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의 고발 *..역........사..*



조선 예종 때 일입니다.

평양의 관비 '대비'(이름 거창합니다)가 사헌부에 고발을 합니다. 누굴?

평양부윤 이덕량과 그의 부하 박종직입니다.

박종직은 이덕량을 믿고 함부로 행세를 했는데 기생 소서시(웃는 서시라는 뜻입니다요)에게 수청을 들라고 했다가 거절 당하자 앙심을 품고 이덕량에게 소서시를 혼내달라고 청했습니다.

이덕량은 소서시 뿐 아니라 소서시의 어머니 내은이와 남자형제 막달, 막동까지 모두 잡아와 매를 쳤습니다. 그 결과 내은이는 장살되고 소서시, 막달, 막동 모두 죽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에 멈추지 않고 관비인 소서시를 다른 권세있는 신하의 종으로 보내버렸습니다. 이 와중에 대비도 얽혀들어서 매를 맞았던 것입니다.
대비가 이 일을 고발하려고 했으나 소장을 써주는 사람이 없어서 고생을 했고, 또 이덕량은 소서시에게 뇌물을 보내서 대비가 고발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막기도 했습니다.

대비는 이 일을 그냥 덮어버리지 못하게 다른 고위 관리들의 기생 수청 관련 범죄 사실을 빼곡히 적어서 같이 제출했습니다. 조정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비의 고발로 죄를 따져보니 이덕량의 죄는 심지어 참수형에 해당했습니다. 하지만 이덕량은 외척이었어요. 대비(고발자 아니고 왕의 어머니)가 그를 살려달라고 하자 예종은 그 청을 받아들입니다.

이덕량에게 내려진 벌은 고신을 회수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고신을 회수하면 벼슬에서 물러나고 다시 기용될 수 없습니다.

불과 몇 달이 안 되어서 이덕량은 성종이 즉위한 뒤에 다시 고신을 돌려받았고 이후 승승장구해서 호조판서까지 지냈습니다.

그 중간에 이덕량 승진을 이 때 일을 들어서 만류한 일이 있었으나 기억하는 사람도 없었고 이미 선왕 때 판결 내린 일이라 하여 그냥 넘어가 버렸습니다.

이 일의 발단이 된 박종직은 장 1백대에 전가족이 변경으로 이사가야 했습니다. 내은이의 아들딸에게는 1년 간 요역이 면제되었습니다.

고발한 대비에게는 아무 혜택도 없었죠. 대비가 함께 고발한 고위관리들의 비리도 믿을 수 없다고 기각되어버렸습니다.

거기에다 사실이라 해도 이덕량도 죄를 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벌을 주겠냐고 넘겨버리고 말았습니다.

내부고발자였던 대비의 삶이 그 후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한데 더 이상 전해지는 기록이 없습니다.

덧글

  • 포스21 2021/04/18 23:51 #

    그나마 벌을 좀 제대로 받은건 박종직 뿐이군요. 장 100대에 온가족 전가사변이면 절대 작은 형벌이 아니죠. 그거보다 피해자에게 겨우 1년 요역면제로 끝이라니...
  • 초록불 2021/04/19 09:57 #

    몸통은 빠져나간...
  • 나인테일 2021/04/19 00:41 #

    유서깊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 초록불 2021/04/19 09:57 #

    인류의 지난한 역사입니다.
  • 라비안로즈 2021/04/19 01:34 #

    그 대비란 기생은 죽지 않았을까 합니다.
  • 초록불 2021/04/19 09:57 #

    ㅠ.ㅠ
  • 역사관심 2021/04/19 01:57 #

    T.T 진짜 억울하고 피토하는 사람 많았겠다 싶으면서도 또 15세기라는 배경으로 보면 저렇게 고발시스템을 갖춘 국가가 세계에 얼마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박종직은 100대면 사망아니었을까요.
  • 초록불 2021/04/19 09:58 #

    당대 기록이니 죽었으면 죽었다고 적었을 것 같습니다. 돈 써서 안 맞았거나 살살 맞았을 것 같습니다.
  • 존다리안 2021/04/19 17:03 #

    사대부라는 것들이 쯧쯧....
  • 초록불 2021/04/21 09:55 #

    깝깝하죠.
  • Fedaykin 2021/04/20 17:07 #

    최소한 뭔가 논리라도 가지고 비호할줄 알았는데 실록을 보니 그냥 왕이 '공신이니 더이상 묻지 말거라 ㅎㅎ' 하고 끝이군요 ㄷㄷㄷ
    이걸 왕권이 강화된걸로 봐야될지...그냥 공직 윤리가 개판이 된걸로 봐야될지...견제할 세력이 없어서 그런건지, 견제 받을만한 위치도 아니었다는건지.. 씁쓸하네요.
  • 초록불 2021/04/21 09:55 #

    공신이라는 지위의 엄청남이죠. 해당 연구가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 피그말리온 2021/04/24 07:15 #

    그나마 일의 발단인 박종직은 처벌 받았군요. 지금 사람들이 보면 꼬리자르기지만;;...
  • 초록불 2021/04/25 14:39 #

    완전히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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