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숙주에 대한 오해 *..역........사..*



한국 역사에서 억울한 이를 따지자면 아마도 신숙주가 손가락 안에 들어올 것이다.

신숙주 초상화

월탄 박종화가 쓴 1923년에 쓴 단편소설 <목매이는 여자>는 신숙주와 그 아내 이야기인데, 줄거리는 대강 이러하다.

단종 복위 음모가 발각되면서 이른바 사육신이 잡혀간 날, 이 소식을 들은 신숙주의 아내가 신숙주도 잡혀갔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는 멀쩡하게 집에 돌아왔다. 아내는 신숙주가 변절했음을 알고 그를 질타하고 방으로 들어가 목을 매달아 죽었다는 이야기.

신숙주 부인에 대한 이야기는 19세기에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야담집 <기문총화>에 실려있다. 박종화도 이런 전해지는 이야기를 가지고 소설을 쓴 것으로 보아야겠다.

박종화의 소설로 널리 유포된 이 이야기는 그후에 계속 재생산되어서 역사적 사실처럼 취급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신숙주의 아내는 이 사건 4개월 전에 이미 사망...

박종화는 이 이외에도 상상력으로 강아라는 기생을 고니시 유키나가와 연관짓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이것도 마치 사실처럼 유통되게 만들기도 했다.

사실 신숙주는 세조 시대를 이끈 유능한 정치인이자 외교관, 학자, 군사령관이기도 했다. (세조는 신숙주를 "나의 위징"이라 불렀는데 자신을 당태종이라 여긴 말이다.) 신숙주는 세조의 쿠데타 때 현장에도 없었다. 외지 근무 중이었다는... (물론 그 전부터 이 모의에 참여한 것은 분명하다. 논공행사에서 무려 1등공신.)

여진 정벌에서 여진과 전투도 훌륭하게 지휘했고(심지어 적들이 쳐들어왔는데 누워서 시를 읊을 정도로 담대했다는 이야기도...), 일본에 다녀와서 <해동제국기>라는 훌륭한 책도 써냈다.


후대에 날조된 그의 악행 중 하나는 단종의 비 정순왕후 송씨를 자기 노비로 달랬다고 했다는 것인데, 이것은 조선말의 김택영이 전한 이야기다.

김택영은 황진이 이야기도 날조한 바 있으니, 그가 쓴 이야기의 신빙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그에게 노비로 내려진 이 사건에 속한 사람은...

최면(崔沔)의 누이 선비(善非), 조완규(趙完圭)의 아내 조이(召史)·딸 요문(要文), 성승(成勝)의 첩의 딸 성금(性今)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인의 아내와 딸을 보호하기 위해 노비로 받아가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으니 이 때의 진실은 알 길이 없다.

신숙주의 변절 때문에 쉬 변하는 녹두나물을 숙주나물이라 불렀다는 민간어원설 역시 잘못 전해진 것이다.

덧글

  • 존다리안 2021/02/06 12:25 #

    이 사람은 그야말로 희대의 명신이고 특히 해동제국기는 특히 대 일본 정책에 있어 중시해야 할 책
    이었는데 왜 그리 무시되었는지 의문입니다.
  • 까마귀옹 2021/02/06 16:47 #

    그만큼 계유정난으로 인한 충격과 반감이 민중들에게 강력했다는 것이겠죠. 그것이 민담, 야사로 퍼져서 지금의 선입견으로 완성된 거고.
  • 까마귀옹 2021/02/06 16:51 #

    어쩌겠습니까. 억울한 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고 할지라도 수양대군과 손잡은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게 '민심'이었으니. 하다못해 신숙주가 무능한 인사였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었으니 더더욱 '민심의 배신감'은 컸겠죠.


    여담으로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는 기존의 '유약한 배신자' 이미지가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수양대군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내 뜻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수양대군의 치세이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떳떳한(?) 인물로 표현하더군요. 흥미로운 해석이었습니다.
  • 초록불 2021/02/07 11:11 #

    그렇죠. 원래 민심은 배신자에게 혹독할 수밖에 없죠.
  • 무명병사 2021/02/06 16:48 #

    계유정난에 가담한 괘씸죄가 아닐까 싶습니다. 세조도 그걸로 저평가받는 면이 있고요...
  • 까마귀옹 2021/02/06 16:51 #

    세조는 오히려 그 부분이 파헤쳐지면서 재평가를 받는 형태이죠. 물론 역덕들이 '조선이 망한 이유는 모두 세조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과도하게 엑셀러레이터를 밟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 초록불 2021/02/07 11:12 #

    세조는 저평가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숙주는 단종 치세에서도 잘 했을 거예요. 치세에 능신 난세에 영웅(?)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 피그말리온 2021/02/06 19:50 #

    조선의 나쁜건 모두 세조 때 부터라고 결론부터 정해놓고 들어가니 그런거겠죠.
  • 초록불 2021/02/07 11:12 #

    태조 때 부터 아닙니까? (먼산)
  • rumic71 2021/02/07 06:25 #

    뭐 본인도 두고 두고 욕 들어먹을 건 다 감안하고 역모에 가담한거겠죠. 몰랐으면 머리가 안 돌아간 거고.
  • 초록불 2021/02/07 11:13 #

    세조가 단종을 죽이지만 않았어도...
  • 나르사스 2021/02/07 19:13 #

    능력과 성과는 인정하는 분들이 많지만 결과적으로 단종을 배신한 셈인데다가, 나아가 세종을 배신한 셈이 되니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진 못할 것 같습니다.
  • 초록불 2021/02/08 10:19 #

    아무래도 그게 너무 크죠.
  • R쟈쟈 2021/02/08 03:09 #

    오해라고 하긴 좀 거리가 있는 내용이 아닐런지요...

    애초에 욕 먹은게 세조에 붙어먹은게 제일 컸고(저도 그래서 굉장히 싫어하고), 유능한거야 아름아름 알 사람들은 다 아는 부분이고 말이고 말이죠.

    게다가 이양반 아들도 노비문서였나 뭐였나로 장난질 하다가 사형 당한걸로 알고있는지라...


    일반 사람들이 인식하던 범위외의 고결함이나 좋은 인성같은게 나오지 않는한 이양반 평가가 오를일은 그렇게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초록불 2021/02/08 10:19 #

    원래 아내가 신숙주 때문에 자살한 게 아니라는 글을 쓰는 게 주 목적이었습니다. 쓰다보니...
  • 함부르거 2021/02/08 10:29 #

    다른 분들이 쓰신대로 신숙주는 계유정난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백만년동안 까여도 할 말 없죠.

    신숙주가 세종 대 과거에서 낸 책문을 보면 참 흥미롭죠. 성삼문과 비교해 보면 너무 차이가 극명해서 말입니다. 결말을 알고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 글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시세에 따라서 얼마든 배신하고 권세에 영합할 인간으로 보였습니다.
  • 초록불 2021/02/09 13: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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