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8 - 라스트 제다이 (스포 만땅) *..문........화..*





나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 정도로 말한다면 그냥 좋아한다는 정도인 듯. 마블 시리즈처럼 나오면 보는 정도고 두 번, 세 번 되풀이해서 곱씹으며 보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사실, 나는 어떤 영화도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케이블TV에서 뻔질나게 재방송해주는 영화라 여러 번 보게 되는 경우는 있지만...

따라서 스타워즈의 설정을 시시콜콜 외우고 있다든가 하지는 않습니다. 이 앞의 시리즈들은 물론 에피소드7도 기억이 알쏭달쏭해서 포가 나왔을 때, 저 사람이 전편에 나왔다는 걸 잘 기억 못하다가 BB-8 덕분에 생각이 났을 정도.

아무튼 나는 이번 8편을 아주 재미있게 봤고(물론 극장에 또 보러간다든가 하지는 않겠지만 이미 말한대로 나는 극장에 두 번 가서 본 영화가 원래 없습니다)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 대단히 감탄하며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레이가 한 축을 담당합니다. 레이는 루크를 찾아서 떠났고 루크와 일진일퇴를 하면서 포스에 다가가게 되죠. 다른 축은 저항군이 담당합니다. 퍼스트 오더와 직접 닿아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이 공간의 담당자는 포와 핀으로 대변할 수 있습니다.

첫 장면에서 포가 혼자 헤집고 다닌 끝에 전함 하나를 박살내는 성과를 내고 돌아오지만 레아 공주는 책망을 하고 강등시키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이 전투에서 골수 스타워즈 팬들이 우주전의 허접함에 분노한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별 생각 없이 봤습니다.)

이 장면은 일종의 낚시인 셈입니다. 큰 공을 세웠으나 인정받지 못하는 고독한 히어로를 그리고 있죠. 포는 상부에 대한 불신을 안고 향후 독자적인 작전을 펼칠 명분을 획득합니다. 그리고 핀이 가져온 떡밥을 덥석 물게 됩니다. 핀은 로즈와 함께 탈출에 성공하는데요, 사실 이렇게 탈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은 나중에 수송선 탈출 장면으로 이어지는 거죠.

아무튼 포는 탈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추격기를 끄고 광속으로 달아나고자 합니다. 그러나 상부는 포의 말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권위로 찍어누르죠. 사실 이 부분도 낚시. 일반적인 재난 영화의 공식처럼 진행됩니다. 위험을 해결할 방법을 아는 사람의 말을 상부에서 묵살하고 사태를 악화시키는 장면은 재난 영화의 클리셰죠. 이 장면에서 에잇, 젠장할 권력자들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핀은 한 솔로가 아니고 - 사실 솔로도 황당한 일을 하는데 어쩌다가 성공하죠 - 솔로와 로즈의 엉성한 작전은 위태위해하다가 결국은 파탄을 일으킵니다. 심지어 이들 덕분에 적들은 탈출 계획도 알아차리게 되죠. 저항군의 전멸이 다가옵니다.

대체 이런 에피소드는 왜 있느거냐 싶을 수도 있겠죠. 일반적인 영웅서사는 좀 부족해보이는 주인공이라 해도 역경과 고난과 행운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하고 해피 엔딩을 이끌어내야 하니까요. 이번 에피8은 그런 영웅서사를 모두 박살내면서 진행이 됩니다. 때문에 스타워즈라면 가져야 하는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기대하고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자신의 기대가 박살나면서 영화에 불만을 표하게 되는 겁니다. 그럴 수도 있죠.

나는 다른 창작물을 볼 때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가진 기대가 깨지는 것이 즐겁습니다. 이렇게 진행되겠구만 하는데 그렇게 진행되는게 아주 지루하거든요. 그런데 스타워즈8은 그런 장면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렇게 진행되겠구만 하는데, 완전 다르게 진행이 되는 겁니다. 신날 수밖에요.

그러나 물론 그 기대가 깨지는 방향이 완전 잘못된 방향, 즉 내적 논리가 없이 작가 편의적으로 흘러가면 짜증이 나겠죠. 스타워즈8은 그렇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즉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문법은 신세대의 기성세대 비판이 주된 것이었다면 스타워즈8은 신세대와 기성세대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 그러나 구 세대는 결국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여러 장면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실패하고 쓰러져도 역사는 새 존재들에 의해서 쓰여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기성세대가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그저 그들의 한계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거죠. 그리고 신세대 역시 그들의 패기만만함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보증수표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막대한 희생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이야기하는 거죠. 이런 불투명한 미래를 영화에서 보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세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습니다. 구세대는 어떻게 되나요. 쓰러집니다. 어떻게 쓰러지냐 하면 기존의 가치를 지키는 보수주의적 모습을 보여주면서 쓰러지죠.

