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보려면 술을 내라 *..역........사..*



김명국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아래 달마도는 누구나 한 번 쯤 봤을 그 화가, 김명국.

술이 취해야만 붓을 들어서 그림을 부탁하려면 술단지를 가져가야 했다고. 오죽하면 별명이 술미치광이[酒狂].

한번은 경상도의 어떤 중이 큰 비단 한 폭에 명사도(지옥도)를 그려달라고 왔다. 일단 그림값을 받은 세포細布 수십 필은 바로 팔아서 술을 담그라 하고...

그림은 안 그렸다.

중이 몇 번을 찾아와 재촉했지만, "내가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려라"라고 대가들만 내뱉을 수 있는 언설을 하며 튕겼다.

그리고 드디어 어느날 대취한 끝에 붓을 잡았다. 한 번 휘둘러 전각과 귀물을 척척 그려내고 지옥의 형벌을 받는 이들도 남김없이 그렸는데, 아뿔싸, 이 사람들은 모두 비구와 비구니였던 것.

중이 와서 그림을 보고 입이 딱 벌어질 것은 기정사실.

"공은 어이하여 저의 큰일을 이렇게 망쳐놓으십니까!"

중이 항의하자 김명국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너희 무리가 일생을 혹세무민했으니 지옥에 들어갈 자가 너희말고 누구겠느냐?"

중도 화가 났다.

"이 그림은 태워버리고 그림값으로 드린 세포는 돌려주십시오."

그러자 김명국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제대로 된 그림이 받고 싶으면 술을 사와라. 술을 더 사오면 내가 그림을 고쳐주마."

중이 얼른 술을 사왔다. 김명국은 흐뭇하게 웃으며 술을 대취하도록 마시고는 다시 붓을 잡았다.

맨머리에 머리털을 그려넣고 맨얼굴에 수염을 붙여주고 중의 검은 옷에는 색깔을 다시 입히니 순식간에 그림은 완전히 새로워졌다.

그림을 완성하고 다시 술을 마셨다. 중은 감탄하여 말했다.

"과연 신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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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왜 이 에피소드가 갑질하는 대작가로 보이는 것인가. 결국은 그림값을 더 내라는 갑질을 이렇게 한 것 아니겠는가. 물론 갑질을 뛰어넘는 작품을 내놓는 이만이 정당성을 획득한다. 과연 예술가들의 괴벽은 따라가기가 힘들다.

덧글

  • 자그니 2020/12/05 17:42 #

    .... 역시 그림은 술 기운에 그려야 한다는 교훈을 배우고 갑니다.
  • 초록불 2020/12/05 19:28 #

    그림만 그렇겠습니까? 방송도... (후다닥)
  • 휴메 2020/12/05 22:01 #

    알콜이 아닌 술의 마력...
  • 초록불 2020/12/06 07:31 #

    꿀꺽꿀꺽...
  • 이굴루운영팀 2020/12/05 21:59 #

    명필 윤승운 화백의 맹꽁이 서당에서도 나온 그 이야기군요.
  • 초록불 2020/12/06 07:31 #

    아... 맹꽁이 서당에도 나왔던가요. 기억력이 이제 다 되었나봅니다. 전혀 생각이 안 났네요.
  • 도연초 2020/12/05 22:38 #

    장승업 이전에도 술을 사랑한 화가가 있었군요.
  • 초록불 2020/12/06 07:31 #

    그렇더라고요.
  • 까마귀옹 2020/12/05 23:07 #

    예술계에서 제법 자주 등장하는 야사이죠. ㅋㅋㅋ 괴벽을 가진 천재가 작품을 만들었더니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괴작이라서 주위사람들이 항의하고, 아주 살짝만 고쳤더니(그것도 말 그대로 점만 찍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걸작이어서 비로소 칭찬한다는 그거.
  • 초록불 2020/12/06 07:31 #

    ㅎㅎㅎ
  • 역사관심 2020/12/06 07:52 #

    김명국의 그림을 소개하려 예전부터 준비만 하던차에 흥미로운 제목이라 냉큼 읽었습니다. 말씀대로 꼬장에 가깝네요 ㅋ
  • 초록불 2020/12/06 20:19 #

    ^^
  • SAGA 2020/12/08 00:44 #

    글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예술을 하려면 일단 음주를 즐길 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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