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타우르스 성좌의 어떤 종족 *크리에이티브*



켄타우르스 성좌 C-9 항성은 A-19 항성과 쌍동이별이다. 이 쌍성계의 열여덟번째 행성에는 지능을 가진 종족이 살고 있다.

이 행성은 쌍성계의 영향에 따라 햇빛이 비치는 곳이 달라진다. 그런 결과 C-9 항성의 빛을 받고 태어난 사람들은 씨족이 되고, A-19항성의 빛을 받고 태어난 애족이 되었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지나자 애족이 씨족을 압도하게 되었고 애족이 지배 종족, 씨족은 피지배족이 되었다.

그러나 겉모습은 같은 행성인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었고 심지어 DNA 상으로도 구분할 방법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 오직 이들을 구분해내는 방법은 언제 출생했는가 하는 태어난 날짜에 의한 구분뿐이었다.

당연히 씨족들은 C-9 항성이 빛을 발하는 동안에는 출산을 하지 않으려 하게 되었다. 덕분에 행성은 큰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쌍성이기는 하지만 C-9 항성이 좀 더 크기 때문에 A-19 항성이 C-9 항성 뒤에 위치하는 기간이 좀더 길어서 원래 씨족의 인구가 더 많았을 뿐만 아니라 그 더 많은 인구가 하급 계층이 하는 온갖 노동을 짊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씨족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애족은 일천즉천법을 만들었다.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씨족이면 그 자식은 언제 태어났는가와 상관없이 씨족이 된다는 법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법은 해결책이 되지 않았다. 씨족들은 결혼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아봐야 노예 신세인데 굳이 결혼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인구 감소가 가파라지기 시작하자 애족 지배층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원래 그동안은 당사자의 탄생일에 어느 항성이 빛을 비추는가가 결정 요인이었던 것이, 혈통을 따지게 되면서 애족 안에도 사실은 씨족이 들어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 가짜 애족을 솎아내고 순수 혈통의 애족만이 지배 계급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 주장을 정당으로 걸은 애국애족당이 선거에서 이겨 혈통 검사부가 신설되었다.

교묘하게 족보를 위조하여 애국애족당 안에 침투한 씨족 혈통 15% 소지자가 체포되는 등, 일대의 혼란이 빚어졌다. 문제는 이렇게 솎아내기 시작하자 의외로 거물급 경제인, 정치가도 해당이 되는 경우가 속출했다는데 있었다.

이들은 권력과 재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쉽게 굴복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처음에는 사회혁명을 꾀하면서 부당한 차별을 없애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이들도 만만치는 않았지만 정권을 잡은 쪽은 훨씬 더 강했다.

혁명 지도부는 체포되었고 종신형 심지어는 단심 만에 사형 선고를 받고 24시간도 안 되어서 처형되기도 했다.

한때 애족이었다가 탄압을 받게된 혁명당은 지하로 잠수했다. 혁명당은 획기적인 방안을 생각해냈다. 혐오의 근원을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바로 항성 A-19를 파괴해버리기로 했다. 소형 블랙홀 생성장치를 만들어서 A-19 옆에서 터뜨려 흡수해버리도록 설계를 했다.

내부에서도 이 계획은 너무 위험해서 그랬다가 쌍성계 자체의 중력에 큰 변화가 와서 행성의 생명체가 절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지도부는 이판사판이라고 이렇게 사느니 다 죽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며 계획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하에서 로켓 제작을 하고 있었는데, 로켓을 만들 금속을 얻기 위해 계속 땅을 파고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들은 깊은 땅속에서 선사 시대에 살았던 정체모를 생물의 사체를 발굴했다. 이 사체는 공기에 접촉하자마자 바로 부패해서 사라져버렸는데, 근처에 있던 탐사대원 여러 명이 며칠 후 심한 고열에 시달리게 되었다.

생물체에 있었던 알 수 없는 미지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틀림없었다. 이 병은 고열과 함께 심한 복통을 동반했는데, 다행이 동그랗고 단단한, 마치 알 같은 똥을 누고 나면 증세가 크게 호전이 되었다. 증세가 호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마음이 극도로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하라는 환경 탓에 혁명당은 삽시간에 전원이 병에 걸렸고 이들은 동그란 똥(이 똥은 환단변이라고 부르게 되었다)을 누게 된 뒤에는 투쟁심이 사그라져서 모두 지상으로 복귀해버리고 말았다.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일시에 지상으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전 행성에는 환단변 바이러스가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어떤 상황인지 몰랐기 때문에 대처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애족은 판데믹으로 번져나간 뒤에야 문제를 파악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서 인구의 90% 이상이 환단변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렇게 되자 환단변으로 빠져나간 혐오의 감정 덕분에 애족과 씨족 그리고 순수 혈통에 의한 차별 정책도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이때 이 환단변이 깨어지기라도 하면 다시 혐오의 감정이 전 행성에 넘치게 될 것이라는 의료계의 발표가 나왔다. 환단변을 처리하기 위해 혁명당의 과학자가 초소형 블랙홀을 만들어냈고 이 블랙홀 안에 환단변을 투입해서 다시는 세상에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씨족과 애족이라는 말도 순수 혈통도 모두 없어진 열여덟번째 행성에는 영원한 평화가 펼쳐졌다.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병원에 가서 환단변 예방 주사를 한 방 맞으면 똥 누고 나서 해결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블랙홀로 들어간 환단변은...

우주에 펼쳐진 신비로운 연결 통로를 통해 움직인 끝에 화이트홀을 타고 튀어나와버렸다. 혐오의 환단변은 태양계 세번째 행성의 대기권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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