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란 무엇일까? [수정] 만들어진 한국사



올해는 단기 4338년이다. 단기는 어떻게 정해졌을까? 단군왕검이 나라를 세운 게 BC 2,333년이니까..라고 대답하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알아도 도움은 안 되지만 그냥 어디선가 파티 분위기 망치고 싶을 때 읊조리면 좋은 상식. 한번 살펴보자.

<삼국유사>에는 이렇게 나온다.

당요(唐堯) 즉위 50년 경인(庚寅)년(당요 즉위 원년은 무진년이다. 따라서 50년은 정사년이고 경인년이 아니다. 사실이 아닌 듯하다.)에 평양성(지금의 서경)에 도읍하고 조선이라 불렀다.

단군 왕검은 이후 1,500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다. 그 후 주 무왕이 왕위에 오른 기묘년에 무왕이 기자를 조선에 봉했다. 단군은 장당경으로 옮겨갔다가 후에 돌아와 아사달에서 산신이 되었다. 그때 나이가 1,908세 였다고 한다.


위 기록에 단군이 산신이 된 나이가 적혀있기는 하지만 단군이 몇 살에 왕검이 된 것인지 알 수 없으므로 1,908세가 몇 년의 나이인지는 알 수 없다.

한편 <제왕운기>에 또 다른 연대가 밝혀져 있다.

<제왕운기>에는 단군이 아사달에 들어가 산신이 된 것이 은나라왕 무정8년 을미년이라고 나온다.

고려 시대에 연대는 북송 유서劉恕가 지은 <자치통감외기資治通鑑外紀>에 근거한다. 이 점은 이미 중국의 동작빈董作賓도 이야기한 바 있다.

<제왕운기>에는 단군조선이 1,028년(또는 1,038년) 지속되었고 그후 164년이 지나 새로운 임금이 생겼다고 적혀있다. 이 새로운 임금을 대개 기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기자가 온 것이 <자치통감외기>를 따르면 BC 1122년이므로 단군이 아사달에 들어가 산신이 된 것은 BC 1286년이 된다. 이때는 무정 54년 을미년이다.

<삼국유사>에는 기자가 온 후 단군이 왕위를 물려주고 장당경으로 물러났다가 그 뒤 아사달에 들어가 산신이 된 것으로 나오지만 <제왕운기>에는 그 전에 단군이 이미 떠났고 무정부 상태가 164년이나 지속된 것으로 나오는 것이다.

연대는 가능한한 단 1년이라도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제왕운기>에 단군조선의 기간을 1,028, 1,038로 두 연대를 제시하지만 대개 1,038년이라 나온다고 소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

그런 이유로 <제왕운기>의 연대를 역산하는 이런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제왕운기>에는 요와 똑같이 무진년에 나라를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 무진년을 근거로 삼는다.

동작빈은 <자치통감외기>에 의거하여 단군이 나라를 세웠다는 무진년을 BC 2333년이라 밝혀 놓았다. 또한 기자가 온 기묘년은 1122년에 해당한다.

<제왕운기>는 단군조선의 지속기간을 1,028년 또는 1,038년으로 보고 있다. 십여년의 차이를 보이게 된다. 만약 이 기록을 취신한다면 단군조선의 개국년이 2314년, 또는 2324년이 된다.

그런데 삼국유사에도 연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요와 동시에 즉위했다는 말이 나온다.

삼국유사는 첫 대목에서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魏書를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인용의 맨 끝자락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새로 나라를 세워 조선이라 불렀는데 요와 같은 때였다.

