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가 없는 아침 *..자........서..*



미미는 어제 낮에 만성신부전증 악화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16년 동안 우리 곁에서 지내왔죠.


워낙 작아서 얼마 전까지도 데리고 나가면 애기라고들 예쁘다고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미는 아기 때부터 침대에서 같이 잤습니다. 꼭 우리 부부 사이에서 누워서 잤죠. 내려놓으면 낑낑대며 침대 위에 올려줄 때까지 울었기에 애초에 따로 자는 건 포기했습니다.

보통 글을 쓰다 내가 늦게 자지만 미미는 아내가 잠자리에 들면 따라가서 잠을 잤습니다. 아내 옆에서 자는 것이 아니라 제 자리에서 잠을 잤죠. 제가 자러 가면 귀찮은 듯 일어나 자리를 비켜준 다음에 제 팔을 톡톡 칩니다. 팔베개를 내놓아라, 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늘 똑바로 누워서 자야 했습니다.

미미는 그렇게 날 재운 다음에는 아내 옆으로 가서 잤다고 합니다. 순전히 날 재우기 위해 팔베개를 하라고 하고 스스로도 불편한 자세로 잠을 자는 척 한 거죠.

아내가 집에 있으면 미미는 햇빛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잠을 청했습니다. 대화동 단독주택은 볕이 많이 들지 않아서 미미는 그 짧은 순간을 즐기려고 장소를 몇 번이나 바꿔야 했죠. 남향의 아파트로 이사와서 미미가 제일 즐거웠을 것 같습니다. 햇빛이 정말 오래 비치니까요.

미미는 아침에 일어나면 방방이 순례를 합니다. 둘째가 지방으로 내려가서 집에 없는 것이 제일 슬픈 일이었을 겁니다. 둘째가 떠난 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둘째 방문으로 달려가 방문을 긁었습니다. 우리는 방문을 닫고 생활하는 일이 별로 없는데, 닫혀 있으면 미미가 가서 빨리 열어놓으라고 긁기 때문이죠.

대화동 때는 제 서재가 2층에 있었는데, 방문은 없었습니다만 계단이 조금 가파라서 미미는 강아지때 내려가다가 굴러떨어진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참이나 나이 먹을 때까지도 계단을 올라오다 코너에 선 뒤에는 올라오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해서 낑낑 우는 일이 많았습니다. 미미 때문에 올라오기 편하라고 계단 바로 앞에 있던 책장 하나를 치웠고 그 후에는 올라오는 일은 어렵지 않았졌었죠.

아내가 집에 있을 때는 2층에 올라오는 일이 없었지만 아내가 없으면 반드시 올라와서 저를 괴롭혔죠. 옆에 방석을 놓고 앉아있으라고 해도 꼭 무릎 위에 앉겠다고 해서 글 쓰는 자세를 방해했습니다.

방석 이야기를 하니까 덧붙여야겠네요. 미미는 천이라도 한 장 깔아야 몸을 눕혔고, 절대 맨바닥에는 앉지 않았습니다. 몸이 안 좋아진 뒤에도 빨리 자리를 가져오라고 몸을 떨면서 버텼죠.

미미는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았는데, 이사 온 후에 서재 화장실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거실 화장실이 가기가 훨씬 편한데도 굳이 글 쓰는 나를 일으켜 서재 화장실로 거둥하셨죠.

이사한 후로 많이 쇠약해져서 때로 토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변을 실수하기도 했습니다. 아, 집을 혼자 지키게 하면 분노의 복수로 우리 앞에서 아무데나 오줌을 누기도 했죠. 하지만 실수를 하는 일은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좀 잦아졌었어요. 제 방에는 책이 버섯처럼 자라고 있어서 잘못하면 책이 흠뻑 젖을 수도 있는데 그런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딱 한 번... 환단고기 표지를 적신 적은 있군요. 미미도 서당개 3년처럼 제 곁에 오래 있으면서 유사역사학에 분노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이제는 뒤척여도 미미가 깔려죽는 불상사가 생길까봐 긴장할 필요가 없는데, 한밤중에 미미가 오줌 누러 가겠다고 낑낑거리며 내 잠을 깨우는 일도 없는데, 글쓰기를 하는데 방문을 긁으며 빨리 열라고 보채는 일도 없는데, 아내가 없다고 무릎을 내놓으라고 방해할 일도 없는데, 서재의 책들을 적실까봐 걱정할 일도 없는데, 그런데도 써야 할 글에는 손이 가질 않는군요.

덧글

  • 까마귀옹 2018/09/09 11:02 #

    저는 그래서 처음부터 개나 고양이 등을 키우는 것을 꺼립니다. 생명을 다루는 것도 부담스럽고('귀찮음'이 절대 아님. 유치한 변명이 아니라 정말 부담스러움) 무엇보다 말씀하신 '언젠가는 죽어서 헤어진다'는 것 자체가 참......그 감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키우고 싶지 않게 됩니다.
  • 초록불 2018/09/09 11:41 #

    생자필멸이니, 언젠가는 혈육과도 헤어져야 하니까... 조금씩 어떻게 감정을 다스려야 하나 알아가는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오래 같이 살면서 얻게 되는 기쁨이 훨씬 크죠. 그 기쁨의 반작용으로 오는 슬픔은, 그것도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빠늑대 2018/09/09 12:02 #

    이럴때는 정말... 이글루스 덧글에도 이미지나 이모티콘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초록불 2018/09/09 12:25 #

