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공개 토론회 참석 후기 *..문........화..*



어제 열렸던 도서정가제 공개 토론회를 방청했습니다.

방청 후기는 뉴시스 기사가 잘 썼네요.

[뉴시스] "도서정가제는 산소호흡기" VS "소비자 기회 다양화해야" [클릭]

어제 나눠준 자료집을 보면 도서정가제 도입 취지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 저작자의 창작 의욕 고취
- 양질의 출판 환경 조성
- 다양한 도서 접근 및 선택권 보장
- 출판·유통업계 상생 및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도서정가제 위반에 대해서 내려진 대법원 판결문(2019마5464)에서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인한 간행물 유통질서의 혼란을 방지하고, 저자·출판사·서점을 안정적으로 보호 육성하여 소비자인 독자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의 간행물을 제공하는 것"

이라고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적어두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걸까요? 자료집에는 개념을 이렇게 정의해두었습니다.

판매를 목적으로 발행된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하도록 하고,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
- 가격 할인은 최대 10% 이내, 경제상 이익은 가격 할인과 합하여 최대 15% 이내로 제한함


사실상 가격 표시와 판매 제한 이외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이런 표시와 제한 조치를 통해서 위에 이야기한 도입 취지가 달성된다는 것입니다. 현행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것이 2014년입니다. 그럼 저 도입 취지는 진짜 달성되었을까요?

자료집에는 도서정가제 운영 성과가 적혀 있습니다.

첫번째 등장하는 것이 책 정가의 상승률이 둔화되었다는 것입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도서 정가 증가율은 5.08%였고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인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도서 정가 증가율은 2.51%라는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원재료 중 하나인 종이의 상승률은 2.79%로 종이값보다 책값이 안 올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책값이 안 오르는 것이 도서정가제와 큰 상관이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2014년에 책값 평균은 15,631원이었는데 2019년 책값 평균은 16,486원이라고 합니다. 책값은 이미 오를만큼 올라서 더 올릴 여력이 없는 걸로 봐도 무방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즉 이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두번째로는 신간 중심 시장이 편성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동안은 큰 할인으로 구간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장이었는데 지금은 신간 중심 시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비중의 변화는 무려 57.1%에서 79.6%라는 큰 폭으로 움직였습니다.

네, 어이 쌈싸먹는 자화자찬입니다.

자료집 바로 뒷장에 나오는 한계에 대해서 말해보겠습니다.

2010년 평균 발행부수는 2,639부였는데,
2014년에는 1,979부로
2019년에는 1,525부로 줄어들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책이 안 팔린다는 겁니다. 독서율을 보죠.

2013년에 72.2%였던 독서율이
2019년에는 55.4%로 줄어들었습니다. (전자책 포함입니다.)

2014년 출판시장 전체 규모는 20조 5,868억 원이었는데
2018년에는 20조 9,538억 원이 되었습니다.
이 수치는 2010년 21조 2,639억 원에 비해서도 줄어든 수치입니다.

독서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중인데 도서정가제는 이 지속적 감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니, 억지로 말하자면 막 떨어지는 것을 도서정가제가 막았다고 우길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도 체감하지 못하지만...)

자, 그럼 도입 취지로 돌아가봅시다.

- 저작자의 창작 의욕 고취

저작자의 창작 의욕은 어떻게 고취될까요?

자기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화제가 되고 더불어 통장에 인세가 팍팍 꽂힐 때입니다.
도서정가제가 여기에 무슨 기여를 할까요?
1도 기여를 못했습니다.

초판마저 부수가 줄어들어서 처음 받을 수 있는 인세마저도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예전에는 도서 할인 판매를 할 수 있는 시장이 있었습니다. 도서를 할인해서 팔면 저자는 인세를 할인한 만큼 덜 받느냐?
천만에요! 저자는 팔린 부수만큼 "정가"에 따라 받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재정가"를 해야 책값을 낮출 수 있죠. 재정가를 하면 저자는 재정가된 금액에 따라 인세를 받게 됩니다.
재정가를 하면 저자가 손해라는 이야기입니다.

- 양질의 출판 환경 조성

가격 탄력성을 잃어버린 시장이 무슨 양질의 출판 환경인가요... 저는 도서정가제 처음 시작할 때 찬성의 입장이었습니다. 이런 말을 믿어보고 대형 출판사의 할인 공세에서 중소 출판사가 살아날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했고, 처음에는 좀 아프더라도 버티면 윈윈의 길이 열릴 거라 생각했죠.