요와 같은 때(同時)라고 되어 있으며, 이 당시에는 요의 즉위년이 무진년으로 알려져 있었다. 일연은 위서에는 주석을 달지 않았지만 요임금 즉위 50년에 단군이 나라를 세웠다는 것을 비판하면서 즉위 원년은 무진년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서거정의 <동국통감>에는 요임금의 즉위년은 갑진년이고 단군은 그보다 25년 후인 무진년에 즉위했다고 나온다. 동국통감이 무진년에 즉위했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요의 즉위년이 갑진년으로 비정된 것은 송나라 때의 소옹(邵雍:1011~1077 시호인 강절康節 때문에 소강절로 널리 알려짐)이라는 학자에 의해서 주장된 것이다. 요와 동시 즉위 부분은 버리고 연대인 무진년만 따온 것이 동국통감의 방법이었다.
(부디 이런 사실로부터 송나라 때에도 <동북공정>이 있었느니, 서거정이 사대주의자였느니 하는 소리는 안했으면 좋겠다)

今按, 堯之立在上元甲子甲辰之歲, 而檀君之立在後二十五年戊辰, 則曰與堯並立者非也.
지금 살피건대, 요가 일어난 것은 상원 갑자 갑진의 일이며 단군이 일어난 것은 그 후 25년 무진의 일이니, 즉 요와 동시에 세워졌다는 것은 그릇된 것이다.


<동국통감>은 조선의 중요한 사서로 이로써 단군이 무진년에 조선을 세웠다는 것은 기정사실화 한다.

요와 동시이건 아니건 무진년 건국을 따르면 BC 2333년에 건국해서 BC 1122년에 나라를 넘겼으니 1,211년간 나라를 유지한 셈이다. 그러나 <삼국유사>에서는 이 기간을 1,500년이라고 했다. <제왕운기>도 연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지적한 바와 같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충분히 길었으니 한번 접겠다.


단기는 믿을 수 있는가?

지금까지 쭉 고증을 따라온 사람들은 이러니 저러니 하고 이야기가 복잡하고 숫자도 날아다니고 했기 때문에 어쩐지 저절로 단기란 무척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여길지도 모른다. 우리 대부분은 숫자에 약하니까...

그러나 이 숫자는 그냥 숫자일 뿐이다.

우선 BC 2333년이라는 숫자가 나온 근거를 살펴봐라. 중국에서 요의 즉위년을 계산한 것을 따라한 것 뿐이다. 그럼 요가 실존 인물이냐? 우리나라 단군처럼 실존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까짓거, 실존인물이라고 치자.

그러나 그래도 요의 즉위년대는 해결이 안 된다. 요는 100년을 재위했다. 물론 우리나라 태조왕도 93년을 재위했다고는 한다(태조왕의 즉위에 대해서도 그 때문에 의문이 있다). 그 뒤를 이은 순은 50년을 재위했다. 숫자 황당하지 않은가?

기왕 더 긴 연대를 믿고 싶으면 앞서 나온 1,500년 재위기간을 우겨라. 그러면 단기는 왕창 뒤로 더 간다. 근본적으로 BC 2333년에 세간의 믿음같은 대제국은 건설되지 않는다. 신앙으로써의 역사는 제발 좀 사라져 줬으면 싶다.

덧글

  • 孤藍居士 2005/07/20 23:50 #

    1995~2000까지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리쉐친(李學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하상주공정에서는 무정의 재위연도를 기원전 1250년으로 잡았습니다. 무정의 재위 8년째라면 기원전 1243년 정도가 되겠습니다.
  • 고전압 2007/10/05 11:34 #

    고람/ 그럼 올해(A.D.2007)는 단기 3250년쯤 된다는 이야기네요.

    한때나마 반만 년 운운하던 게 너무 허탈스럽군요.
  • 초록불 2007/10/05 11:38 #

    고전압님 / 그건 아니고요. 무정8년은 단군이 왕위에서 물러난 때인 거니까, 거기에 단군의 치세를 다시 더해야 단기가 나오는 거죠. 아무튼 이런 숫자놀음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 질유키 2012/05/20 20:41 #

    그래서 실증사학자들이 단군을 신화라고 말하는군여. 근데 아무리 기록이 있어도 논리적으로 해석해야하져.

    그래서 BC2333년에 단군이 태어났고 1000년동안 살았다는 것을 문자 그대로 믿는 것이 기독경 중에 창세기에 나오는 6일 창조를 문자 그대로 믿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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