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만........상..*



1.
이영도는 97년 봄에 게임매거진에 롱소드에 대한 장문의 편지를 보낸 바 있다. 당시 이영도의 편지를 받아본 기자는 자신의 필력에 무한 회의감이 들면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고...

2.
시인들은 별난 예외지만, 소설가들은 다른 소설가들의 소설을 읽지 않는다. 술집에서 만나 술을 함께 마실 수는 있지만, 남의 소설을 읽는 법은 없다. 내가 쓴 것도 소설이고, 네가 쓴 것도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의 소설을 읽을 바엔, 차라리 내 소설을 한 편 더 쓰는 게 낫다. 소설가는 소설 아닌 것을 읽는다. 거기에 유익하고 배울 게 있기 때문이다. - 장정일의 시사인 컬럼 중에서

이 양반은 자기도 남의 소설깨나 읽어서 무슨 독서일기니 하는 것도 쓰지 않았던가. 나는 내 주변에서 소설을 읽지 않는 소설가를 본 적이 없다. 최소한 내 경험으로 한정지어 이야기하자면 이름 날리는 소설가들은 모두 대단한 소설 탐독가들이다. 이 분들과 만나 소설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는 내가 읽은 것이 겨우 요만큼인가 반성하게 되고 그래서 내가 베스트셀러작가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생각하기도 한다.

장정일의 저 말에는 무시무시한 부분이 숨어있다. "소설가는 소설 아닌 것을 읽는다. 거기에 유익하고 배울 게 있기 때문이다."라는 것인데, 이것은 소설가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반 독자들이 이렇게 말한다. 소설은 그 안에 유익한 것도 없고 배울 것도 없으므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생긴데는 이유가 있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유익한 것도 없는 것들로 가득찬 교과서의 소설들이라든가. 뭔말인지 모르겠는걸 소설이라고 써온 이상한 작가들이라든가.

3.
캐리 언니가 읽어준 <색깔을 훔치는 마녀>는 현재 조회수가 32만이다. 내 책을 구매한 사람보다 많다. 물론 책이란 산 뒤에 돌려볼 수 있으므로 책을 본 사람은 산 사람의 몇 배, 몇십 배일 수는 있지만...

계약 상 6만 2천원 정도가 나한테 결제 되었어야 하는 금액이다. 이런 금액이 들어온 적이 없다. 출판사에 문의 메일 보내놨다.

그랬더니, 캐리 언니 급에서 홍보 하려면 수백만 원 이상 든다고 한다. 홍보니까 괜찮은 것인가... 애초에 홍보로 나간 게 아니다. 괜찮을 리가 없지.

4.
비판을 좋아하는 사람이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으면 흑화한다.

흑화한 사람은 스스로는 불편함을 잘 못 느낀다. 공원에 앉아 아무에게나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영감이 된 셈인데 그 노인네들도 자기는 그닥 불편한 것이 없다. 아니, 스스로는 늘 사이다 기분일지도.

인간 따위에게 애정이 뭔 필요냐, 라고 생각하고 그럴싸하다고 여기면 자기가 버럭질 영감이 된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버럭질 영감이면 어때라고 생각하면 이미 완성된 것이고.

5.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사안에 따라 각각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이는 설명이 간략하다고 투덜대고 어떤 이는 설명이 너무 많다고 투덜댄다. 어떤 이는 변수를 다 다루지 않았다고 투덜대고 어떤 이는 곁가지에 너무 치중했다고 투덜댄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결론이 자기가 아는 것과 다르다고 투덜댄다. 자신이 아는 것과 다른 결론을 보면 일단 생각을 하고, 납득이 가지 않으면 자료를 찾아보아야 하는데, 대부분은 일단 주장부터 내놓는다.

본래 인터넷 세상에서 그 이상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가 될 때가 많다.

결론이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결론이 틀렸다고 말하는 건 조조병이다. 세상이 나를 배반케 하느니 내가 세상을 배반하겠다던 조조가 앓던 병...

6.
비굴해지는 순간에 달달한 것을 먹으면 당당(糖糖)해 질 수 있다.

덧글

  • 까마귀옹 2018/04/25 13:59 #

    2. 작곡가나 작가들 중에는 무의식적인 표절이 있을까봐 집필 중에는 다른 글과 음악을 접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정도의 말은 들어봤지만 이건 뭐.....


    6. ......이걸 아재 개그라고 여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심각한 회의(?)가 듭니다.
  • 초록불 2018/04/25 14:01 #

    2. 안 읽고 글을 어떻게 쓰나요...

    6. 아재개그라뇨! 예술 개그입니다. (뻔뻔)
  • 더카니지 2018/04/25 14:00 #

    2- 아, 다른 작가들의 필체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자기만의 필체나 감각이 어지러워질까봐 다른 사람들이 쓴 소설 안 읽는다는 사람 얘기도 들은적 있는데...사실 곰곰이 따져보면 말도 안되는 얘기죠ㅎㅎ
  • 초록불 2018/04/25 14:02 #

    말씀대로 좋은 방법이 아니죠. 제가 아는 유명 작가 분들은 모두 다독대마왕들입니다.
  • 무명병사 2018/04/25 17:32 #

    2. 저런 걸 두고 중2병이라고 하고 제 잘난 맛에 사는 인간이라고 봅니다. 건수 잡은 언론이 띄워주니까 거기에 심취해서 날뛰는 것도 같고...

    4. 애니같은 데 흔히 나오는 악당들로는 딱 좋지요. 물론 현실에서는 그냥 미X놈...