그게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함선 가미카제입니다. 이런 자폭 공격은 정말 닳고 닳은 클리셰죠. 인디펜던스 데이, 프로메테우스, 심지어 어벤저스에서도 나옵니다. (시나리오 작가들아, 일 좀 해라!) 다른 해결 방법들이 있었을 겁니다. 얼른 떠올려도 몇 가지 수가 있어요. 하지만 그야말로 대체 광속으로 함선이 충돌해오면 그걸 막아낼 방법이 없단 말이냐는 탄식을 자아내는 허망한 방법으로 화면만 화려하게 꾸며놓은 장면이죠. 확실히 속 상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결국 이 장면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구세대의 방법입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고 멸사봉공하는 자세. 기존 클리셰의 반복. 그리고 그 반복을 행하는 사람이 초반에 무능한데 권위밖에 없어보이는 바로 그 사람이죠.

이 장면은 나중에 핀에 의해서 다시 한 번 되풀이됩니다. 뻔한 서사가 또 되풀이되는군요. 핀은 저항군을 위기로 몰리게 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로즈가 그걸 막아서 저항군은 다시 한 번 위기에 처합니다. 이런 이유로 이 장면에서 화내는 분들이 아주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역시 대를 위한 소의 희생 같은 걸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살아남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자살율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더 그렇지요. 살아남아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신도 불량배의 샅을 기어간 거죠. 냉소적인 분들이라면 물론 그래봐야 토사구팽...이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는 이 장면이 좋았습니다. 핀이 살아서 기뻤죠. 뻔한 클리셰가 청년 세대에서 되풀이 되지 않게 해주어서 좋았습니다.

카이로 렌은 세대교체의 극단성을 대변합니다. 구세대는 다 쳐부수어야 하는 적이죠. 그것은 루크건 스노크건 가리지 않고 발현됩니다. 어머니한테만은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만, 그렇다고 구해주는 것도 아니죠. 저는 사실 레아 공주가 우주 공간에서 눈을 뜨고 귀환한 것에 렌의 뭔가가 작동한 것은 아닌가 살짝 의심을 해봅니다.

렌이 스노크를 죽인 방법에 대해서는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스노크와 렌 또는 레이가 정면대결을 한 경우 스노크를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고 봐야겠죠. 암수로 죽이는 방법밖에 없는데, 진짜 적을 심상으로 속여넘기는 건 사실 여기서만 사용된 방법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스타워즈 6편이 거의 1편만큼 재미가 없었는데 팰퍼틴이 너무 어이없게 죽어서... 그에 비하면 스노크는 정말 세련된 방법으로 가셨네요.

렌은 이렇게 구세대를 날려버린 뒤에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고자 하는데, 그래봐야 정은이 2세를 뛰어넘을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이야기의 다른 축인 레이로 돌아가보죠.

레이의 무시무시한 포스 능력은 루크에게 흥미를 일으킵니다. 계속 묻죠. 너는 누구냐고. 레이도 자기가 누군지 모릅니다. 그녀는 포스의 어두운 면처럼 보이는 구덩이를 보고... 결국 그 구덩이 안에 들어갑니다. 그 안에서 이상한 거울을 발견하고 자신의 비밀을 알고 싶어합니다. 출생의 비밀...

스타워즈는 출생의 비밀을 잘 우려먹은 영화입니다. 스카이워커 가문의 막장드라마죠. 당연히 그 "연장선" 상에서 레이의 출생도 루크 스카이워커 만큼의 비밀이 있으리라 팬들은 기대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구덩이 안에서 레이가 마주 선 것은 그냥 그녀 자신이었죠. 자기 자신. 아주 좋습니다. 출생의 비밀 따위는 엿먹으라고 하라는 거죠.

레이의 막강한 포스 사용 능력... 출생의 비밀도 없는 그녀에게 이게 뭔가 싶을 텐데, 그건 아나킨 스카이워커도 마찬가지였어요. 아나킨은 뭐 대단한 신분을 가졌나요. (물론 그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서도 온갖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사실 레이의 출생이 이번 편에서 나오긴 하지만, 그게 다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다음 편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편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레이는 오직 레이일뿐. 그녀는 자신의 힘을 믿고 자신의 힘을 사용합니다. 결국 마지막에 각성한 힘을 보여주죠.

