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이야기 (20) 만들어진 한국사



이덕일은 2016년 6월 2일 세계환단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환단고기의 역사성과 사학사적 의미>라는 발표를 했다.

여기서 이덕일은 이렇게 말한다.

1979년 <환단고기>가 공개되면서 위서논쟁에 휩싸여 지금까지 논란이 계속 중이다. <환단고기>가 공개와 동시에 위서논쟁에 휩싸였다는 사실은 한국 역사학계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어떤 단면을 보여주는가?

제대로 된 연구를 통한 결론으로 '위서론'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먼저 위서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이 전제에 꿰어 맞춘 연구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한 이덕일의 나머지 궤변은 볼 것도 없고... 그의 결론이나 보자.

앞으로 연구가 진척되면 진척될수록 <환단고기> 내용은 최소한 조선시대에 주자학에 반기를 들었던 선비들 사이에 전승되던 역사관을 담은 사료라는 사실이 밝혀질 개연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역사관이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 그 이전에 형성된 역사관이라고 보아야 할 것은 물론이다. 이는 조선 초기 세조의 수압령 이전에 이런 역사관을 담은 사료들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아무 근거도 없는 주장이다. 그런데 그는 딱 20년 전인 1996년에는 자신이 쓴 책 <침묵과 왜곡 속에 숨겨진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리나라의 일부 재야사가들이 <환단고기>나 <규원사화>에서 말하는 영광의 고대사에 집착하는 심정을 이해하는 것처럼 일본인들이 <일본서기>에 매달리는 심정을 이해한다. 하지만 <환단고기>나 <규원사화>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고증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나라의 어떤 역사학자도 <환단고기>를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여러 정황에 비추어 사실이 아닌 후대의 위서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덕일은 이런 지당한 이야기도 한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사료가 있을 때 그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사료를 철저하게 검토하고 비판해보아야 하는데...

이랬던 그는 20년 후에는 "여러 정황에 비추어 후대의 위서임이 분명"한 <환단고기>를 역사학자들이 철저하게 검토하고 비판하지 않고 생략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20년 전에 민족주의 심정에 불타 일본을 비하하고 있을지언정 비교적 멀쩡한 정신 상태였던 사람이 왜 20년 후에는 되도 않는 이야기를 하면서 위서를 옹호하는 사람으로 둔갑한 것인가?

해답은 바로 그 불타는 민족주의 심정에 있다. 내로남불의 심정으로 우리 민족 만세를 가슴 속에 품고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환단고기>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덧글

  • 무명병사 2018/11/13 00:49 #

    지금 저 말 하면 "그때는 강단사학자의 프레임에 갇혀서 진실을 깨닫지 못하였다" 운운 할지도...
  • 초록불 2018/11/13 10:04 #

    위서임이 분명하다는 말만 안 했어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ㅋ
  • 아빠늑대 2018/11/13 08:45 #

    "반드시 그 사료를 철저하게 검토하고 비판해보아야 하는데" , "반드시 그 사료를 철저하게 검토하고 비판해보아야 하는데" , "반드시 그 사료를 철저하게 검토하고 비판해보아야 하는데" ... 아아... 혼란이 뇌를 뒤집어 놓고 있습니다
  • 초록불 2018/11/13 10:05 #

    저 발표문을 보면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습니다. ㅋㅋ
  • 초대륙 아마시아 2018/11/13 12:50 #

    환단고기가 사학적으론 의미가 없지만
    그거 꽤 두툼(?)하게 생겼으니 라면 받침대로는 제격...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비싸군요..
  • 초록불 2018/11/13 12:56 #

    그러합니다. 사발면 눌러놓는 용도로 괜찮습니다. 눌러놓으면 사발면을 먹을 때 국뽕의 맛을... (뭐냐!)
  • 까마귀옹 2018/11/13 16:05 #

    환단고기는 쓸데없이 두툼해서 사발면 눌러놓기엔 좀 그렇지 않습니까? 차라리 '만들어진 한국사'로 덮어 놓는게....(도망감)
  • 초록불 2018/11/13 16:21 #

    만들어진 한국사로 덮어놓으면 라면 본연의 맛이 우러나지요. 탁월한 선택입니다.
  • 까마귀옹 2018/11/13 16:06 #

    이건 뭐 '이덕일의 적은 이덕일'인 수준이군요.

    찾아보면 이런 '이적이' 사례가 많을텐데..... 아오 이놈의 귀차니즘.
  • 초록불 2018/11/13 16:19 #

    굳이 찾아볼 필요야... 그냥 널린 거 수확만 해도 충분합니다.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8/11/14 03:01 #

    들여다볼수록 점점 깊히... 심연을 볼수록 심연에 빠지지 말아야겠네요.
  • 초록불 2018/11/14 10:22 #

    네, 조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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