    그렇죠. 저도 "좋아요"만 누르고 싶고...
  • 지니 2018/09/09 12:38 #

    환단고기를 적셨단 말에 피식 웃었네요.
    진부한 말이지만 키우던 개나 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가족들이 올 때 까지 아프지 않게 즐겁게 놀고 있을거라고 하네요.
    저도 고슴도치가 떠난 뒤로 동물을 키우지를 못 하겠더라구요 ...
  • 초록불 2018/09/09 13:30 #

    감사합니다...
  • 뇌세척 2018/09/09 13:20 #

    아침부터 노견들 뒷바라지를 해주고 와서 그런지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처음 강아지를 데려올 때 언젠가는 이렇게 떠나보낼 때가 찾아온다는 걸 더 깊이 생각해봤으면 뭔가 달라졌을까 싶어집니다.
    그래도 이런 아이들이 우리에게 많은 기쁨과 위로가 되어준 걸 생각하면 참 고맙고 사랑스러운 인연이에요. 좋은 곳으로 갔기를 바랍니다.
  • 초록불 2018/09/09 13:31 #

    떠나고 나면 못 해 준 것들 생각도 많이 나지만... 즐거웠던 기억만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 제드 2018/09/09 13:28 #

    영물이네요
  • 초록불 2018/09/09 13:31 #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죠.
  • 삼두표 2018/09/09 13:55 #

    삼가 위로를..
    반려동물 죽으면 사람죽은 것만큼 슬프다고 하는 데 겪어보니 사람 죽은 것보다 더 슬프더군요. 마음 잘 추스르시길.
  • 초록불 2018/09/09 16:34 #

    네, 자꾸 울컥하는 일이 있네요...
  • 휴메 2018/09/09 14:10 #

    14년된 저희 집 복이도 새끼땐 항상 제 옆에서 자고 그 후로도
    주욱 사람곁에서 잠에 들고 가족에게 안좋은 일이 있으면 이 녀석을 보며 다들 감정이 풀리곤했는데 녀석이 세상 떠날거 생각하면 그때 저희 가족에게 올 변화가 상상이 가질 않네요..
  • 초록불 2018/09/09 16:34 #

    잘 해주세요..
  • 명품추리닝 2018/09/09 14:39 #

    미미가 가족들과 평생 행복하게 살다 간 것 같아요.
    초록불 님 글에서도 후회가 느껴지지 않으니 잘 기르신 것 같습니다.
    미미는 가족들에게 예쁜 추억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거예요. 저희 집 초롬이가 그렇듯이요.
  • 초록불 2018/09/09 16:35 #

    고맙습니다. 우리랑 즐겁게 살았어요.
  • 더카니지 2018/09/09 15:38 #

    미미가 하늘나라에서 즐겁게 뛰어노길 기원드립니다. 행복한 기억 속에 미미가 초록불님 가족들과 영원히 함께 하길...
  • 초록불 2018/09/09 16:36 #

    오래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병원 가기 전에 아내가 내내 안고 있었는데, 의식은 그때 이미 끊어졌던 것 같아요. 그저 둘째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둘째 만나자 안심하고 세상을 떠난 것 같네요.
  • 자오빠이 2018/09/09 18:45 #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요요가 세상 떠났을 때가 기억나는군요.
  • 초록불 2018/09/09 22:08 #

    요요만큼 살기를 바랐는데, 미미는 몸집이 너무 작아서 그럴 수 없었나봐요.
  • 애국노 2018/09/09 19:43 #

    저도 딱 한달 전, 오랫동안 한솥밥 먹던 도치가 앓다 떠났는데 시간이 그대로 멈춘 느낌... 너무 지친 모습에, 못해준 것만 생각나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여전히 함께한다고 믿으며 자리를 그대로 놔뒀습니다. 언제나처럼.

    미미는 그동안 좋은 가족의 품에서 사랑받을 수 있어서, 그리고 그 가족과 이 땅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을 거에요. 지금은 편히 쉬면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겠죠.
  • 초록불 2018/09/09 22:08 #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 여형사 2018/09/09 20:44 #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 초록불 2018/09/09 22:08 #

    감사합니다.
  • 활발한 아기백곰 2018/09/09 23:33 #

    삼가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희 집도 개를 키웠었는데 윗분 말씀대로 생명을 다루는 게 미숙하고 부담스러워서(…) 결국 본처로 돌려보내고 말았는데 그때의 감정도 차마 형언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나네요. 보내는 순간에도 우리 복실이는 어딜 가든지 제 주인보다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하고 바랐던 심정을 떠올리면… 아, 짠하네요.
  • 초록불 2018/09/10 12:30 #

    감사합니다.
  • 빼뽀네 2018/09/10 15:48 #

    글을 읽으며 초록불님이 미미에게 지니신 애정이 절절하게 느껴지네요.
    그저 위로를 전할 따름입니다...
  • 초록불 2018/09/10 17:12 #

    감사합니다.
  • 듀란달 2018/09/12 17:27 #

    예전에 집으로 놀러갔을 때 똘망똘망하게 쳐다보던 그 녀석이 떠났군요.
    행복한 삶을 산 반려견은 나중에 주인을 가장 먼저 만나기 위해 천국의 입구에서 기다린다고 합니다. 미미도 그러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초록불 2018/09/12 18:03 #

    문제는 내가 무신론자라... 고통없이 떠난 게 그저 위안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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