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의 삼국지 사랑 *..역........사..*



<삼국지>와 <삼국지연의>는 본래 다른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지연의>를 <삼국지>라 부른지 오래인지라 잘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업어온 조선시대 <삼국지>

<삼국지연의>가 바로 소설 삼국지인데 연의라는 말 자체가 소설이라는 뜻이라고 보면 된다.

조선 국왕 선조도 <삼국지연의>를 재미있게 봤던 모양이다. 이 무렵에 북병사에 장필무라는 위인이 있었다. 무인으로 용맹하고 청렴결백한 것으로 유명했다. 선조는 그를 특진시키고 격려하고자 했다. 청렴함이 지나쳐서 반감도 적지 않게 샀던 모양잊다.
선조가 그를 만나 격려하면서 장비 이야기를 한토막 했다. 내용은 장판교에서 장비가 고함을 내질러 조조 군을 도망치게 만든 부분이었다. 같은 장씨라 장비의 예를 든 모양이다.

대사성 기대승이 이 말을 듣고 분기탱천해서 선조에게 따졌다. 대강 이런 말이었다.

"그 말씀은 정사에 없고 <삼국지연의>에만 있는 것입니다. 책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신은 아직 보지 못했으나, 친구들이 말하길 허망하고 터무니없는 책이라 합니다. 이런 책은 무익하고 의리를 해치는 것입니다. 어쩌다 보신 책일텐데 이리 말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런 소설 따위는 읽으면 안 됩니다. 학문을 제대로 하십시오."

하지만 선조의 뇌리에 <삼국지연의>는 오래 남아있었던 것 같다. 장필무를 만났을 때 선조는 18세였으니까. 그 전에 <삼국지연의>를 읽은 것이다.

선조는 37세 때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

"조조가 의총을 만들었다 하는데 믿을만한 이야기인가?"

의총은 가짜 무덤을 말하는데 <삼국지연의>에 조조가 죽은 뒤에 72개의 가짜 무덤을 만들어 도굴을 방지했다는 말이 나온다. 역사책에서 봤으면 근거를 묻는 질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자 신하 중 하나가 다른 데선 못 봤는데 <문선>의 주석에 있더라는 말을 하고 나서 신하들 사이에서 삼국지 지식 배틀이 열리기도 했다.

덧글

  • 존다리안 2021/02/09 14:08 #

    선조는 삼국지 읽었으면 유비, 조조, 제갈량 등의 지략이나 인용술이나 배울 것이지....
  • 초록불 2021/02/09 15:48 #

    그러 거 배웠으면 엄한 장수들 잡아죽이기 놀이는 안 했을 텐데 말이죠.
  • 無碍子 2021/02/09 19:46 #

    삼국지를 너무읽어서 그런걸한게 아닌가싶어요.
    조정을 동서로 갈라놓고

    동인이 사고치면 서인으로 특조위만들어 조지고
    서인이 사고치면 동인으로 특검해 조지고

    이런건 옹립된 임금이 하기어려운거 입니다.

    왜란을 맞아 토껴서 나라를 지켰지요.
  • 함월 2021/02/09 14:09 #

    만력제도 조선 출병 전에 자기가 유비 환생이고 선조가 장비 환생이니 같은 소릴 했다는거 보니, 둘이 만났으면 굉장히 죽이 잘 맞았을 것 같습니다.
  • 초록불 2021/02/09 15:47 #

    역시 영혼의 동지...
  • 까마귀옹 2021/02/09 16:04 #

    1. '신하 중 하나가 다른 데선 못 봤는데 <문선>의 주석에 있더라는 말을 하고 나서 신하들 사이에서 삼국지 지식 배틀이 열리기도 했다.'
    이거 현대 인터넷에서도 흔히 보이는 광경이지 않습니까. 덕후들이 '내 주장이 맞다능!'이라며 토론하는 모습. ㅋㅋㅋ

    2. 웃기는게 저 장판교 장면은 정사 삼국지보다 연의가 더 현실적(?)이라는 거죠.
  • 초록불 2021/02/09 16:47 #

    ^^
  • 무명병사 2021/02/09 18:59 #

    아... 그래서 공을 세운 신하보다 찐따같은 애들을... 전하, 통촉하시옵소서! 그거 다 소설이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사대부'나으리들이 소설을 어떻게 여겼는지도 새삼 깨닫게되는군요. 쯧.
  • 초록불 2021/02/10 10:16 #

    맞습니다.
  • 도연초 2021/02/10 10:56 #

    정작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뒤로는 몰래 즐겨 보곤 했지요.
  • 함부르거 2021/02/09 18:04 #

    기대승... 어우... 어떻게 이야기했을 지 그림이 나오네요. 강하게 이야기만 하면 모르겠는데 또 말이 엄청나게 많은 양반이라... ㄷㄷㄷ

    역시 실록을 찾아 보니 장난 아닙니다. http://sillok.history.go.kr/id/kna_10206020_001
    실록에 실린 게 이정도니 실제로는 얼마나 떠들었을까... 기대승이 입을 열면 사관의 팔이 떨어져 나갔을 거 같습니다. ^^;;;
  • 초록불 2021/02/10 10:16 #

    ㅎㅎㅎ
  • minci 2021/02/09 22:07 #

    현대식으로 말하면 역사를 드라마로 배웠다는 거군요.
  • 초록불 2021/02/10 10:16 #

    오, 맞는 말씀입니다.
  • 도연초 2021/02/10 10:55 #

    기대승의 저 말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네요.

    '창작물은 정신건강에 해롭다' 또는 '맹목적으로 믿지 말고 비판적인 사고를 길러라' 로 말이죠.

    거기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 국왕이었으니 더더욱...

    씁쓸하지만 그래서 문화창작물 탄압이 현대에도 이어지는건가 봅니다;
  • 초록불 2021/02/10 13:44 #

    창작물의 숙명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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