그러나...

6년을 시행해본 결과 출판시장, 특히 종이책 출판시장은 있는데로 찌그러졌고,
반사 이익은 디지털 출판시장이 얻었습니다. 웹소설 전성시대가 열리는데는 기여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 다양한 도서 접근 및 선택권 보장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책을 살 수 있으니까 다양한 도서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지만 현실은 어땠는가 하면...

온라인 서점의 점유율이 2016년 31.8%에서 2019년 41.2%로 올라갔습니다.

경제상 이익이라고 쓰이는 5%의 추가할인을 가능하게 하는 곳은 대형 온라인 서점들뿐인 것입니다.

이들은 책을 독자에게 직접 파는 소매상이자 출판사에게 대량 구매를 해가는 도매상입니다. 이 사이에는 중간상이 없으므로 마진율도 높고 따라서 다양한 할인과 이른바 "굿즈"를 내놓는 일이 가능합니다. (물론 굿즈는 출판사들의 광고비로 만드는 겁니다만...)

결론적으로 다양한 도서 접근과 선택권 보장에 실패하는 중입니다.

- 출판·유통업계 상생 및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오죽했으면 업계 2위인 도매상 송인서적이 부도가 두 번이나 났겠습니까?
이 시장은 망한 겁니다.

이렇게 도서정가제 도입 취지는 하나도 달성된 게 없습니다.

그리고 현재 도서정가제 개정에 있어서 합의에 근접한 사항은 이렇다 합니다. (즉 폐지는 아예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죠?)

1. 재정가 허용을 현행 18개월에서 12개월로.
- 재정가를 하려면 표지를 바꿔야 하므로 재고 도서를 처리할 방법은 없습니다. 재정가 자체가 대형 출판사의 잘 나가는 스테디셀러가 아닌 다음에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재정가를 짧게 하겠다는 것은 대형출판사에게 유리할 뿐입니다.

2. 공공기관 납품 할인 10% 고정
지금 지역서점들은 책을 팔아서 먹고 산다기보다는 공공기관 그러니까 도서관 같은 곳에 대량 납품을 해서 그 마진으로 먹고 사는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이 경우 경제상 이익이라는 5% 추가할인을 하는 대형서점이 들어오면 경쟁이 안 됩니다. 이걸 막아서 지역 서점을 살리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서점조합이 도서정가제 유지를 강력히 요구하는 큰 이유 중 하나죠.

3. 웹툰, 웹소설 정가표시 의무 완화
요즘 웹소설 보다 보면 연재 끝에 판권이 나오는 거 보는 경우가 있죠. 도서정가제 때문에 그런 겁니다. 이거 표시를 빼도 되게 해주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4. 전자책 장기 대여 제한
아마 3개월까지 허용할 모양입니다. 과태료가 실효성이 별로 없는데 어떻게 대처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합의 못 본 논의 사항.

1. 할인율 확대냐 축소냐.
아예 할인율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른바 완전도서정가제죠. 앗싸리 하려면 이렇게 해서 쫄딱 망해보고 가는 게 나을지도... 반면에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이 모든 것은 사실 공급률이라 부르는 출판사가 납품할 때 받는 금액을 통일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2. 무료 배송 폐지 여부
무료 배송의 경우도 경제상 이익 5% 안에 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독자가 보는 금전적 할인이 줄어들겠죠.

3. 재고 도서의 할인 판매 여부
도서전 등에서라도 악성 재고를 할인 판매하게 해달라는 것과 오래 안 팔린 책들은 할인 판매하게 해달라는 거죠.

4. 신간 중고 매장 판매 금지 여부
출판된 지 얼마까지 신간이냐는 문제입니다.

5. 대여에도 도서정가제를 적용하는 여부
대여하는 책도 정가대로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거의 없는 도서대여점에도 적용한다는 방침이죠. 도서대여점에서 정가내고 책을 빌려본다니 이게 대체 뭔 말인가요? 도서대여점 용 정가라는 것을 따로 결정하겠다는 말일까요?

도서정가제 개정은 올해 11월까지입니다.



