한 뒤 기능을 다하였다. 그 소식에 안방과 거실의 수도꼭지들도 눈물을 멈추지 못하였다.

덧글

  • 무명병사 2017/10/09 22:32 #

    아아아아아아.....ㅠㅠ
  • 초록불 2017/10/10 07:23 #

    ㅠ.ㅠ
  • santalinus 2017/10/09 23:39 #

    세상에나! 몽땅 한꺼번에 고장이 났군요! 이것은 바로 이사하면서 더 좋고 새로운 가전을 장만하라는 하늘의 계시인 것입니다.
  • 초록불 2017/10/10 07:24 #

    글쎄말입니다..^^
  • 라비안로즈 2017/10/10 00:39 #

    .... 새 술은 새 부대에(...)
    원래 그런것 같애요. 오랫만에 이사 가려하니 정말 가전제품은 오래된 집과 운명을 같이 하더라구요
  • 초록불 2017/10/10 07:24 #

    신기한 일입니다.
  • Mirabell 2017/10/10 02:38 #

    3대에 3가구의 가전 가구가 쌓여있는 창고같은 집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매우 신박한 기분이 듭니다.. 읽다가 빵터졌어요.. ㅠㅠ
  • 초록불 2017/10/10 07:24 #

    감사합니다.
  • 레드진생 2017/10/10 07:00 #

    읽으면서 빵터졌네요.
    근데 진짜 이사시기에 그러더라고요. 저희 경우에는 아예 보일러가 망가져서... 와이프, 딸하고 함께 "우리 집 실키들이 이사가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네" 하며 웃어넘기기는 했는데 출혈이... ㅠㅡㅜ
  • 초록불 2017/10/10 07:24 #

    윽... 그건 정말 출혈이...
  • 서산돼지 2017/10/10 07:10 #

    새집에서 새 살림과 새롭게 시작하시라는 충성어린 가전들이군요
  • 초록불 2017/10/10 07:25 #

    어딘가 핏방울이 남아서 대나무라도 자라나면 끝장인데 말이죠...^^
  • 지지배배 2017/10/10 07:14 #

    이사갈 때까지만이라도 갸륵하게 안간힘 쓰며 버텨줬다고 생각하시면 좀 기분이 나으시려나요^^;
  • 초록불 2017/10/10 07:25 #

    훌륭한 가전들입니다.
  • 위장효과 2017/10/10 09:20 #

    이사 다 끝난 다음에 망가져서 새거 사들인다고 끙끙대는 것보다 더 낫지 말임다!!!
  • 초록불 2017/10/10 09:49 #

    그렇죠!
  • 천하귀남 2017/10/10 13:24 #

    물러갈때를 아는 가전이... 아닌듯 하군요.
    이사전에 고장나면 새로 산것이 이사 과정에서 흠집나는것이 참 마음 아프고 이사후에 고장나면 이것저것 바쁜데 일거리만 늘리는 것이니...
  • 초록불 2017/10/10 13:32 #

    이사 간 뒤에 사야죠...^^
  • 천하귀남 2017/10/10 14:12 #

    요즘나온 가전기기 보니 10년전과 또 다르게 변해있더군요.
    특히 전력 소모 부분에서 매우 인상적인 물건이 많았습니다. 좋은 물건 고르시기를 기원합니다.
  • 괴인 怪人 2017/10/10 20:02 #

    이사 잔혹사 라고 하시길래
    진나라 승상 이사 이야기 올리셨나
    했는데 이삿짐 이야기셨군요
  • 초록불 2017/10/10 21:38 #

    ^^
  • 알렉세이 2017/10/10 23:27 #

    새 것을 사라는 계시인가 봅니다. 허허허
  • 초록불 2017/10/11 08:14 #

    그런가 봅니다...^^
  • 연성재거사 2017/10/11 16:54 #

    이 참에 새로 장만하시죠. 오래된 가전제품 계속 쓰면 이게 전기를 생각보다 많이 잡아먹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새 제품을 사는게 차라리 전기를 덜 먹고 돈을 덜 쓰게 되더군요.
  • 초록불 2017/10/12 10:30 #

    고장난 거 다 내다버려서 새로 사야 합니다.
  • 로자노프 2017/10/11 20:39 #

    이건 무슨 경우이려나요... 액땜이길 바래야 되려나요...
  • 초록불 2017/10/12 10:30 #

    성주신의 재앙...
  • 역사관심 2017/10/12 00:11 #

    ㅎㅎㅎㅎㅎ 웃어서 죄송합니다.
  • 초록불 2017/10/12 10:30 #

    웬걸요. 웃으라고 올린 글입니다...^^
  • Barde 2017/10/12 00:43 #

    수도꼭지가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게 몹시도 인상적입니다. 단독주택은 여러 추억이 깃들어 있어서 묘한 공간인 것 같습니다.
  • 초록불 2017/10/12 10:30 #

    오늘은 변기에서도 눈물이... 참 묘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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