    5. 조조를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면 전 일단 거리를 두고 봅니다. 나는 니 등에 칼을 꽃아도 되지만 넌 내 등에 칼을 꽃으려고 하면 안된다는 사람은 자연재해급...
  • 초록불 2018/04/25 17:40 #

    2. 언행이 다르달까... 맞는 이야기를 해도 뭔가 찜찜하죠.
  • Barde 2018/04/25 20:31 #

    장정일은 원래 시인으로 데뷔했으니까요, 시인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발언이기도 합니다.
  • 초록불 2018/04/26 06:58 #

    본인이 읽은 책들을 가지고 글을 써서 장정일의 독서일기... 이런 거 내놓은 인간이라 말이 안 됩니다.
  • Barde 2018/04/26 14:18 #

    아. 그런 점까지 고려하면 확실히 저 발언은 모순적이네요.
  • 다루루 2018/04/26 04:13 #

    1. 그 때 그 이영도가 정말로 우리가 아는 작가 이영도가 맞는걸까요? 혹시 비슷하게 뛰어난 필력을 지니고 중세 무기에 많은 관심을 둔 동명이인... 아니 뭐, 말도 안 되는 소리 같네요.
  • 초록불 2018/04/26 06:59 #

    이영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시 기자 분 이야기를 들어도 그렇고(원래 엄청 길어서 잡지에 들어가게 편집했다고 합니다) 남도에서 보냈다는 것도 그렇고... 문장의 필력도 그렇고...^^
  • 의지있는 얼음대마왕 2018/04/26 16:00 #

    저는 아직 작가지망생이고 초보라 문학을 잘몰라서 그런데 이영도님이라는 분이 유명하신 분인가요? 저는 처음 듣는 작가이름이네요.(죄송) 누가좀 이영도님이 어떤 작품을 쓰셨는지 알려주세요.
  • 초록불 2018/04/26 17:29 #

    드래곤 라자,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폴라리스 랩소디 등의 작품이 있죠.
  • 의지있는 얼음대마왕 2018/04/26 19:31 #

    아 드래곤나자는 정말 유명하죠! 어느날 서점에 갔는데 전집을 팔더라고요.(아닌가?) 어째든 그 소설 쓴분이 이영도님이었군요. 어떻게 하면 저도 드래곤라자처럼 글을 길게 쓸수 있을까요?

    초록불님 쓰신 작법서를 읽었습니다. 정말 체계적이더군요.

    근데 어떻게 하면 발단을 흥미로게 진행할지 저는 모른답니다.

    누가좀 알려주었으면.

    어째든 이영도님은 대단하신 분이었군요!
  • 초록불 2018/04/27 10:35 #

    자꾸 써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작품들의 발단을 읽고 왜 이렇게 시작했을까를 생각해보셔야겠죠.
  • 의지있는 얼음대마왕 2018/04/29 02:01 #

    답변 감사합니다. 초록불님! 초록불님 소설도 저는 좋아합니다!
  • 초대륙 아마시아 2018/04/26 16:28 #

    6을 보아하니 초록불님도 아재개그란 걸 치실 줄 아시는 분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후후.
  • 초록불 2018/04/26 17:30 #

    아재 개그라뇨... 예술과 품격이 있는, 위트 넘치는 유머지요. (후다닥)
  • 2018/04/26 21:0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4/27 10:3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꾀죄죄한 하프물범 2018/04/29 13:50 #

    많은 좋은 말씀을 해주셨지만, 4번과 5번은 특히 귀담아 들어야 할 말씀 같습니다. 늘 생각을 넓혀주는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초록불 2018/04/29 17:15 #

    ^^
  • Asterope 2018/05/16 19:45 #

    1. 글을 쓰면서 내가 왜 이따위 '배설물'밖에 못 내놓는가라는 자괴감이 드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입니다. 그런 느낌이 한 번도 안 들었다면 그 사람은 엄청난 천재이든가, 아니면 그냥 사이비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근데 앞의 경우는 못 봤습니다.

    2. 그냥 술자리 농담 그 이상의 가치도 없는 말입니다. 저게 진담이라면 정말 무서운 이야기죠. 무슨 종류의 글이든 한 편 쓰려면 참고문헌이 수백 개는 되는 판에.

    4. 건설적인 비판이 얼마나 어려운 짓인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남을 비판하거나 가르치려면 해당 내용을 완전히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군대 훈련교관들이 괜히 실전을 밥먹듯이 치고 전공을 빵빵하게 세운 역전의 베테랑들이겠습니까. 그 정도는 되어야 남에 대해 건설적으로 비판하고 가르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그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비판을 좋아할지언정 남을 깎아내리려고 하지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5. 사람마다 경험이고 배경지식이고 전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주장이 다를 수밖에 없고, 본성 자체가 다른 주장을 만나면 거부감부터 오게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이걸 하나하나 되짚어서 고찰하는 자체는 시간도 엄청 걸리고 매우 힘든 일인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찮아서 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그런 걸 기대한다는 건 그냥 나무 위에 올라가서 물고기 잡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일일 것입니다. 특히, SNS 따위에 그런 걸 따져가면서 글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6. 오이가 무를 친 것을 네 글자로 줄이면 뭔지 아십니까? 오이무침입니다.
  • 초록불 2018/05/17 10:15 #

    옳은 말씀입니다. 6번의 썰렁함이 모든 것을 잡아먹기는 하지만... (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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