덧글

  • 타마 2020/07/16 13:18 #

    어설픈 규제는 맹독과도 같거늘...
    개정안 역시 뭔가 어중간한 느낌이라 별 기대는 되지 않는군요.
  • 초록불 2020/07/16 14:28 #

    어제 만화 쪽 반발이 아주 거셌습니다.
  • 무명병사 2020/07/16 13:58 #

    이미 "도정가 지지"를 전제로 하고 연,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말도 들리더군요.
  • 초록불 2020/07/16 14:29 #

    어제 만화 쪽 패널 분이 그 문제로 항의하고, 문화부에서 "정부도 자존심이 있다"는 말로 되받아지는 사태가...
  • 효도하자 2020/07/16 18:23 #

    답정너
  • 2020/07/16 14:0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20/07/16 14:2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더카니지 2020/07/16 14:40 #

    합의불발 됐다고 하지만 인터넷 서점 무료배송 폐지랑 신간 중고책 판매 금지, 대여가를 정가에 준하는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이 논의됐다고요??? 세상에;;;
  • 초록불 2020/07/16 15:52 #

    대여 가격 문제는 잘 모르겠어요. 문건에 그냥 도서정가제 적용이라고만 적혀 있어서요. 설마 정가를 받지야 않겠지요. 무료배송은 서점 쪽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걸로 알아요.
  • 포스21 2020/07/16 14:49 #

    망할 것들이...
  • 초록불 2020/07/16 15:52 #

    깝깝합니다.
  • 함부르거 2020/07/16 16:07 #

    일부의 이익을 위해서 출판계 전체를 망하게 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요? 참 암담하네요.
  • 초록불 2020/07/16 16:55 #

    ㅠ.ㅠ
  • 나인테일 2020/07/16 16:50 #

    책값이 오르지 않는다는게 창작자들에게 도대체 무슨 득이 된다는거죠?
  • 초록불 2020/07/16 16:56 #

    원가(?)가 적게 든다일까요.. ㅠ.ㅠ
  • virustotal 2020/07/16 18:13 #

    책이 썩어가도 할인해서 못판다 참 웃기네요

    과일도 후숙이 너무 심해가면 땡처리되는데


    뭐 책 그러면 물가 상승률을 생각해 오래되도 살아남으면 사든가 이벤트때 받는가 해야지


    안사던거 더 안사게 하니

  • 초록불 2020/07/19 23:32 #

    ㅠ.ㅠ
  • PFN 2020/07/16 18:29 #

    도서정가제때문에 책 사고싶어도 엄두가 안나더라는 사람이 널리고 널림.
    저만해도 도서정가제때문에 실물 책을 절대로 사지 않기로 결심한 상황이라 ㅎㅎ
  • 초록불 2020/07/19 23:33 #

    이미 시대가 바뀌어버렸는데 소용없는 제도를 붙잡고 있었어요.
  • Mirabell 2020/07/16 23:35 #

    뭔가 책 읽는걸 싫어하는 작자들이 모여 만들어 놓은 제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_-; 자주 책을 사는편이긴 한데 도서정가제대로 하게되면.. 덜 사게될듯한 느낌이 듭니다.. ㅡㅡ;
  • 초록불 2020/07/19 23:33 #

    ㅠ.ㅠ
  • 괴인 怪人 2020/07/17 06:19 #

    올해 8월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여부가 판결나겠지만
    공청회 진행을 보면 합헌으로 판결날까 걱정입니다.

    지식에 대한 접근방법이 다양해져가는 시대에
    정보를 입수하는 방법을 죽이지 못해 안달아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요
  • 초록불 2020/07/19 23:34 #

    잘 될 거야 하고 시행한 것까지는 좋은데, 안 되는 걸 알았으면 정책을 바꿔야 하는데 말입니다.
  • 라그힐트 2020/07/17 08:36 #

    저도 도서 정가제때문에 종이책을 안사게 된 쪽. 뭐 이사다니면서 짐문제도 있긴 했지만요. 그래서 이북으로 전환했는데 이제 그쪽도 단속하려고 넘보는 것 보니 참 뭣하네요.
  • 초록불 2020/07/19 23:34 #

    디지털 콘텐츠 쪽은 어떻게든 방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아이리스 2020/07/17 16:47 #

    이건 뭐... 책을 사라는 정책이 아니라 사지 말라고 강권하는 정책이네요.
  • 초록불 2020/07/19 23:34 #

    이번에 폐지해야 하는데 다들 뜨뜻미지근해서...
  • 나르사스 2020/07/21 11:23 #

    정부도 자존심이 있다...
    그 자존심으로 문화 사업 다 말아먹으려고 달려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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