레이는 렌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 믿지만 루크는 믿지 않죠. 신세대와 기성세대는 여기서 갈라지고 루크는 죽음으로 다시 한 번 반란군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줍니다. 네, 전함의 여제독과 동일한 역할 수행을 하는 구세대였던 거예요. 그리고 이들을 죽음에서부터 생명으로 건져 올리는 역할은 레이가, 즉 신세대가 맡습니다.

전 편의 제목은 깨어난 포스였죠. 선과 악의 오감 속에서 포스는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요? 제다이들은 포스를 다룰 줄 아는 영재들을 발굴해서 훈련시켰고 선의 기사들을 만들어왔는데, 이 모든 시도는 결국 실패했고 루크는 갈등했지만 요다는 구세대의 지식까지도 모두 불태워서 없애버리죠. 더 이상 이런 포스의 관리는 필요없어졌다는 새시대의 선언입니다. 그것은 영화 마지막에 소년이 빗자루를 움직이는 장면에서도 보이죠. 포스는 이제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형태가 어떤 것일지는 몰라요. 그건 다음 편을 기대해 봐야죠. 느낌 상으로는 귀족의 시대에서 평민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여전히 남은 떡밥들이 있습니다. 저항군의 동맹들은 왜 연락에 응하지 않았는지, 레이 일행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다음편에서 코드 브레이커는 어떤 모습으로 재등장하게 될는지랄까.

다음 편에서 또 어떤 기대를 저버리게 될지 궁금합니다. 렌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가 제일 궁금하네요. 뻔한 스토리는 그냥 흑화해서 미쳐 날뛰는 건데(정은이 2세), 그러지는 않겠죠.

개인적인 감상이므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봐주세요. 사실 이런 글 쓸 시간이 전혀 없는데 정리를 좀 해놓아야 할 것 같아서 쓴 거라 태클 사양입니다. 밸리에도 안 보낼 거예요.

덧글

  • 슈타인호프 2017/12/21 01:42 #

    으음, 잘 읽었습니다. 확실히 생각이 교차하네요.
  • 초록불 2017/12/21 06:28 #

    ^^
  • Barde 2017/12/21 02:57 #

    잘 보았습니다.
  • 초록불 2017/12/21 06:28 #

    감사합니다!
  • Fedaykin 2017/12/21 05:21 #

    구세대는 구세대 방식대로 퇴장하는거야 좋은데 그 과정에서 내적 논리가...흑..ㅠ...설정파괴에 속이 꿈틀거리는 구세대의 팬덤들도 퇴장해야하나 봅니다...스노크는 팬들 마음 속에!
  • 초록불 2017/12/21 06:29 #

    다음 편을 기대해보세요. 스노크는 죽어도 죽은 게 아닐 수 있습니다...^^
  • 사월아이 2017/12/21 12:35 #

    이런 해석도 이해가 갑니다. 지금 드는 생각은 그저 아이고 이거 괜히 올렸구나 하는 겁니다. 여기저기서 물어 뜯기고 인신공격 당하고 있으니 아무 것도 안해도 굉장히 피곤하고 환멸만 느끼네요 ㅋㅋㅋㅋ
  • 초록불 2017/12/22 10:15 #

    내 주변에는 잘 봤다는 사람이 가뭄에 콩 나는데, 어디가나 열혈 안티들부터 보이는 모양이다. ㅎㅎ
  • 아빠늑대 2017/12/21 12:37 #

    아직까지 남아 있는 머리속의 이미지는 렌=이광수 뿐입니다. ㅎㅎㅎ
  • 초록불 2017/12/22 10:16 #

    그래도 광수보다는... ㅎㅎㅎ
  • 明智光秀 2017/12/22 09:18 #

    사랑합니다 고객님 ㅋㅋㅋ
    https://blog.naver.com/halmi/221168298442
  • 초록불 2017/12/22 10:16 #

    ^^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7/12/22 17:48 #

    어.... 3번을 본 사람입니다. 지금까지의 감상도 잘 모르겠단 입장입니다. 1편~7편, 애니메이션(반란군과 클론전쟁)을 봐서 꼬여버렸나 싶습니다. 이게, 만약, 진짜, 확실히, 정말로 이걸 7편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그럼 부담이 적어졌을텐데.... 왜 3부작 시리즈의 2편을 맡아서 응?

    더블 J는 생고생 할 겁니다. 감독 걱정된건 처음이네요.
  • 초록불 2017/12/23 07:30 #

    잘 모르겠는 영화를 세 번이나 보시다니, 정말 열혈 팬이시네요...^^;; 에이브람스 감독의 영화는 대체로 좋아하는 편입니다. 완전 팬은 아니지만 믿고 볼만한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잘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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